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대 오른 中 전기차 신화, 정부 보조금 축소·공급망 규제 직격탄]
중국 전기차 굴기의 상징이던 BYD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하청업체 대금을 최장 300일 넘게 미루며 유지해 온 공급망 금융 구조가 당국 규제에 막히고, 수년간 성장을 떠받쳐 온 정부 지원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BYD의 헝다 모멘트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경고까지 나온다.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중국식 성장모델 자체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2일, “중국 전기차 업계 1위 기업인 비야디(BYD)가 공급망 금융 규제 강화와 정부 보조금 축소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하면서 ‘제2의 헝다 사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대만 재계 인사인 셰진허(謝金河) 재정미디어그룹 회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야디의 ‘헝다의 순간(Evergrande Moment)’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자유시보의 보도대로 세계 전기차 1위 BYD가 전방위적 재무 압박에 직면하면서 업계 안팎의 우려가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BYD는 2026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5.4% 급락한 40억 8,000만 위안(약 7,900억 원)을 기록했다”며 “이는 202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가파른 분기 순이익 하락폭”이라고 밝혔다. FT는 이어 “수익만 무너진 것이 아니다”며 “영업활동의 현금 흐름은 67.5% 쪼그라든 27억 9,000만 위안에 그쳤고, 매출도 11.8% 줄어든 1,502억 위안으로 3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화려한 성장 서사 이면에 쌓여온 구조적 취약성이 숫자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디체인'의 민낯 — 300일 외상으로 만들어낸 성장 신화]
BYD의 위기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BYD 위기론의 핵심에는 '디체인(迪链)'이라는 자체 공급망 금융 시스템이 있다”면서 “겉으로는 공급망 효율화를 표방했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딜러사(경판상)를 무이자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어 “차량을 인도받은 딜러사에 현금 대신 내부 전자 어음을 발행하고, 실제 대금은 최장 300일 이상 유예한 것인데, BYD는 이 무이자 자본을 바탕으로 전 세계 공장을 확장하고 가격 인하 전쟁을 지속해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홍콩 회계 분석기관 GMT 리서치는 이 구조를 오래전부터 지목해왔다”면서 “GMT는 ‘구조가 어떠하든 이는 명백히 자금조달의 한 형태, 즉 숨겨진 부채라고 단언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GMT 애널리스트 나이젤 스티븐슨은 “BYD가 이러한 부채를 운전자본의 일부인 것처럼 위장하는 교묘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BYD가 공급망 금융에 중독(addicted)됐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숨겨진 부채의 규모도 충격적이다. GMT 리서치는 “매출채권이 매각 또는 담보 제공을 통해 대차대조표에서 제거된 부분을 복원하고 90일 초과 미지급금을 부채로 재처리했을 때, BYD의 실질 순부채는 2024년 6월 말 기준 3,230억 위안(약 46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BYD가 공식 발표한 순부채 277억 위안의 11배가 넘는 수치”라고 짚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Kiel Institute for the World Economy)가 2024년 4월에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BYD는 중국 국가 자금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직접 보조금만 37억 달러에 달했으며 2022년 한 해에만 이 금액이 BYD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의 칼날 — '60일 규정'이 뒤흔든 재무제표]
BYD의 공급망 금융 관행에 가장 먼저 제동을 건 것은 역설적으로 중국 정부였다. 포츈(Fortune)지는 “중국 당국은 지난해 3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새 규정을 발표하고, 대금 결제 기한을 업계 관행인 60일 이내로 제한하며 대기업이 중소업체에 약속어음 등 비현금 결제를 강요하거나 이를 통해 지급을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했다”면서 “이 규정은 올해 6월부터 발효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중국 산업정보화부(MIIT)와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지속 불가능한 '내권식(內卷式)' 가격 전쟁을 억제하겠다고 천명했고, BYD를 포함한 17개 완성차 업체가 60일 이내 공급업체 대금 결제를 약속하는 협약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승용차협회 쉬이 둥수 사무총장은 “60일 결제 서약 도입은 정부가 내권식 경쟁에 반기를 든 것”이라며 “이는 헝다와 유사한 시나리오의 위험을 줄이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내권식 가격 전쟁‘이란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와 기술 혁신 저하를 초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한계에 이르는 저가 덤핑과 소모적인 '제 살 깎기' 출혈 경쟁을 벌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결제 유예 기간이 300일에서 60일로 단축되는 순간, 그동안 공급망 밖에 숨겨져 있던 부채가 일거에 BYD의 연결 재무제표로 귀환하게 된다”면서 “그 충격은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올해 1분기 말 기준 BYD의 단기 차입금은 663억 위안으로, 불과 3개월 만에 72% 폭증했다. 이는 유동성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짚었다.
[보조금 없이는 적자 — 수익성의 실체]
BYD의 수익성 논란도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대만 재정미디어그룹 회장 셰진허(謝金河)는 “BYD가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2025년 보조금이 약 134억 7,000만 위안에 달하며, 이를 제외하면 BYD는 지난해 사실상 흑자를 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공식 통계로도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 전기자동차 전문매체인 일렉트릭 비히클(eletric-vehicles)은 “BYD가 2025년 수령한 정부 보조금은 124억 7,000만 위안으로, 이는 그해 순이익의 38.2%에 해당하는 규모”라면서 “보조금이 없었다면 이익의 3분의 1 이상이 사라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1년 전 예언의 귀환-'헝다 모멘트'는 경고였나, 예언이었나]
미국의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The Hill)은 “BYD를 향한 '헝다 비교론'은 1년 전 이미 공개 무대에 올랐다”며 “창청자동차 웨이젠쥔 회장은 BYD가 20개 이상의 차종 가격을 대폭 인하한 직후 SNS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자동차 산업의 헝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아직 폭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경고했다”고 짚었다. 더힐은 “이틀 뒤 BYD 브랜드·PR 총괄 리윈페이(李云飞) 상무는 ‘솔직히 혼란스럽고 화가 나며, 이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는 반박 성명을 냈다. 논란은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의 개입으로 봉합됐지만, 경고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헝다의 선례는 이 경고가 얼마나 무거운 의미인지를 말해준다. 한때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이자 포춘 500대 기업이었던 헝다는 2020년 베이징이 부동산 기업에 '세 가지 레드라인(三道红线)' 규제를 도입하면서 2021년 폭발했다. 이후 두 개 회계연도에 걸쳐 8,000억 위안 이상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고, 총부채는 2조 4,000억 위안이라는 중국 기업 역대 최악의 수치를 남겼다. 비유의 핵심은 간단하다. 정부의 정책 전환이 과잉 레버리지 기업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은 손을 뗐나 — 전략산업 지위 박탈의 의미]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중국 정부의 태도 전환이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은 2026~2030년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신에너지차(NEV)를 전략 신흥산업 목록에서 제외했다”며 “이는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은 이 결정이 베이징이 EV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시대를 사실상 마감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해석한다”고 짚었다. 유라시아그룹 중국 담당 이사 댄 왕은 “EV를 다음 5개년 계획에서 제외한 것은 해당 산업이 더 이상 우선 정책의 필요성이 없다는 공식 인정”이라며 “이제부터는 시장이 생존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2022년 말 국가 차원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공식 종료했으며, 구매세 면제 혜택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이 EV 산업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판단하고 추가 발전을 시장 원리에 맡기기로 했다고 본다.
[주식시장의 경고등 — 자동차주 줄줄이 신저가]
자본시장도 이미 비상등을 켰다. 블룸버그는 “BYD의 이익은 2025년 연간으로 4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주요 중국 EV 주식들은 이익 급락 속에 무차별 하락했다”며 “BYD뿐 아니라 샤오미·리샹(理想)·니오(蔚来)·링파오(零跑)·샤오펑(小鹏) 등 중국 자동차 관련주가 줄줄이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급격히 불어난 부채가 BYD의 현금 흐름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BYD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단순한 기업 실적 악화가 아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방정부의 지원, 공급망 금융이라는 세 개의 축 위에서 성장해 온 중국식 산업 육성 모델이 이제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사건에 가깝다.
헝다가 무너졌을 때 시장은 그것을 부동산 기업 하나의 실패로 보지 않았다. 과도한 레버리지와 정부 지원에 의존한 중국 성장 모델 전체의 균열 신호로 받아들였다. 지금 BYD를 향해 제기되는 '헝다 모멘트'라는 표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만약 BYD가 보조금 축소와 공급망 금융 규제라는 이중 충격을 흡수하며 독자적인 수익 구조를 입증한다면 중국 전기차 산업은 진정한 성숙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해외 시장 확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유동성 압박이 심화될 경우, BYD의 위기는 단순한 기업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제조업 성장 전략 전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