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실제 성장률은 0%에 가깝다"]
중국 경제의 실체를 둘러싼 의문이 공식 통계의 신뢰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베이징은 올해 1~3분기 4.6% 성장으로 목표 궤도에 올랐다고 자평하지만, 미국 분석기관들은 실제 성장률이 0~2%에 그친다고 본다. 성장의 거품을 걷어내면 숫자는 더 냉정해진다. 20년간 좁혀지던 미국과 중국의 1인당 소득 격차는 2021년을 바닥으로 다시 벌어지고 있다. 2012년 "더 만족스러운 소득"을 약속하고 2020년 소득 두 배가 "완전히 가능하다"고 장담한 시진핑의 청사진은 이제 근거를 잃어 가고 있다. 베이징이 구매력평가(PPP) 기준 '세계 최대 경제'를 내세우는 이유도 결국 이 격차를 가리는 데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8일, “미국 경제 분석기관 로디움그룹(Rhodium Group)이 올해 중국의 실제 성장률을 0% 안팎으로 추정했다”면서 “로디움은 소매판매가 부진하고 고정자산투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4.5%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도 3분기 실제 성장률을 2% 수준으로 봤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와는 크게 다르다. 중국국가통계국은 지난 10월 19일 3분기 성장률을 4.5%, 1~3분기 누적 성장률을 4.6%로 발표하며 연간 목표(4.5~5%)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WSJ는 9월 도시 조사실업률이 5.2%로 소폭 내렸다는 공식 통계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회의론의 근거는 통계국 발표 안에 이미 들어 있다. 1~9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대비 7.2% 줄었고, 민간투자는 10.4%, 부동산 개발투자는 20.6% 급감했다. 경제의 큰 축인 투자가 이 정도로 무너진 상황에서 성장을 떠받친 것은 수출이었다. 같은 기간 상품 무역은 18.8% 늘었지만 내수는 여전히 약하다. 통계국도 자체 평가에서 내수 부족 문제가 두드러진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의 맥스 쳉라인(Max Zenglein) 아시아태평양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에 공식 성장률이 "경제 전반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갈수록 쓸모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디움의 의심은 올해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로디움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2025년 실제 성장률을 공식치(5.0%)의 절반 수준인 2.5~3.0%로, 2024년은 2.4~2.8%로 추정했다. 로디움은 수년간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5% 실질 성장을 기록한 경제는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과대 계상이 쌓이면서 중국의 실제 경제 규모가 공식 수치보다 11%가량 작을 것이라는 추정도 내놨다.
물론 반론도 있다. IMF는 10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4.5%로 낮췄지만 여전히 공식 목표 하한선에 맞췄고, 일부 서방 경제학자들은 실제 성장률이 공식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어느 쪽이 맞든 결론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는 속도는 베이징의 선전보다 훨씬 느리다는 것이다.
중국 공식 통계에서도 2025년 도시 주민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5만6502위안(약 1,135만원), 농촌은 2만4456위안(약 491만원)으로 약 2.3배 차이가 났다. 경제 총량의 순위보다 이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보통 국민의 생활에는 더 직접적이다. ‘세계 최대 경제’라는 문구만으로 농촌과 저소득 가계의 현실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다시 벌어지는 미중간 1인당 소득 격차]
IMF의 2026년 세계경제전망(WEO)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1인당 명목 GDP는 9만4430달러(약 1억 2,614만원), 중국은 1만4874달러(약 1,987만원)로 예상된다. 두 나라의 차이는 2024~2026년 사이 9.4% 늘어 8만 달러(약 1억 7백만원)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장기 흐름을 보면 의미가 분명해진다. 2000년 약 38배였던 배율은 2010년 10.6배, 2021년 5.5배로 빠르게 줄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고속 성장하던 시기다. 그러나 2021년을 바닥으로 배율은 6.3배로 다시 커지고 있다. 이것도 중국의 공식 통계를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의 숫자다. 로디움의 추정처럼 성장률이 부풀려졌다면 실제 격차는 더 크다.
[낮은 출발점이 만든 '착시']
중국의 초기 고성장은 출발점이 극도로 낮았던 데 따른 것이다. 중국 경제를 20년 넘게 연구해 온 안토니오 그레이세포(Antonio Graceffo)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2009년 중국의 1인당 GDP 3879달러(약 518만원)는 물가 변동을 반영하면 1870년 미국의 1인당 GDP(당시 가치 약 229~252달러, 한화 약 31만원~34만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남북전쟁 직후 미국 수준에 이르는 데 21세기 초까지 걸렸다는 의미다. 이런 기반 위에서는 두 자릿수 성장이 어렵지 않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직전인 2010년 10.4% 성장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인구 감소와 부동산 거품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성장 엔진은 빠르게 식었다.
["완전히 가능하다"던 약속, 그것이 ‘중국몽’]
시진핑은 2012년 11월 총서기 취임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우리 국민은 삶을 사랑하고 더 나은 교육, 더 안정적인 직업, 더 만족스러운 소득을 갈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 안정적인 사회보장,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 더욱 쾌적한 생활 환경, 더욱 아름다운 환경"을 함께 약속했다. 2020년 11월에는 제19기 5중전회 건의안 설명에서 2035년까지 경제 총량 또는 1인당 소득을 2020년의 두 배로 늘리는 것이 "완전히 가능하다(完全有可能)"고 공언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15년간 연평균 4.7% 안팎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경제학자들의 계산이었다.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리창(李强) 총리는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26년 성장 목표를 ‘4.5~5%’로 제시했다. AP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목표라고 평가했다. 2분기 공식 성장률은 4.3%로 이 목표 범위마저 밑돌았다. 블룸버그는 2022년 봉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3분기 반등은 수출이 이끈 것이었고, 투자와 소비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PPP라는 '유리한 잣대', 국민의 눈을 가린다!]
베이징은 명목 달러 대신 PPP 지표로 격차를 작아 보이게 한다. PPP는 나라별 물가 차이를 보정해 생활 수준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재화와 서비스가 싸기 때문에 연소득 1만5000달러(약 2,004만원)인 중국인이 훨씬 많이 버는 미국인과 비슷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잣대로 보면 2026년 중국의 GDP는 44조3000억 달러로 미국(32조4000억 달러)보다 약 37% 크다. 그러나 명목 기준으로는 미국(32조4000억 달러)이 중국(20조9000억 달러)보다 약 55% 크다.
개인 단위로 내려가면 PPP도 중국에 유리한 그림을 그려주지 못한다. 중국의 PPP 기준 1인당 GDP는 3만1596달러로 명목치의 두 배가 넘지만, 이 기준에서도 미국인은 중국인보다 약 3배 부유하다. 실제 거래는 ‘PPP 달러'가 아닌 실제 통화로 이뤄진다. 수입품, 해외여행, 첨단 기술 제품, 유학처럼 국제 가격으로 사야 하는 재화 앞에서 PPP 보정은 의미가 없다. 평균값이라 소득 불평등도 반영하지 못한다. 결국 시진핑은 PPP라는 허황된 수치로 국민들은 물론이고 세계인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의미다.
[美 빈곤선 아래의 '평균 중국인']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올해 1월 고시한 빈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본토 48개 주 1인 가구의 빈곤선은 연 1만5960달러(약 2,132만원)다. 중국의 1인당 명목 GDP는 이보다 낮다. 1인당 GDP를 평균 소득의 대략적인 지표로 보면, 평균적인 중국인의 소득은 미국에서 푸드스탬프(SNAP, 미국의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 지원을 받는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가계 형편은 이보다 나쁘다. 국가통계국 집계 2024년 1인당 가처분소득은 약 4만1000위안(약 5700달러, 약 761만원)으로 1인당 GDP의 40% 수준이다. 국가가 성장의 과실을 가계에 나눠주지 않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 추월'은 2040년대 이후로, 그것도 꿈일뿐]
시진핑의 핵심 목표인 '미국 추월'도 멀어지고 있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2020년 중국이 2028년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금 숫자로는 턱도 없는 소리다. 그레이세포 박사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이 연 2%, 중국이 4.5%씩 성장해도 GDP 총량 추월은 2044년 무렵에야 가능하다.
중국 국무원 연구실의 선단양(沈丹阳) 주임이 3월 2035년 목표 달성에 필요하다고 밝힌 연평균 4.17% 성장률을 적용하면 추월 시점은 2047년경으로 밀린다. 1인당 GDP 기준으로는 2085년 무렵에야 두 나라가 같아진다는 계산이다. 이 모든 계산은 중국의 공식 성장률을 전제로 한다. 로디움의 0% 추정이 사실에 가깝다면 '추월'은 금세기 안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중국 경제의 현실이다.
[Why Times Insight]
WSJ가 전한 통계 논쟁은 단순히 숫자가 몇 %포인트 틀렸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해마다 나아지는 삶을 약속해 왔다. 성장률은 그 계약이 지켜지고 있다는 증명서였다. 그 증명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가 흔들리는 사이 1인당 소득 격차는 다시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이 PPP 기준 '세계 최대 경제'와 민족주의 서사를 앞세우는 것은 개인 차원의 성과 부족을 국가 차원의 위상으로 덮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더 만족스러운 소득"과 "완전히 가능하다"는 약속은 시진핑이 생전에 지켜졌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약속이 될 것임은 확실하다. 그래서 시진핑이 중국을 망쳤다고 말들하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