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의 프리미엄도 무너졌다…8년 새 임대료 약 49% 하락]
중국 수도 베이징의 최고급 오피스 시장이 8년 만에 가격의 절반을 잃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이 집계한 2026년 3분기 베이징 A급 오피스 평균 월 임대료는 ㎡당 198위안(약 31만원)이다. 2018년 정점 이후 누적 하락폭이 50%에 육박한다. 같은 2분기 상하이 오피스 공실률은 24.5%로 세계 주요 20개 도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청두·난징·우한 등 주요 2선 도시는 30%대 공실에 갇혀 있다. 외국 기업의 투자 축소와 민간 기업의 확장 기피가 겹쳤고, 20년 동안 토지 매각 수입에 기대 상업용지를 쏟아낸 지방정부 개발 모델의 청구서도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빈 사무실은 이제 부동산 한 부문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임대 수익과 자산 가치를 끌어내리고, 그 자산을 담보로 잡은 은행·신탁·지방정부 융자기구(LGFV)로 위험을 옮기며, 사무직 고용과 도심 소비까지 위축시키는 연쇄 충격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지난 1일 중국 주요 도시의 오피스 시장을 분석하며 베이징 상업용 부동산의 뚜렷한 양극화를 전했다. 성도일보는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 자료를 인용해 “올해 3분기 베이징 A급 오피스 평균 월 임대료는 ㎡당 198위안(약 31만원)이었는데, 이는 2018년 3분기 고점인 389위안과 비교하면 약 49.1% 하락한 것”이라면서 “올해 한 분기의 폭락이 아니라, 오랜 조정 끝에 수도의 대표적인 업무용 부동산 임대료가 크게 낮아진 것”이라 보도했다.
별도의 조사에서도 하락세는 확인된다. 영국계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의 10월 22일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 A급 오피스 평균 월 임대료는 3분기 ㎡당 200.2위안으로 전 분기보다 2.3%, 전년 동기보다 10.5% 떨어졌다. 조사 대상이 달라 JLL 수치와 직접 이어 붙일 수는 없지만, 임대료 하락이 올해도 계속됐다는 방향은 일치한다. 건물주가 과거 수준의 임대료를 고집하기 어려운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사무실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빌스는 베이징의 3분기 순흡수면적을 약 31만7600㎡로 집계했다. 순흡수면적은 새로 임대한 면적에서 비워진 면적을 차감해 실제 입주 공간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준다. 올해 1~9월 누적 순흡수면적도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임대료가 떨어졌다는 것은 수요 회복만으로 공급 부담과 건물 간 경쟁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거래 회복이 곧바로 건물주의 수익 회복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중관춘의 온기, CBD의 빈자리…AI가 만든 회복의 격차]
베이징 안에서도 차이는 선명하다. 성도일보는 나이트 프랭크 자료를 인용해 “AI 산업과 로봇 등 실물 환경에서 작동하는 지능형 기술의 수요가 모인 중관춘은 3분기 임대료가 전 분기보다 0.8% 올랐고 공실률은 5.6%로 낮아졌다”면서 “반면 동부 중심업무지구인 CBD는 신규 건물의 집중 공급으로 공실률이 20.4%까지 상승했는데, 같은 수도에서도 산업 기반과 공급 시점에 따라 체감 경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서 CBD의 높은 공실을 곧바로 외국 기업의 대규모 철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투자 회사인 CBRE의 3분기 보고서는 “CBD의 초고급 오피스 세 곳이 새로 공급되면서 베이징 전체 공실률이 전 분기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이전을 통한 사무실 업그레이드가 수요를 이끌었고, 순흡수면적은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했다. 빈 공간 증가는 수요 약화뿐 아니라 새로 완공된 건물을 채우는 데 필요한 시간까지 함께 반영한다.
[상하이 – '외자 관문'이 세계 공실률 1위로]
외국인 투자의 관문 역할을 해 온 상하이는 상황이 더 나쁘다. 닛케이아시아는 CBRE 자료를 인용해 “상하이의 2026년 2분기 오피스 공실률이 24.5%로 비교 대상 세계 20개 도시 중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은 17.9%로 8위였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하면 상하이 공실률은 5.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뉴욕(3.8%포인트), 런던(2.6%포인트), 도쿄(0.7%포인트)보다 상승폭이 크다. 원격근무 확산이라는 세계 공통 요인만으로는 이 격차를 설명할 수 없다. 닛케이아시아는 해외 기업의 지출 둔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통계에서도 2분기 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 분기보다 23% 줄었다.
상하이에서 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이 타격이 얼마나 큰지 드러난다. 새빌스는 외국계 기업이 상하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이상, 세수의 약 3분의 1을 담당한다고 분석했다. 외국 기업이 사무실을 줄이면 오피스 시장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 재정의 한 축이 함께 약해진다. 중국 당국은 다른 그림을 내놓는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상반기 외국인 지분성 직접투자가 638억 달러(85조 7,727억 2,000만원)로 지난해보다 55% 늘었다고 발표했다. 늘어난 투자 상당 부분이 첨단 제조·서비스업 자본금과 이익 재투자로 채워졌다는 설명이다. 공식 통계의 회복세와 도심 업무지구의 빈 사무실 사이에 생긴 이 괴리 자체가,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경로와 성격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왜 비었나 – 토지재정이 만든 과잉 공급, 이사만 남은 수요]
공실의 첫 번째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지난 20년 동안 지방정부는 신도시, 금융특구, CBD 확장 지구를 앞세워 대규모 오피스 개발을 밀어붙였다. 오피스는 기획부터 준공까지 수년이 걸린다. 그래서 수요가 꺾인 뒤에도 이미 착공한 건물이 계속 시장에 나온다. JLL은 1선 도시에서 상반기에 약 80만㎡가 신규 공급됐고, 하반기에는 약 304만㎡가 더 나올 것으로 추산했다. 상하이 도심의 A급 오피스 재고만 1800만㎡를 넘는다.
두 번째 원인은 수요 위축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줄이거나 공급망을 제3국으로 옮기고 있다. 중국에 남은 기업들도 확장을 멈추고 사무실을 합치며 인력을 줄이고 있다.
세 번째 원인은 비용 절감형 이전이다. CBRE에 따르면 상반기 베이징 신규 임대 거래 면적의 72%가 이전 수요였다. 선전(64%)과 청두(60.2%)도 비슷하다. 기업들이 사무실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더 싸고 좋은 건물로 옮겨 다닐 뿐이라는 뜻이다. 새 건물이 임차인을 채우면 그만큼 옛 건물이 비고, 시장 전체의 순흡수량은 거의 늘지 않는다. 임대료 인하가 기업의 이사를 부추길 수는 있다. 하지만 주문과 매출, 사업 전망에 대한 확신을 되살리지는 못한다.
[연쇄 충격 – 담보·고용·소비로 번지는 위험]
공실의 영향은 건물 밖으로 퍼진다. 중국 금융 시스템에서 오피스 빌딩은 은행 대출, 신탁 상품, 지방정부 융자기구의 핵심 담보다. 임대료가 계속 내려가고 공실이 길어지면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지고, 차입자의 상환 능력도 약해진다. 실제 임대 조건은 이미 큰 폭으로 후퇴했다. 청두 A급 오피스 임대료는 상반기 누적 5.7% 내렸고, 우한의 실효 임대료는 한 분기 만에 6.2% 떨어졌다. 공실이 길어진 건물은 수입이 줄어 엘리베이터·냉난방·소방 설비를 보수할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그러면 시설이 노후해 임차인이 더 떠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지방정부 재정도 같은 압박을 받는다. 핵심 지역 상업용지는 용적률이 4.0~8.0이고 가격이 ㎡당 수만 위안에 이른다. 공업용지는 용적률이 1.0~2.5에 가격도 수백~수천 위안에 그친다. 지방정부가 상업용지 매각을 세입의 축으로 삼아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꺼지면 이 수입원도 함께 마른다. 고용과 소비 역시 영향을 받는다. 금융·컨설팅·인터넷·기술 같은 고소득 사무직 산업이 도심 오피스 수요의 중심이다. 이들 기업이 채용을 동결하고 인력을 줄이면 오피스 주변 식당·카페·소매점의 매출도 함께 줄어든다.
소비 행태가 바뀌는 조짐도 보인다. 10월에 문을 연 상하이 대가극원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64회 공연됐고, 한 관객이 그중 43회분 표를 샀다. 장샤오딩(張笑丁) 상하이 대가극원 총경리는 "한 작품을 위해 43번을 온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관객이 명품에는 지갑을 열 의지가 크지 않지만 자신을 위한 '열기(悅己)형·체험형 소비'에는 돈을 쓴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도시들이 앞다퉈 '공연 경제'를 키우는 배경이다. 다만 이런 체험 소비는 고가 내구재나 비즈니스 접대 수요가 줄어든 자리를 일부 메우는 데 그친다. 사무직 일자리가 흔들리는 도심 상권의 공백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Why Times Insight] 건물의 바닥보다 기업의 확장 의지가 중요하다
중관춘과 CBD의 대비는 오늘날 중국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준다. 정부가 '인공지능+'와 반도체를 국가 전략으로 지정한 곳에는 자본과 임차인이 몰린다. 반면 외국계 기업과 금융·전문서비스업이 자리한 업무지구는 비어 간다. 2023년 7월 시행된 개정 반간첩법과 같은 해 이어진 민츠그룹·베인·캡비전 등 외국계 실사·컨설팅 업체 조사는 외국 기업의 중국 내 활동 위험을 크게 높였다.
국유 금융기관 임금 상한과 감원으로 금융 부문 수요도 위축됐다. 시장이 고르는 산업이 아니라 국가가 고른 산업만 살아남는 구조에서는, 오피스 임대료 반토막을 '재평가'라는 기술적 표현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 1선 도시 중 공실률이 가장 낮은 베이징이 이 정도라면, 30%대 공실에 갇힌 2선 도시들의 자산 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지방 금융 부실은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중국 상황이 암담하다는 의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