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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대화 불발로 본 미국의 대북 접근법…최대압박 의지 불변 2018-02-22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의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이 ‘최대 압박’의 연장선이었다고 말했다
- 백악관 당국자는 신문에 만약 대화가 이뤄졌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대북 입장이 약화되는 것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고, 명확하다.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 방문 기간 중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과 만날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북 대화’의 조건과 내용이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VOA(미국의 소리)가 전했다.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부인 카렌 여사가 방한 기간 중인 지난 9일 평택에서 탈북자들과 환담했다. 이 자리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도 참석했다. [사진:백악관]


VOA는 일각에서 이번 대화 결렬의 이유를 펜스 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과 관련, 펜스 부통령의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펜스 부통령은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인 2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한국에 간다며, 목적이 ‘대북 압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 당국자도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 등의 만남을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이 ‘최대 압박’의 연장선이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결국 대화가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미리 예정했던 ‘최대 압박’ 행보를 그대로 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런 의지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 중간 기착지였던 알래스카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선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가 올림픽에 가는 건 북한이 동계 올림픽이라는 강력한 상징성과 배경을 정권의 진실을 가리는 데 사용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었다. 


또 한국에 앞서 방문한 일본에서도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곧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과 함께, 평창에 가는 목적 중 하나는 북한이 세상에서 가장 폭압적인 정권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아예 닫진 않았었다. ‘지켜보자’는 말이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펜스 부통령은 ‘만약’이라는 전제를 달아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는 경우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었다. 모두 한국 도착 이전에 나온 발언들이다. 


이는 설령 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자신의 메시지는 동일할 것이라면서 그 메시지를 북한이 영원히 핵과 탄도미사일 야욕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소개했었다.


 또 미국과 동맹들이 자유와 국민들을 방어하는데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고, 북한이 기만과 도발의 오랜 행동양식을 접어둬야만 한반도의 평화적인 결과를 향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대화가 이뤄졌을 경우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VOA는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 정권과의 만남이 협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었다. 또 백악관 당국자는 신문에 만약 대화가 이뤄졌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대북 입장이 약화되는 것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의 강경한 입장은 북한도 꽤 오랜 시간 목격한 것이었을 텐데,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대화 제의를 한 게 아닌가하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북한이 대화 제의를 통해 펜스 부통령의 대북 압박 행보를 막으려 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선전 공세’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표현이 닉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닉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은 “북한은 (펜스) 부통령이 메시지를 순화시키기를 희망하면서 만남을 저울질 했다”면서 이는 북한이 올림픽을 국제적인 선전 장소로 만들 수 있도록 했을 것이었다고 지적했었다. 따라서 에이어스 비서실장은 펜스 부통령이 폭정으로부터 도망친 탈북자들을 만났고, 본질적으로 북한에 의해 살해된 아들을 둔 프레드 웜비어를 초청했으며, 북한의 끔찍한 인권 기록과 수많은 자국민에 대한 노예화를 지적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이미 북한의 의도를 간파했다는 의미이다. 물론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를 통해 대북 압박 분위기를 약화시키려 했다고 가정한다면, 펜스 부통령은 그런 유화공세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기존의 발언에 맞춰 행동을 한 것이다.


VOA는 북한이 애초부터 대화에 진지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에이어스 비서실장은 북한이 펜스 부통령의 강경한 행보 때문에 대화를 거부했을 수도 있지만, 북한이 미국과 마주앉는데 있어 전혀 진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밝혔었다. 


실제로 북한은 만남 2시간을 앞두고 취소를 통보했는데, 이는 펜스 부통령은 만남이 예정됐던 10일은 물론이고, 그 이전부터 줄곧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의 행보에 불만이 있었다면 강경 발언이 한창이던 10일 이전에 했어야 맞다는 것이다.


▲ 미국 평창올림픽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8일 청와대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양측이 만날 장소가 청와대로 예정됐던 점에 대해서도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청와대를 중립적인 회담 장소라고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이번 대화에 한국 측은 빠지기로 했다는 점이다.


VOA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양측의 대화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있다고 전했다.


물론 대화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북한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당분간 미국은 ‘최대 압박’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다면, 미국 입장에선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수 차례 강조했었다. 다만 비핵화를 전제로 해야 이 단순한 만남 성격의 대화가 ‘협상’으로 이어진다고도 밝힌 만큼, 북한이 이런 현실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대화를 먼저 제안한 게 북한이었는데 이에 대해 VOA는 제재와 압박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사상 유례없을 정도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 요인이라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도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대 압박 캠페인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전례 없는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고 표현했었다. 결국 제재의 고통에 시달리는 북한이 대화 제의를 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고, 명확하다.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북한이 유화공세를 펼쳐도 이런 입장이나 자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런 상황을 탈피하고자 한다면 이미 열려 있는 대화의 문으로 들어오고, 핵 폐기를 전제로 한 협상에 임하라는 게 미국 정부의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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