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인프라·제조업 동반 이탈…'세계 최대 투자처 중국'의 균열]
글로벌 자본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제조업 공장만이 아니다. 한때 성장의 핵심으로 평가받았던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인프라까지 투자 철수 움직임이 확산되며, 중국 경제를 떠받쳐온 '세계 최대 투자처'라는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글로벌 공급망은 동남아와 인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탈중국은 이제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재편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 “화평투자(Warburg Pincus)의 지원을 받는 프린스턴 디지털 그룹(Princeton Digital Group·PDG)이 최대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규모의 중국 자산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면서 “프린스턴 디지털 그룹(PDG)은 랑팡, 베이징, 난징, 난퉁, 상하이, 포산, 시안 등 중국 7개 주요 도시에 걸쳐 총 286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산 처분이 아니라, 서방 사모펀드(PE) 대형사들이 한때 '성장의 핵심 거점'으로 삼았던 중국 디지털 인프라 투자 모델이 구조적 재편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프린스턴 디지털 그룹(PDG)은 중국 자산을 처분하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240MW 규모 데이터센터 부지를 신규 확보하고, 120MW 캠퍼스 구축을 위한 8억 5,600만 달러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을 떠나는 자본이 아세안(ASEAN)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FT는 “2017년부터 베인 캐피탈(Bain Capital), 화평투자(Warburg Pincus), 칼라일(Carlyle) 등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의 클라우드 서비스 폭발적 수요를 겨냥해 중국 데이터센터 시장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며 “안정적 임대 수익과 고성장 클라우드 시장의 결합은 당시 사모펀드 업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 공식 중 하나였다”고 짚었다.
그러나 그 황금기는 빠르게 저물었다. 중국 당국의 사이버 보안 및 데이터 거버넌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소유가 점점 민감한 정치적 리스크를 띠기 시작했고, AI 수요 확대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이 투자자들의 엑시트 판단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인→칼라일→PDG: 글로벌 PE의 연쇄 엑시트]
프린스턴 디지털 그룹(PDG)의 매각 추진은 돌발 사건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글로벌 PE들의 중국 디지털 자산 처분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왔다.
블룸버그는 “지난 해 9월 10일 베인 캐피탈은 자사 데이터센터 운영사 윈트릭스(WinTriX·구 Chindata)의 중국 사업 전체 지분을 선전 동양광 인더스트리(Shenzhen Dongyangguang Industry)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약 40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거래는 올해 1월 16일 공식 완료됐다”고 밝혔다.
중국 데이터센터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이 거래에서 베인은 중국 밖의 브리지 데이터센터(Bridge Data Centres) 자산은 보유를 유지했다. 이는 중국 철수와 아시아 타 지역 집중이라는 전략의 선명한 이분법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닝더스다이)은 지난 5월 13일 중국 데이터센터 기업 세기인터넷(VNET Group)의 클래스A 주식 약 6억 5,000만 주를 주당 1.4486달러에 취득한다고 발표했다. 거래 규모는 약 9억 4,2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달하며, 완료 시 CATL의 VNET 지분율은 약 38%에 이르게 된다.
이 거래의 이면에는 칼라일의 사실상 전략적 철수가 자리하고 있다. 칼라일은 2020년 전환사채를 통해 VNET에 투자했으나, 이후 중국 국유자본의 재융자와 CATL 연계 지분 취득이 이어지며 중국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익스포저를 꾸준히 낮춰왔다. CATL의 이번 지분 취득은 서방 자본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 산업 자본이 채우는 구조적 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뿐 아니다. FT는 지난 2월 23일, “KKR, 블랙스톤, CVC 캐피탈 파트너스, 화평투자, 칼라일 등 주요 글로벌 PE 대형사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 본토 바이아웃 투자에서 공개 확인된 완전 엑시트를 단 한 건도 완수하지 못했다”며 “이는 중국 PE 시장이 사실상 '출구 없는 시장'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엑시트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그 구조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IPO나 해외 전략적 투자자로의 매각이 일반적이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중국 국내 매수자, 특히 국유 자본이나 중국 산업계로의 처분에 의존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자본 이동 자체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다.
[역대 최저 추락한 대중 FDI: 숫자가 증명하는 구조적 위기]
데이터센터라는 특정 섹터의 철수를 넘어, 중국 전반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통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급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2월 24일, “2024년 중국의 순 FDI는 1990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인 1,680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쓰이 글로벌 전략연구소도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실제 유입 FDI 기준으로는 2024년 대중 외국인 직접투자가 45억 달러에 그쳐 1991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2021년 최고치인 3,441억 달러의 단 1.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중국 상무부(MOFCOM)는 “2025년 한 해 중국의 실제 외국인투자 유치액은 7조 4,769억 위안(약 1,047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9.5% 줄었다”며 “올해 1~2월에도 FDI는 전년 동기 대비 5.7% 추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무부도 ‘2025년 투자환경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기술 기업들에 제조·R&D 시설을 중국 내에 두도록 압박하는 한편, 데이터 수집·저장·처리·공유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외자 기업들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지식재산권 우선 감시 대상(Priority Watch List)에 2025년에도 이름을 올린 사실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호주국제문제연구소(AIIA)는 이 같은 복합적 요인들을 분석하며, “중국과 주요국 간의 금리 격차 확대,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미중 긴장 고조가 겹치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사업 확장 의욕을 꺾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의 공장'도 무너진다: 제조업 공급망 대이동]
금융 자본의 이탈과 동시에, 글로벌 제조 공급망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상승한 인건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3중으로 겹치며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됐다.
애플은 2026년 4월 이후 인도에서만 아이폰 조립으로 140억 달러 상당의 물량을 처리했으며, 2028년까지 전체 아이폰 생산의 25%를 인도에서 만들 계획이다. 아이패드 생산은 베트남으로 이전됐고, 맥북 생산도 일부 베트남으로 이전됐다. 구글은 픽셀 스마트폰 생산을 베트남과 인도로 넘겼으며, 삼성은 인도와 베트남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HP는 대응 속도를 더 높였다. 당초 2025년 9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던 북미향 제품의 탈중국 생산 계획을 6월로 앞당겨, 거의 모든 미국 수입품을 인도·멕시코·태국·베트남·미국 본토로 이전 완료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는 “360개 응답 기업 중 30%가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하거나 실행하고 있다”며 “기술 관련 기업의 25%는 공급망 변경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델 등 미국 대표 기업들도 일부 제조 시설의 중국 이전을 시사했거나 실행 중”이라고 밝혔다.
맥킨지도 2025년 조사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제조 거점을 두었던 미국 다국적기업의 42% 이상이 완전 철수 또는 부분 철수 절차를 개시했다”며 “2025년 한 해에만 2만 2,000개 이상의 미국 연관 생산 라인이 중국 밖으로 이전됐다는 집계도 나왔다”고 짚었다.
한국 기업들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산업연구원 중국 북경지원은 지난 1월 발표한 '2025 중국 진출 한국 기업 경영 환경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간 중국 사업 철수를 전망한 기업이 9.7%, 사업 축소를 전망한 기업이 20.9%에 달했다”며 “응답 기업들은 2025년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현지 경쟁 심화, 내수 부진,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교란을 꼽았다”고 밝혔다.
대신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로의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동남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2023년 2,300억 달러로 5년 사이 70% 급증했으며, 이 추세는 2026년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자본의 행선지: 말레이시아·일본·인도가 새 목적지]
글로벌 PE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서 회수한 자금의 재배치 방향은 분명하다. 정치적 안정성이 높고 AI 인프라 수요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국가들로의 집중이다.
프린스턴 디지털 그룹(PDG)은 현재 싱가포르를 본사로, 중국·싱가포르·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한국·일본에 걸쳐 2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인도네시아에 수십억 달러를 신규 투입하고 있다.
KKR은 싱가포르계 STT GDC를 52억 달러에 인수하는 컨소시엄을 이끌었으며, 블랙스톤과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2024년 호주 에어트렁크(AirTrunk)를 16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들 모두 중국 밖의 아시아 태평양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를 선택한 것이다.
제조업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최근 5년간 급격히 증가했으며,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인도가 탈중국 자본의 주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