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금융지표에 드러난 생활경제의 균열]
중국 경제의 위기가 국민의 월급봉투와 생활비, 대출 상환 문제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임금이 줄고,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여도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소비를 늘리라고 하지만 가계는 당장의 생활과 일자리부터 걱정해야 한다. 중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은 성장률 둔화만이 아니다. 국민이 소비할 여력과 미래를 믿을 자신감이 함께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5일 “중국의 9월 신규 은행대출이 예상보다 크게 늘었지만, 위안화 대출 잔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4.8%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면서 “신규 대출 반등에는 정책금융의 프로젝트 투자·기업 자금 지원이 영향을 미쳤는데, 정부가 대출을 떠받치고 있지만, 부동산 침체와 취약한 소비심리는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만들어내는 대출 증가와 국민이 체감하는 회복 사이에 간극이 벌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 간극은 노동자의 생활에서 확인된다. 로이터가 7월 취재한 장쑤성의 27세 통신설비 유지보수 노동자 잭 천은 회사의 임금 삭감과 유류수당 폐지 이후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용카드·온라인 대출·자동차 대출 등 약 14만 위안(2,801만 2,600원), 자신의 연봉에 맞먹는 빚이 문제였다. 식비와 월세, 기름값을 제외한 지출을 줄였지만 빚은 불어났고 신규 대출도 거절당했다.
직장이 있어도 생활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월급과 수당이 줄면 과거 소득을 기준으로 받아둔 대출은 무거운 짐이 된다. 이런 가계에 금리를 조금 낮춰주며 소비를 권한다고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살 여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소비 촉진’과 국민이 마주하는 ‘이번 달 상환일’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다.
[해고 피하려 소득 27% 삭감 받아들였다]
소득 압박은 다른 취재에서도 드러난다. 로이터는 3월 중국의 사회보험 개혁 이행 상황을 점검하면서 일부 기업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을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재에 응한 26세 금융업 종사자 위 씨는 해고 압박 속에서 실수령 소득이 27%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였다. 노동자의 안전망을 강화하려는 제도가 현장에서는 임금 압박과 맞물린 것이다.
이는 중국 노동자 전체의 임금이 같은 폭으로 줄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 부진이라는 통계 뒤에 어떤 압박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득이 4분의 1 이상 감소하면 외식과 여행, 내구재 구입부터 줄여야 한다. 기존 대출과 월세처럼 당장 줄이기 어려운 지출이 있다면 소비 축소 폭은 더 커진다. 절약은 취향이 아니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 된다.
노동에 대한 불만도 소비 의사와 연결되고 있다. 로이터는 9월 29일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주말 대체근무와 장시간 노동에 대한 반발을 전했다. 27세 수지 리는 자신의 주말을 빼앗는 제도에 항의한다며 연휴 동안 여행과 음식 배달, 택시 이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매력 문제에 노동 조건에 대한 불만까지 겹쳐 소비를 억누르는 모습이다.
[일거리가 있어도 질병과 노후가 불안하다]
배달과 차량 호출 같은 플랫폼 노동이 늘어나는 현상도 일자리 숫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로이터는 7월 중국의 긱 경제를 분석하면서 차량 호출 운전자들의 지난해 소득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취재한 유연근무 노동자 12명 가운데 자발적으로 사회보험에 기여한다고 답한 사람은 2명이었다. 소규모 인터뷰지만 불안정 노동자의 안전망 문제를 보여준다.
매달 수입이 달라지고 몸이 아프면 일을 쉬어야 하는 사람에게 소비 확대는 부담스럽다. 지금 벌어도 다음 달을 확신할 수 없고, 의료비와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있다는 사실과 안정적인 소비 기반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 국민이 미래 지출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느낄수록 현재의 지갑은 닫히기 쉽다.
[생활의 압박이 연체로, 연체는 대출 문턱으로]
가계의 어려움은 금융권으로 이어진다. 로이터가 인용한 가베칼 드래고노믹스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가계 부실대출은 20% 이상 늘어난 2조2,200억 위안(444조 1,99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추가 부실을 막으려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를 위해 차입을 장려하지만 은행은 차주의 상환 능력부터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가계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새로운 빚을 꺼린다. 반면 돈이 절실한 가계는 소득과 신용 문제로 대출받기 어려워진다. 빌리지 않으려는 사람과 빌릴 수 없는 사람이 함께 늘어나면 금리 인하의 효과도 약해진다. 문제의 뿌리가 대출 비용을 넘어 소득과 상환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14일 중국의 신용 증가세 둔화에서 가계 차입 부진을 주요 부담으로 지목했다. 소비용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모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살펴본 노동자의 어려움이 개인의 사정에 그치지 않고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 살림 지원해야 할 정부도 이자 부담]
가계가 어려울수록 정부의 역할은 커진다. 그러나 정부도 과거 부채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올해 중앙정부 이자 지출 예산은 8,739억9,000만 위안(약 174조 8800억원)으로 6.7% 늘지만, 중앙정부 일반공공예산 수입 증가율은 1.8%에 그친다. 지난해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 등을 포함한 지방 정부성기금 본급 수입도 8.2% 감소했다. 국민 생활을 지원할 필요가 커지는 시기에 재정도 압박받고 있다.
이것이 정부의 지원 능력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같은 돈을 쓰더라도 어디에 배분할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새로운 생산설비와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월급이 줄고 상환일을 걱정하는 가계의 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 정책의 성과를 투자 규모뿐 아니라 국민의 소득과 생활 안정으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Why Times Insight | 국민의 월급봉투가 살아나야 중국경제도 살아난다]
중국 경제의 위기를 이해하려면 공장 생산량과 수출 실적에 앞서 국민의 월급봉투를 봐야 한다. 직장은 있는데 월급이 줄고, 지출을 줄여도 빚을 감당하기 어려우며, 일거리가 있어도 질병과 노후를 걱정한다면 소비는 살아나기 어렵다. 성장의 외형과 생활의 안정 사이에 벌어진 틈이 중국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첫째, 소비 위축을 단순한 절약 성향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해고와 임금 삭감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저축은 생존을 위한 대비다. 정부의 소비 독려보다 자신의 통장 잔액과 다음 달 월급이 중요하다. 생활의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 소비만 주문하면 정책은 국민의 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대출로 부족한 소득을 대신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돈을 빌리면 당장의 구매력은 생기지만 이후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 오늘의 소비를 위해 내일의 지출 여력을 줄일 수 있다. 임금과 수당이 깎인 노동자가 연체 위기에 몰린 사례는 그 위험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셋째, 시진핑 지도부는 산업 육성의 성과가 국민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답해야 한다. 첨단 공장을 늘리고 수출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가계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업의 생산 확대가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안정, 사회보험 개선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면 내수의 기반은 취약한 상태로 남는다.
넷째, 부실을 늦추는 것과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은 다르다. 만기 연장과 정책대출은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가계 소득이 회복되지 않으면 상환 문제는 다시 돌아온다. 과거 손실을 유지하는 데 자원이 묶일수록 새로운 일자리와 생활 지원에 쓸 여력도 압박받는다.
중국에 닥친 진짜 위기는 국민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결과보다, 돈을 쓰기 어려운 생활 조건이 굳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시진핑 지도부가 산업과 투자에 기울어진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계 소득과 사회안전망 강화로 옮기지 못하면, 대출을 늘려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는 평범한 국민이 빚 걱정을 덜고 자신의 월급으로 생활을 꾸릴 수 있는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