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자리 늘어난 중앙위…숙청이 남긴 신뢰의 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휘둘러온 숙청의 칼이 이제 자신의 통치 기반을 압박하고 있다. 중앙 지도부의 결원과 지방 수장의 잦은 교체가 겹치면서, 2027년 제21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공산당에 차기 지도부 구성이라는 난제가 떠올랐다. 자신이 발탁한 측근까지 제거한 상황에서 누구를 믿고 다음 임기의 국정 운영을 맡길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강력히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숙청이 오히려 중국의 미래를 준비할 능력을 약화시키는 역설이다

블룸버그는 28일, “지난 26일 개막해 29일까지 진행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는 인사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면서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는 2022년 선출된 정위원·후보위원 376명 가운데 약 291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당초 선출 인원 대비 77.4%”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참석 인원의 감소 추세는 이미 나타났는데, 정위원·후보위원을 합친 참석자는 2023년 2중전회 373명에서 2024년 3중전회 364명, 지난해 4중전회 315명으로 줄었다”면서 “이번 전망대로라면 그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조사와 제명, 장기 부재 등이 겹친 결과로, 시진핑이 3기 출범 당시 구성한 지도부가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충격이 가장 큰 곳은 군이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에 따르면 3기 출범 당시 7명이던 중앙군사위원회는 시진핑과 장성민 두 명만 남았다. 2022년 선출된 군 출신 중앙위원 44명 가운데 명목상 남아 있는 인원은 17명이지만, 최근 공개 활동이 뚜렷하게 확인되는 인물은 둥쥔과 장성민뿐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42명 낙마’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군 지도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심각하다.
정치국에서도 이번 임기 중 세 명이 축출됐다. 그런데 자리를 비우는 속도에 비해 후임 인선은 더디다. 브루킹스는 “지난 전체회의에서 군 출신 후보위원들의 정위원 승격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숙청으로 문제 인물을 제거한 뒤에도 후임자를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면, 인사 위기의 핵심은 공석의 숫자를 넘어 지도자가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회전문이 된 지방 수장…장기 정책보다 당장의 생존]
인사 불안은 베이징에 그치지 않는다. 블룸버그가 지난 20년간 지방 인사를 분석한 결과, 9월까지 집계한 성급 당서기의 평균 재임 기간은 시진핑 집권 첫 5년의 43개월에서 26.5개월로 약 38% 짧아졌다. 올해만 새 당서기 8명이 임명됐다. 지방의 경제와 인사를 책임지는 핵심 직책에서 교체가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기차 산업 거점인 안후이성과 청정에너지 중심지인 칭하이성에서는 2022년 제20차 당대회 이후 각각 세 명의 당서기가 거쳐 갔다. 물론 모든 이동이 숙청 때문은 아니다. 승진과 전보, 은퇴도 포함된다. 그러나 잦은 교체에 조사와 해임까지 겹치면 한 지역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시행착오를 고치며, 성과를 검증받을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산업 투자와 지방재정처럼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분야에서 부담이 된다. 새 지도부가 부임할 때마다 기존 사업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책임 소재를 따지면 행정의 연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 전임자가 조사받는 상황에서는 그가 추진했던 사업을 이어가는 판단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인사 불안이 정책 집행의 불확실성으로 번지는 경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의 빅터 시 교수도 “잦은 고위 관리 교체가 간부들의 시야를 단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 개혁이나 경제 성장보다 중앙의 최신 지시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당장의 정치적 위험을 피하는 일이 우선된다면, 어려운 경제를 돌파하는 데 필요한 판단과 실행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문제는 단순히 당서기의 임기가 짧아졌다는 데 있지 않다. 간부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살아남는다고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 숙청의 기준을 예측하기 어렵고 인사 이동까지 잦아지면, 장기적인 성과보다 상부의 의중을 읽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지속적인 개혁과 책임 있는 집행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인사 체계는 다른 방향의 유인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2027년 대규모 개편…누구를 믿고 올릴 것인가]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진핑은 내년 제21차 당대회에서 네 번째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널리 예상된다. 그러나 자신의 연임과 함께 일할 지도부를 구성하는 일은 별개다. 기존 연령 관례를 적용하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도 대규모 교체가 예상된다. 여기에 군사위원회와 정치국의 결원까지 고려해야 한다. 권력의 정점에 계속 머무르더라도 국정 운영을 맡길 인물을 다시 선택해야 하는 부담은 피할 수 없다.
중국의 고위 간부는 통상 지방과 중앙의 주요 직책을 거치며 경력과 성과를 쌓는다. 인사 이동은 경험을 넓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승진 경로 중간에 숙청과 갑작스러운 교체가 반복되면, 다음 지도부를 육성하고 검증하는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 약해진다. 중국에 관료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지도자의 신뢰까지 얻은 후보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최근 인사를 통해 새로운 정치국 후보들이 부상하고 있지만 다양한 경력과 정치적 신뢰는 다른 문제다. 시진핑이 직접 발탁한 측근들까지 숙청된 상황에서 새 후보들은 무엇으로 신뢰를 증명해야 할까? 충성의 표현을 강화한다고 청렴성과 정책 능력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인사 체계의 문제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메리칸대학교의 조셉 토리건 교수는 “시진핑이 지난 당대회 이후 많은 중앙위원에 대한 신뢰를 잃었으며, 다음 인선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심사와 처벌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새 인물의 기용을 꺼려 기존 지도부를 유임한다면 세대교체가 지연될 수 있다. 어느 선택을 하든 숙청 이후의 신뢰 문제를 풀어야 한다.
[Why Times Insight ; 권력을 지킬수록 어려워지는 통치]
자기 강화형 함정의 구조. 시진핑의 딜레마는 하나의 순환 고리로 요약된다. 숙청이 측근의 부패를 드러내고, 드러난 부패가 불신을 키우며, 불신은 더 엄격한 심사와 처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후보군을 줄인다. 토리건 교수의 전망대로 2027년 인선을 앞두고 심사가 강화된다면, 이 고리는 오히려 더 빠르게 돌 가능성이 크다. 권력 공고화의 도구였던 숙청이 통치 역량을 잠식하는 메커니즘으로 전환된 셈이다.
'충성'과 '역량'의 교환. 성 당서기 재임이 26.5개월로 줄었다는 것은 단순한 인사 지표가 아니다. 지방 수장들이 하나의 정책을 기획해 성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자리를 옮긴다는 뜻이다. 빅터 시 교수의 지적처럼 관료들이 장기 개혁보다 중앙의 최신 지시에 반응하는 데 집중하면, 지방재정 위기와 투자 침체라는 구조적 과제는 뒤로 밀린다. 중국 경제가 가장 장기적 안목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인사 시스템은 정반대 유인을 만들고 있다.
노령화와 후계 공백의 위험. 새 인물을 믿지 못하는 지도자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은 '이미 아는 사람'을 붙잡아 두는 것이다. 정년 관행을 깨고 현 지도부를 유지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73세 지도자 주변에 고령 측근이 겹겹이 남는 구조가 굳어진다. 이는 단기적으로 안정처럼 보이지만, 검증된 후계자 없이 체제가 한 사람에게 더 의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장기적 불확실성을 키운다.
군 지휘 체계의 공백. 중앙군사위가 2명으로 줄고 군 출신 중앙위원이 사실상 전멸한 상황은 인민해방군의 지휘 연속성과 작전 준비 태세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만 문제 등 안보 현안과 맞물려 주변국이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부패를 적발하고 책임을 묻는 일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측근을 반복해서 제거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간부를 지속적으로 선발하고 감독하는 체계를 만들지 못한다면, 숙청은 끝없는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측근의 비리가 불신을 키우고, 불신이 심사와 처벌을 강화하며, 그 과정에서 간부들이 정치적 안전을 더욱 우선하는 순환이다. 처벌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과 통치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중국이 어려운 경제에 대응하고 다음 세대 지도부를 준비하려면 경험의 축적, 정책의 연속성,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숙청의 위협과 잦은 교체가 이 기반을 약화시킨다면 그 비용은 중국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떠안는다. 시진핑이 스스로 판 함정은 당장 권력을 잃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 중국을 제대로 통치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능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