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바다에서 육지로 이란 압박 확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으면 세계가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정반대다. 걸프 산유국들의 원유 흐름은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정작 이란의 원유 수출은 급감했고, 미국은 이제 바다를 넘어 철도와 자동차산업, 해외 공급망까지 제재의 그물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제재 때문에 이란 경제는 초위기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영국 RAF 페어퍼드 공군기지 사건을 둘러싸고 이란 연계 가능성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테헤란은 경제적 고립을 넘어 외교·안보 고립까지 우려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자동차·철도 산업과 이들 산업에 물자를 공급하는 해외 기업들을 새롭게 제재했다”면서 “지난 8월 24일 시작된 미 재무부의 ‘경제적 추방(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이 이제 원유와 해운, 금융을 넘어 이란의 육상 산업과 물류망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제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왜 자동차와 철도인가’라는 점이다.
로이터는 이어 “이번 미국의 제재 조치는 이란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한 눈에 보여준다”면서 “미국의 해상봉쇄로 호르무즈를 통한 이란산 원유 수송이 급격히 위축되자 테헤란은 철도와 육상운송에 더 많이 의존하기 시작했는데, 원유뿐 아니라 비료와 화학제품, 각종 상품을 육상으로 돌리기 시작했지만, 미국의 이번 제재가 바로 이러한 대체 통로를 겨냥하면서 이란은 더 이상 숨 쉴 곳마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즉 이란이 바다에서 빠져나갈 길이 막히자 육지로 돌아섰고, 미국은 다시 그 육상통로를 따라 들어가 차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파문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제재 대상도 이란 경제의 핵심부다. 이란 최대 자동차업체인 이란코드로(IKCO)와 사이파(SAIPA)가 포함됐다. 두 회사는 이란 국내 자동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국영 이란철도회사(RAI)와 라자여객철도, 주요 민간 화물철도회사도 제재 대상이 됐다. 인도네시아·UAE·튀르키예·홍콩 등에서 이란 자동차산업에 부품을 공급해온 해외 업체들까지 제재망에 들어갔다.
미 재무부의 표현은 더욱 직설적이다. 재무부는 “자동차와 철도 산업은 이란에 남아 있는 중요한 산업·물류 기반”이라 규정하면서, “해상봉쇄가 작동하자 이란이 철도를 이용해 원유와 지역 교역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번 조치가 이란 정권의 수입원을 더욱 고갈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지금 미국의 대이란 전략은 단순히 원유수출을 막는 단계가 아니다. 이란이 원유수출 감소를 견디기 위해 찾아가는 대체 산업과 대체 운송로, 해외 공급업체와 금융 우회망까지 차례로 추적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한마디로 ‘바다를 막았더니 육지로 갔고, 육지로 갔더니 미국이 다시 따라왔다’는 것이다.
[왜 여기까지 왔나?…이란 원유 수출 급감]
그렇다면 미국은 왜 자동차와 철도까지 겨냥하기 시작했을까? 답은 이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돈줄인 원유에서 찾을 수 있다.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콘덴세이트 선적량은 지난 3월 하루 약 200만 배럴에서 7월 약 74만 배럴, 8월에는 약 22만~25만5000배럴 수준까지 급감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서도 ‘그림자 선단’과 원산지 세탁 등을 이용해 중국 등에 원유를 팔아왔던 이란이 이번에는 물리적인 해상봉쇄라는 훨씬 강력한 장벽을 만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란은 단순히 원유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생산과 저장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 유조선을 확보하기 어렵고 확보해도 봉쇄선을 넘어가기 힘들어지면서 원유를 생산해도 내보낼 곳이 부족해졌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 시작됐다. 원유라는 첫 번째 돈줄을 조인 뒤, 이란이 그 충격을 버티기 위해 의존하는 철도·자동차·금속·금융망까지 하나씩 압박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르무즈에서는 원유가 다시 흐른다]
이란 입장에서 더욱 뼈아픈 것은 자신이 최대의 전략적 무기로 생각했던 호르무즈 해협의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위협함으로써 세계 원유시장에 충격을 주고 미국과 걸프 국가들을 압박하려 했다. 세계 원유 교역의 핵심 통로를 흔들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결국 미국이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그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9월 말 Kpler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 흐름은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하거나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걸프 산유국들이 우회 송유관과 해상 환적을 확대하고 미국이 선박 보호를 강화하면서 이란의 봉쇄를 우회하는 새로운 수송체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서 이번 정세의 가장 중요한 역설이 나타난다. 이란은 제대로 원유를 팔지 못하는데 이란이 막으려 했던 다른 나라의 원유는 다시 세계시장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물론 호르무즈가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아니다. 석유제품과 일반 상선 운항에는 여전히 상당한 제약과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나 호르무즈를 막으면 세계 원유 수송 전체를 장기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이란의 전략적 계산에는 분명 균열이 생기고 있다. 결국 세계를 압박하기 위해 꺼내 든 호르무즈 카드가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이란 자신을 가두는 덫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 막히고 하늘 좁아지고…마지막 육로에는 트럭 행렬]
미국의 압박은 해상에만 머물지 않았다. 9월 하순 미국은 이란 항공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3국 공항과 급유업체, 지상조업사 등에 제재 위험을 경고했다. 이후 UAE와 이라크 등의 일부 주요 공항에서 이란 항공사 운항이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국제 항공망 전체가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란이 이용할 수 있는 하늘길이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는 분명하다.
결국 남은 것은 육로였다. 이란은 튀르키예·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라크·투르크메니스탄 등을 통한 육상교역을 늘리고 중국발 철도 화물도 확대했다. 그러나 갑자기 몰려든 물동량을 국경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병목이 발생했다. 튀르키예와 연결되는 주요 국경에서는 한때 이란 측에 약 3700대의 트럭이 몰렸고 일부 운전자는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장기간 기다려야 했다. 철도 역시 해상무역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운송능력에서 차이가 크다. 결국 바다가 막히자 육지로 몰렸지만 그 육지마저 미국의 새로운 제재와 물류 병목이라는 이중 장벽을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리알화 250만 대 1…경제봉쇄가 국민의 식탁을 덮쳤다]
경제적 압박의 결과는 통화시장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9월 29일 이란 리알화는 비공식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250만 리알을 넘어서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 핵합의 당시 달러당 약 3만2000리알과 비교하면 장기간 이어진 통화가치 하락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원유를 팔아 들어오던 달러가 줄고 수입 물품과 산업용 원자재 가격은 올라간다. 여기에 해상운송 차질과 육상 물류비 상승이 겹치면서 기업과 가계가 동시에 압박받는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이란 경제가 이미 완전히 붕괴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지만, 원유·외환·물류·산업생산·소비가 동시에 압박받는 복합적인 경제 생존 위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없다.
[설상가상 RAF 페어퍼드 사건…경제 고립 넘어 안보 고립까지?]
여기에 이란의 국제적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사건까지 영국에서 터졌다. 영국 경찰은 미군이 사용하는 RAF 페어퍼드 공군기지 인근 사건을 수사하면서 외국 정부 개입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현장에서 폭발물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며 최초 체포된 용의자들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10월 1일 영국 대테러 경찰이 영국·이란 이중국적자를 테러행위 준비 혐의로 추가 체포하면서 수사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다.
현 단계에서 이란 정부의 지시나 개입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란도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이란의 테러 공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향후 수사에서 이란 정부 또는 혁명수비대 등과 직접적인 연계가 확인된다면 파장은 상당할 수 있다. 그 경우 이란이 직면한 문제는 미국의 경제봉쇄를 넘어 유럽까지 포함한 서방과의 안보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Why Times Insight | 세계를 가두려던 호르무즈, 결국 이란을 가뒀다]
지금 이란이 맞닥뜨린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군사적 패배보다 ‘경제적 질식’에 가깝다. 그리고 10월 1일 로이터 보도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이란 원유만 보고 있지 않다. 바다를 막은 뒤 이란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이란이 철도로 가면 철도를 제재하고, 자동차와 육상물류에 의존하면 그 산업과 해외 공급망을 겨냥한다. 금융 우회망을 찾으면 다시 그 금융망을 추적한다. 말 그대로 이란의 탈출구를 하나씩 따라가며 좁혀가는 전략이다.
더 뼈아픈 것은 호르무즈의 역설이다. 이란은 호르무즈를 막아 세계경제를 압박하려 했지만 세계는 점차 이란 없이 원유를 운송하는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걸프 산유국은 우회 송유관과 해상 환적을 확대했고 미국은 군사적 보호망을 구축했다. 그 결과 다른 걸프 산유국의 원유 흐름은 상당 부분 살아났지만 이란의 원유 수출은 급감했다. 세계를 가두려고 만든 호르무즈의 덫에 정작 이란 자신이 갇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란이 당장 붕괴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란 정권에 가장 무서운 적은 폭격 한 번이 아니라 ‘시간’일 수 있다. 원유를 충분히 팔지 못하고, 외화를 벌지 못하고, 공장을 돌릴 원자재가 부족해지고, 국민의 실질소득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길어진다면, 군사적으로 버티는 것과 국가경제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호르무즈를 잠가 세계를 압박하려 했던 이란, 그러나 지금 생존의 벼랑 끝으로 밀리고 있는 쪽은 세계가 아니라 이란 자신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