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구 기관의 한 혈액샘플 ※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 전역의 대형마트 냉장고를 마비시킨 해킹 세력이 프랑스 국가 혈액 보관 설비까지 침투해 냉동 온도를 비정상적인 초고온으로 조작하는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AP와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보건부는 지난 2일 복수의 지역 혈액 관리 거점이 해킹 공격에 노출됐으나 즉각적인 방어 조치를 통해 현재 통제권을 확보했으며 비축된 혈액 제제 전반에도 물리적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프랑스 혈액원(EFS) 역시 긴급 입장문을 통해 침해 행위가 실제 일어났음을 인정하면서도, 보관 중인 핵심 혈액 검체들이 훼손되기 전 단계에서 침입 시도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침해 사고는 혈장을 극저온으로 관리하는 전문 저장소 3곳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 혈액원은 피해 현장에서 "온도 및 제상 기준값이 극도로 높은 수준으로 올려졌다"며 "보건상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고 혈액 제품 손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 르카나르앙셰네의 취재 내용을 전한 AFP 통신에 따르면 해커들은 통상 영하 30도를 유지해야 하는 냉동고 제어 시스템에 침투해 설정 온도를 무려 영상 110도까지 치솟도록 조작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조사 결과 공격 주체는 혈액원 본부 전산망을 직접 타격하는 대신 시설 3곳에 공조 냉장 설비를 납품하고 원격 유지보수를 담당하던 하청 협력사를 우회 통로로 삼았다. 위험에 노출됐던 비축물은 중환자 치료에 쓰이는 수혈용 혈장 팩과 필수 바이오 의약품 제조용 혈장 원료였으나, 현장 관리팀이 위험 징후를 감지한 즉시 비축 물량을 대체 보관 시설로 긴급 이송하거나 방호 격리해 폐기 위험을 완전히 피할 수 있었다.
프랑스 혈액원은 "모니터링과 경보 시스템이 이상 현상을 신속하게 감지해 직원들이 바로 혈액 제품과 샘플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상 대응 프로토콜 가동 덕분에 국가 헌혈 수급 체계와 일선 의료기관으로 향하는 공급망 전반이 중단 없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랑스 국가 사이버안보 당국은 보건부와 공조 수사팀을 꾸려 시스템 침투 경로를 역추적하고 있다.
공공 생명 인프라를 노린 이번 사태는 최근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냉동·냉장 공조망 사이버 테러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수백 곳에 달하는 대형 슈퍼마켓 냉장 장비의 온도를 영상 50도 이상으로 끌어올려 대규모 식자재 폐기를 유발한 공격이 발생했으며, 이후 유사한 해킹 수법이 유럽 내 10여 개국 유통 인프라로 번져 사회적 혼란을 키우고 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