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군 기강 다지기 계속]
북한 국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은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확산한 가운데, 그가 이틀간 군 지휘관 대회를 지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정원도 사망설이 허위라는 취지의 판단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여정의 전방 시찰까지 ‘전권 장악’과 연결했던 해석은 무엇을 근거로 했는지 되물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북한 정보의 불투명성에 기대어 증거 없는 추측이 어떻게 급변사태 시나리오로 부풀려지는지 보여준다.

로이터통신은 10월 24일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김정은이 22~23일 평양에서 인민군 중대장대회를 지도했다”면서 “북한 측은 이번 행사를 지난 2월 제9차 노동당 대회 이후 처음 열린 전군적 규모의 회합으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김정은은 중대를 정예 전투단위로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최신 공개 동정은 지도자 사망에 따른 권력 공백이라는 온라인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새 시대 강군 건설과 중대장들의 임무’를 주제로 연설하며 사상적 정예화와 군기 확립, 부대 관리 및 병사 생활 개선을 요구했다. 핵심은 일선 지휘관들의 책임 강화다. 중대는 병사들의 훈련과 생활을 직접 관리하는 기본 전투단위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군사정책을 현장에서 이행할 하급 지휘관들에게 전투준비와 조직 통제의 책임을 부과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김정은은 올해 5월 17일에도 전군 사단·여단급 지휘관들을 소집해 전방부대 강화와 군사조직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중대장대회 역시 일선 부대의 전투력과 지휘관 책임을 강조해 온 흐름 속에서 볼 수 있다.
[뇌출혈·중국 내 치료·권력 승계…이야기는 커졌지만 증거는 없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 영국판은 20일 사망설의 출처로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쥔의 주장을 소개했다. 그는 김정은이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베이징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고 주장했다. 중국군 9000명의 평양 파견과 김여정의 권력 장악 주장도 제기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독립적으로 확인된 증거는 없었다.
병명과 병원, 파견 병력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등장하면 내부정보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야기의 구체성과 정보의 신뢰성은 다르다. 의료기록이나 신뢰할 만한 목격 증언, 병력 이동 자료가 없다면 세부사항이 늘어도 증거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주장에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북한 관영매체는 20일 김정은이 전날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의 피복·신발전시회를 방문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이 자료만으로 건강 상태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사망설에 배치되는 자료가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근거 없이 ‘대역’이나 ‘조작’ 가능성만 제기한다면, 어떤 자료가 나와야 주장을 수정할 것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국정원 역시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사망설이 허위라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9월 30일에는 김정은이 140㎏대 초고도 비만으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당시 뚜렷한 건강 이상 징후는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위험 요인이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뇌출혈이 발생해 사망했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다.
[김여정이 전방에 갔다고 전권 장악?…평양 권력 통제는 누가 하나]
김여정의 군사분계선 일대 시찰을 권력 승계와 연결한 해석은 특히 설득력이 떨어졌다. AP통신은 “김여정이 전방을 방문하고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확인된 것은 전방 활동과 대남 위협 메시지다. 그것이 김정은의 사망이나 김여정의 최고권력 승계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상식적인 상황 판단에서도 의문이 남는다.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하고 김여정이 권력을 넘겨받았다면, 당장의 최우선 과제는 평양의 당·군·보안기관과 핵심 지휘체계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는 일일 것이다. 지도부의 충성을 확보하고 명령체계의 공백을 막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처럼 긴박한 권력 접수의 순간에 왜 평양을 떠나 휴전선 인근까지 내려갔겠는가.
물론 전방 방문만으로 평양 내부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전권 장악의 증거’로 내세우는 것은 더욱 무리다. 승계를 주장하려면 공식 직함과 의전의 변화, 최고 의사결정권 행사, 핵심 기관의 충성 표명 등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대남 분야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했다는 사실과 국가·당·군의 최고권력을 넘겨받았다는 주장은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관련 해석을 소개한 국내 언론은 이 간극부터 검증했어야 한다. 김여정의 시찰이 사망설을 뒷받침한 것인지, 사망설을 먼저 믿은 사람들이 시찰에 승계 의미를 끼워 넣은 것인지 따져야 했다. 사실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대신 가설에 맞춰 사실을 해석했다면 판단의 순서가 뒤집힌 것이다.
[주변국 동향은 참고 정황…판단의 중심은 증거의 부재]
Why Times가 사망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핵심 이유도 주장의 중대성에 걸맞은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유고는 북한의 지휘체계와 권력 승계, 주변국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최초 주장자의 정보 접근 능력과 후속 정황을 엄격하게 확인해야 했다.
중국과 미국, 일본, 한국의 공개 대응도 참고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국경 부근의 비상근무도 없었고, 주한미군이 내부 경계태세를 바꾸지 않았다. 정확한 판단은 사망설을 입증할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고, 이후 공개 동정과 한국 정보당국의 평가도 그 주장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 소문에 낚인 분석, 언론은 무엇을 검증했나]
이번 사태에서 가장 경계할 것은 근거 없는 사망설 위에 권력 장악설을 올리고, 다시 그 위에 한반도 급변사태 전망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출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뒤에 붙은 분석이 아무리 정교해 보여도 토대는 취약하다. 추측을 여러 단계 연결한다고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김여정의 전방 시찰은 분석의 기본을 묻는 사례다. 긴박한 권력 승계가 진행 중이라는 가설을 세웠다면, 평양을 떠난 공개 행보가 그 가설과 어떻게 부합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그 질문을 건너뛰고 전권 장악의 징후로 소개했다면, 관측된 사실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소문에 의미를 보태준 셈이다.
국내 언론 전체를 같은 기준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 소문을 검증하며 소개한 보도와 사실인 듯 확대 재생산한 보도는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제목에서는 사망이나 승계를 강하게 암시하고 본문 끝에만 ‘미확인’이라고 덧붙였다면 책임 있는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 독자가 처음 접하는 제목과 썸네일에도 정보의 확인 수준이 드러나야 한다.
외신이 인용했다는 사실도 원래 주장을 입증해 주지 않는다. 여러 매체의 출처가 같은 SNS 게시물이라면 보도의 숫자만 늘어난 것이다. 기사의 숫자와 증거의 숫자는 다르다. 확인해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매체가 다뤘는지가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근거가 존재하는지다.
Why Times가 사망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북한 급변사태가 불가능해서가 아니다. 그런 중대한 판단을 내릴 만큼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판단을 바꾸면 된다. 그러나 증거가 없는 단계에서 확신을 팔아서는 안 된다. 정세분석의 신뢰는 가장 먼저 극적인 결론을 내리는 속도가 아니라, 확인된 사실과 추측의 경계를 지키는 데서 나온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