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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찰] 597m에서 멈춘 중국몽…시진핑의 마천루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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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찰] 597m에서 멈춘 중국몽…시진핑의 마천루가 무너진다 - 관영매체조차 외면 못한 '유령 마천루'의 경고 - 토지재정 모델의 구조적 붕괴 - 중국판 류경호텔, 그 유사성과 차이
  • 기사등록 2026-05-30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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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조차 외면 못한 '유령 마천루'의 경고]


중국 경제 굴기의 상징이었던 초고층 마천루들이 전국 곳곳에서 절반만 지어진 채 멈춰 서 있다. 한때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추진했던 '세계 최고층', '지역 최고층' 프로젝트들은 이제 부동산 위기와 지방재정 파탄을 상징하는 거대한 흉물로 변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중국 관영매체들조차 이를 "도시의 흉터"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건설 실패가 아니라 중국 성장 모델 자체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계열 매체 ‘베이징일보’와 ‘반월담’이 이례적인 자기비판성 보도를 쏟아냈다. 중국 각지에 난립한 초고층 미완성 건물들에 대해 ‘도시의 흉터(城市疤痕)’, ‘만지기도 뜨거운 감자(燙手山芋)’, ‘반쪽짜리 공사(半拉子工程)’라는 표현을 공식 지면에 올린 것이다. 어느 권위주의 체제에서나 그렇듯, 관영매체가 이 정도의 직접적 비판을 허용했다는 것은 그 문제가 이미 덮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미완공 450미터 이상 초고층 건물'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선전·상하이·광저우·청두·난징·우한·톈진·선양·다롄·푸저우·시안 등 주요 도시에 걸쳐 수십 개의 초고층 프로젝트가 '공사 중단', '방치', '사실상 포기' 상태에 놓여 있다. 한때 "중국 제1고층", "화중(華中) 제1고층", "북방 제1고층"이라는 구호를 달고 지방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던 건물들이다.


그중에서도 톈진 골딘 파이낸스 117(Goldin Finance 117)은 이 문제의 가장 상징적인 사례다. 베이징일보는 “‘톈진 골딘 파이낸스 117’은 설계 높이 597미터, 117층 규모로 2008년 착공했으나 2015년 개발업체 자금난으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면서 “이후 약 10년간 방치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방치된 마천루’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었고, 18년에 걸친 이 건물의 역사는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와 초고층 개발 퇴조 모두를 상징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일보는 이어 “최근 국가 주도의 구조 조정을 통해 공사가 재개됐으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같은 시기, 청두의 468미터급 그린랜드 청두 타워(绿地蜀峰468)도 2023년 이후 중단됐던 공사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공사 재개가 곧 경제적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톈진의 오피스 시장은 2015년 이후 현저히 약화됐으며, 이미 530미터의 톈진 CTF 파이낸스 센터가 완공돼 운영 중인 상황에서 두 번째 초고층 타워의 경제적 생존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면서 “이번 재개가 실질적 수요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라는 점을 거리낌 없이 지적하는 분석가들도 있다”고 짚었다. 


선전 세마오 프로젝트는 또 다른 차원의 충격을 준다. 2016년 239억 위안(약 4조5000억 원)이라는 역대급 가격으로 부지를 낙찰받은 세마오그룹은 총 500억 위안을 투입해 700미터짜리 '중국 제1고층'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2026년 5월, 국영기업 화룬저디(華潤置地)가 70억 위안 남짓에 해당 부지를 인수하며 초고층 계획을 완전히 철회하고 주거 단지로 전환했다. 불과 9년 만에 토지 가치가 70% 이상 증발한 셈이다.


[토지재정 모델의 구조적 붕괴]


이 현상의 심층을 이해하려면 중국 특유의 '토지재정(土地財政)'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토지 사용권을 개발업체에 매각해 재정 수입을 확보하는 이 구조는 1990년대 이후 중국 고도성장의 핵심 연료였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는 “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은 2021년 8조4900억 위안에서 2025년 4조1500억 위안으로 5년 사이 50% 이상 급감했다”면서 “지방정부는 토지 매각 수입 감소를 메우는 동시에 저가 주택 공급 보조와 미완성 주택 건설 재개를 위한 재정 지출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 압박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 부채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국 리더십 모니터(China Leadership Monitor)는 “토지 금융과 연계된 기타 부채까지 포함한 지방정부 총부채는 2025년 말 기준 18조9000억 달러(약 2경6000조 원)에 달했다”며 “IMF는 2023년 말 기준 LGFV(지방정부 금융수단) 부채만 8조 달러(중국 GDP의 47%)에 이르며, 이 가운데 75%를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헝다(恒大)그룹 하나만으로도 300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축적한 끝에 2024년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을 받았으며, 150만 가구의 미완성 주택과 수십 개의 공사 중단 현장을 남겼다. 


[외신들이 진단하는 '정치와 건설의 결합']


서방 주요 외신들은 이 문제를 단순한 시장 실패가 아니라 정치적 인센티브가 시장 논리를 구조적으로 왜곡한 결과로 분석한다. 독일 구조 엔지니어링 전문매체 달루발(Dlubal)은 “정책과 건설의 분리 부재가 공사 기간·품질 양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관료적 지연, 부적절한 의사결정 과정,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중첩되며, 정치적 이상이 독립적인 건설 감리나 품질 관리보다 우선시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비록 해당 분석은 북한 건설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정치적 목표가 시장 논리를 압도하는 중국의 초고층 개발 구조에도 상당 부분 적용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듀크대 로스쿨의 조 스통(Qiao Shitong) 교수는 CNN 계열 매체에 기고한 분석에서 “당국은 미완성 프로젝트가 그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흉물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공사 재개 결정이 경제성보다 정치적 부담 해소를 우선한 것”임을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중국 지방정부의 초고층 개발 관행은 지역 GDP 수치를 끌어올리고 토지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규정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그 배경에는 지방 관료들을 경제지표로 평가하는 중앙의 성과주의적 간부 시스템이 있는데, 중국이 경제적 성과를 체제 정당성의 근거로 삼는 권위주의 국가인 이상, 성장 목표 달성은 항상 최우선 과제였다”면서  “초고층 빌딩은 그 구도에서 가장 가시적인 '실적 증명 도구'였던 셈”이라고 짚었다. 


[중국판 류경호텔, 그 유사성과 차이]


이 지점에서 외신들이 공통적으로 끌어들이는 비교 대상이 있다. 북한 평양의 류경호텔이다. 류경호텔은 냉전 시대의 체제 경쟁 산물이었다. 한국이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고 자본주의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동안, 북한은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기획하며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정치적 응답으로 탄생한 건물이었던 것이다. CNN은 “이 건물 꼭대기에 남아 있던 녹슨 크레인은 전체주의 국가의 좌절된 야망을 상기시키는 유물”이라고 묘사했다.


그런데 기네스북에 '가장 높은 빈 건물'로 등재됐던 류경호텔은 결국 그 불명예 기록을 중국의 골딘 파이낸스 117에 넘겨줬다. 세계 최악의 방치 마천루 타이틀이 평양에서 톈진으로 이전된 것이다.


표면적 유사성은 분명하다. 체제 과시욕에서 비롯된 기획, 실제 수요와 무관한 규모 경쟁, 외부 자금 의존과 그 단절, 그리고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관성. 이 네 가지 패턴은 두 나라의 초고층 방치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중국의 경우 골딘 파이낸스 117 프로젝트 재개를 위해 2026년 1월 톈진 시 고위 관료들이 중국 CITIC그룹, 중국 국가건설공사(CSCEC), 중국 신다(Cinda) 경영진과 직접 협의에 나섰다. 17개 기업이 이미 임차 계약을 체결했으며, 그 가운데 7개는 국영기업이다. 적어도 시장 기능과 국가 자원이 결합해 문제를 수습하는 능력은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에서는 이런 구조 조정 자체가 시스템상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절반쯤 올라간 채 멈춰 선 중국의 마천루들은 단순한 건설 실패의 흔적이 아니다. 그것은 지방정부가 토지를 팔아 성장하고, 개발업체가 부채를 늘려 확장하며, 중앙정부가 성장률로 체제 정당성을 입증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과거 중국은 초고층 빌딩을 통해 성장의 자신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금 그 철골 구조물들은 더 이상 미래를 상징하지 않는다. 오히려 토지재정의 한계, 지방정부 부채의 위험성, 그리고 경제보다 정치가 우선했던 성장 모델의 후유증을 보여주는 거대한 기념비에 가깝다.


결국 중국이 직면한 문제는 마천루 몇 채를 완공하느냐가 아니다. 토지재정 이후의 성장 모델을 찾을 수 있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디플레이션과 부채 위기를 통제할 수 있느냐가 진짜 시험대다. 오늘도 중국의 도시 곳곳에 멈춰 선 크레인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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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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