
[사과해도 돌아오지 않은 중계…AFP가 확인한 중국의 압박]
프랑스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마오쩌둥이라는 중국의 역사적 지도자를 ‘독재자’로 표현한 인터넷 밈 발언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역대급 대응을 하면서 음바페와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 라리가까지 사과했지만 압박과 조리돌림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즉각 음바페의 중국내 광고 계약을 종료시켰으며, 중국 국영방송 CCTV는 11월 1일 레알 마드리드와 라싱 산탄데르의 라리가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오쩌둥을 독재자로 부른 것이 '중국 인민의 감정'을 해쳤다는 베이징의 논리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희생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사과를 받아낸 뒤에도 처벌을 이어가는 방식은 외국 기업과 유명인을 시장으로 길들이는 베이징의 수법을 다시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베이징이 ‘중국 인민의 감정’을 명분으로 시장의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구의 권위를 보호하려 하는지 그 실체만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AFP는 지난 1일(현지시간) “중국 국영방송 CCTV가 레알 마드리드의 라리가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다”면서 “라싱 산탄데르의 홈구장 엘 사르디네로에서 그리니치 표준시(GMT) 15시 15분 (한국시간 2일 0시 15분)에 킥오프한 경기였다”고 보도했다. AFP는 “이 경기가 CCTV의 두 스포츠 채널 어디에도 편성되지 않은 것을 직접 확인했다”면서 “CCTV는 레알 경기를 포함해 이번 라리가 11라운드 경기를 하나도 내보내지 않았다”고 짚었다. AFP에 따르면 음바페는 이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그러나 그 장면을 중국 안방에서 본 사람은 없었다. 그동안 CCTV는 라리가 전 경기를 생중계해왔다.
차단은 국영 지상파에 그치지 않았다. AFP는 “국유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산하 스트리밍 플랫폼 미구(咪咕)에서 다른 라리가 경기들이 생중계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러나 라싱 산탄데르–레알 마드리드 경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CCTV가 리그 전체를 끊은 것과 달리, 미구는 특정 구단만 골라 뺀 셈이다.
중국미디어그룹은 이미 10월 26일 라리가 중계 중단을 결정했다. 라리가, 음바페, 레알 마드리드의 사과를 논란 해소의 ‘절대적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세 주체가 모두 사과한 뒤에도 화면이 켜지지 않았는데, 이는 사과가 끝이 아니라 '행동 검증'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베이징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사과문 세 장, 그리고 "행동을 지켜보겠다"]
음바페는 지난 10월 27일 프랑스어·중국어 간체·영어로 성명을 냈다. 그는 "내 발언은 경솔했으며, 그것이 중국과 전 세계 중국인 공동체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이제 이해한다"고 밝혔다. 라리가의 하비에르 테바스(Javier Tebas) 회장도 같은 날 X에 사과문을 올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이두 검색어 상위에 "오만한 레알은 언제까지 타조처럼 굴 것인가"가 오른 뒤인 28일 "중국 인민께 사과드린다"는 성명을 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郭嘉昆) 대변인은 "당사자의 사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CCTV는 "말을 듣는 것보다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다음 시험대는 11월 4일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AEK 아테네 원정이다.
[농담 하나가 '국가적 사건'이 되기까지]
발단은 지난 4월 녹화된 프랑스 프로그램 '더 브리지(The Bridge)'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음바페가 발롱도르 2위에 그친 10월 26일 직후 온라인에 퍼졌다. 진행자는 음바페를 독재자로 묘사한 밈 가운데 가장 웃긴 것을 꼽아달라고 물었다. 음바페는 웃으며 “어떤 사람이 만든 영상인데… 중국 독재자 같다”고 답했다. 그는 마오쩌둥의 이름을 직접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화면에 마오의 몸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가 나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독재자'라는 별명 자체는 중국과 무관하다. 축구 팬들은 파리 생제르맹 시절부터 팀 전술과 이적 협상을 좌우해온 음바페를 '독재자'라고 놀려왔다. 그 과정에서 스탈린, 마오 등 여러 독재자의 몸에 그의 얼굴을 합성한 밈이 돌았다. 정치와 무관한 자기 비하성 농담이었던 셈이다. 오히려 음바페는 9월 레퀴프 인터뷰에서 이런 밈 일부가 역사적 해악을 끼친 인물을 다룬다며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반응은 연쇄적이었다. 에너지음료 업체 둥펑음료(东鹏饮料), 최대 유제품 기업 멍뉴(蒙牛), 치즈 업체 먀오커란둬(妙可蓝多·Milkground)는 10월 27일 일제히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중국 인민의 감정을 해치는 어떤 언행에도 무관용"이라는 입장을 냈다. AFP에 따르면 웨이보에서 '둥펑, 음바페와 협력 종료' 해시태그는 4억 3천만 회 조회됐다. 팔로어 100만 명이 넘던 음바페의 샤오훙수 계정은 동결됐다. 디올과 위블로의 웨이보에서도 음바페 관련 콘텐츠가 사라졌다. 중국미디어그룹(CMG)은 사과를 대화의 "절대적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사과가 나온 뒤에도 CMG는 "말을 듣는 것보다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어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음바페 본인이 진정으로 교훈을 얻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잘못을 철저히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번역조차 금지된 '모욕']
이번 사건에서 가장 역설적인 대목은 대다수 중국인이 음바페가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원본 영상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지 않거나 삭제됐다. 축구 뉴스 앱 둥치우디(懂球帝)는 “해당 발언이 중국과 중국 인민을 해치는 내용이라 번역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호주 시사지 스펙테이터는 “중국 AI 모델인 더우바오(豆包)와 딥시크(DeepSeek)도 음바페의 발언 내용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번역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문장을 옮기는 순간 중국 매체에 "마오쩌둥은 독재자"라는 문구가 실리게 되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1981년 '역사결의'에서 마오의 과오를 일부 인정했다. 대약진운동이 부른 대기근의 희생자는 학계 추산 3천만~4천5백만 명에 이른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교사가 학생에게 고발당하고 지식인이 박해받았으며 사찰과 유적이 파괴됐다. 그럼에도 마오의 초상은 지금도 천안문 성루에 걸려 있다. 마오는 공산당 통치 정당성의 출발점이다. 그를 '독재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 여부는 곧 체제의 성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인민의 감정'이라는 70년 된 정치 도구]
허드슨연구소 중국센터 소장이자 트럼프 1기 국무부 중국정책 수석보좌관을 지낸 위마오춘(余茂春·Miles Yu)은 지난 10월 31일 X에 올린 글에서 이 수사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마오쩌둥이 수많은 중국인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사실보다 중국 인민의 감정을 더 상하게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중국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伤害中国人民感情)'는 표현은 오래된 외교 수사다. 중국미디어프로젝트(China Media Project)의 분석에 따르면, 인민일보는 1959년 중·인 국경 분쟁 당시 인도를 비난하며 이 표현을 처음 썼다. 1959년부터 2015년까지 인민일보에서 이 표현이 쓰인 기사는 143건이었다. 가장 자주 겨냥된 나라는 일본이었고 미국이 뒤를 이었다. 대만과 티베트 문제도 빈번하게 등장했다. 위마오춘은 1989년 천안문(톈안먼) 유혈 진압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당시 미 의회가 진압을 규탄하자 베이징은 오히려 미국이 인민의 감정을 해쳤다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인을 죽이는 것은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만행을 규탄하는 것은 감정을 상하게 하는 범죄가 된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위마오춘은 이 '감정'의 규칙이 외국인에게만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경제 침체, 청년 실업, 부패와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질 때마다 당이 분노의 방향을 외국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국가 존엄의 수호자로 포장한다고 그는 봤다. 그는 "국내적으로는 불만을 외국인에게 전가하고, 국제적으로는 거대 시장을 이용해 외국 정부·기업·운동선수·연예인이 공산당의 정치적 규칙을 따르도록 강요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인민의 존엄성을 진정으로 훼손하는 것은 외국의 공산당 비판이 아니라 바로 공산당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역공 "마오는 독재자였다"]
서방의 반응은 베이징이 기대한 것과 정반대였다. 미국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John Moolenaar) 위원장(공화·미시간)은 성명을 내고 음바페를 옹호했다. 그는 "세계적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는 마오쩌둥을 독재자라고 부른 것에 대해 사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마오는 독재자였으며, 축구 선수가 할 수 있는 어떤 말보다도 훨씬 큰 해를 중국 인민에게 끼쳤다"고 했다. 그는 “공산당이 수십 년간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중국 인민의 기본권을 부정해왔다”고 지적했다. 음바페가 이번 기회에 "마오 독재의 끔찍한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미국 보수 매체 내셔널 리뷰도 “음바페의 사과는 자책골”이라면서 “이런 사과가 정권을 더 대담하게 만들어, 피의 역사를 지적하는 이들을 계속 괴롭히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과가 갈등을 끝내기는커녕 다음 압박의 선례가 된다는 경고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사과의 무용성이다. 음바페, 레알 마드리드, 라리가가 차례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도 베이징은 "행동을 지켜보겠다"며 처벌을 거두지 않았다. 이는 사과가 갈등을 끝내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과는 복종을 확인하는 의식이고, 다음 압박의 출발점이 된다. 2007년 시트로엥의 마오 패러디 광고 철회, 2019년 메수트 외질의 위구르 발언 검열, 그리고 이번 음바페 사건은 모두 같은 각본을 따른다. 여론을 동원하고, 브랜드가 거리를 두고, 상대가 사과하면, 그 사과가 각본의 정당성을 강화한다.
다만 이번에는 각본에 균열이 보인다. 첫째, 번역조차 금지해야 할 만큼 '독재자'라는 단어가 체제에 위협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만으로도 마오의 역사적 성격에 대한 답이 된다. 둘째, 미국 의회와 서방 언론이 "사과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공개 반박했다. 사과가 국제 여론에서 오히려 비용이 되는 구도가 처음 뚜렷해졌다. 셋째, 침체된 중국 소비시장은 ‘14억 시장'이라는 위협의 실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단기적으로 기업들이 굴복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과의 협력에 따르는 정치적 위험이 기업 이사회의 비용 계산에 공식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베이징이 거둔 승리라기보다 '되치기'의 전조로 읽을 수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