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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67년 쿠바 공산체제 끝날듯…트럼프 “군사작전 필요 없다, 딜할 것” - “군대는 필요 없을 것”…트럼프가 던진 결정적 한마디 - 입으로는 “사회주의 수호”…경제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 베네수엘라의 ‘관리된 전환’, 쿠바에도 적용될까?
  • 기사등록 2026-09-28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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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필요 없을 것”…트럼프가 던진 결정적 한마디]


67년을 이어온 쿠바 공산체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 딜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군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불과 나흘 전 유엔총회에서 “쿠바에 자유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던 트럼프가 이제는 군사행동보다 협상 타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체제전환이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축출 이후 석유 공급망까지 압박받아 온 쿠바가 미국과 어디까지 타협할지가 중남미 정세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테네시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쿠바와 우리는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겠다’며 ‘군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그는 ‘쿠바가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쿠바를 돕고 싶고 우리 국민에게 쿠바를 개방하고 싶다’고도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쿠바가 실제 합의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트럼프가 군사행동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전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불과 나흘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메시지가 훨씬 강경했다는 점이다. 그는 22일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쿠바를 “실패한 국가”라고 규정하고 “쿠바가 미국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쿠바에 자유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 쿠바의 종말’을 압박하던 대통령이 나흘 만에 “군대 없이 딜할 수 있다”고 말한 셈이다.


두 발언을 연결해 보면 미국의 전략 변화가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워싱턴이 쿠바에 대한 압박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기보다, 최대 압박을 유지하면서 협상을 통한 정치·경제적 변화를 끌어낼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5월에도 쿠바 정부와 연계 기관을 겨냥한 제재를 확대했다.


[그런데 아바나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중요한 것은 쿠바의 태도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26일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압박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 자체를 닫지는 않았다. 이는 적어도 공개 메시지 차원에서 워싱턴과의 접촉 가능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불과 몇 주 전과 비교하면 미묘한 차이가 보인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9월 7일 기자회견에서는 미국과 “협상도, 의제도 없다”고 말하면서 “향후 협상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에도 미국과 접촉을 유지할 의사는 있다고 했다. 앞서 6월에는 “올해 시작된 미국과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접촉 자체는 있었지만 그것이 공식적인 협상이나 로드맵으로 발전했는지를 놓고 미국과 쿠바의 설명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해 온 것이다.


[입으로는 “사회주의 수호”…경제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정치보다 먼저 변화가 나타나는 곳은 경제다. 로이터는 21일 “쿠바가 심각한 현금 부족과 인플레이션, 페소화 가치 폭락에 대응해 고액권을 발행하고 사상 처음으로 민간 환전소를 허용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바의 페소화 가치는 2021년 이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공식 통계상 올해 물가도 이미 25% 이상 올랐다.


로이터는 이를 쿠바가 공산주의적 경제운영 방식에서 조심스럽게 벗어나고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런 개혁이 사회주의 포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이 앞으로 미·쿠바 협상의 핵심이다. 미국이 원하는 정치·경제적 변화와 쿠바 지도부가 지키겠다는 사회주의 체제 사이의 간극을 어디까지 좁힐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마두로 축출 뒤 쿠바의 생명줄까지 압박했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올해 1월 이후 미국의 대쿠바 전략을 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가 축출된 이후 쿠바에 대한 압박을 크게 강화했다.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쿠바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동맹이자 에너지 공급원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은 이어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압박 체제를 도입했다.


이 압박은 쿠바가 이미 안고 있던 에너지 위기와 맞물렸다. 18일 쿠바 전력망은 또다시 전국적으로 붕괴했다. 올해 1월 이후 벌써 여섯 번째 전국 단위 전력망 붕괴였다. 로이터는 “노후한 발전·송전 인프라와 심각한 연료 부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순환정전이 30시간 이상 지속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따라서 쿠바 경제난을 미국의 압박 하나로만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노후 인프라, 낮은 생산성, 외화 부족과 정부의 경제운영 문제가 장기간 누적돼 왔고, 여기에 미국의 제재와 석유 공급 압박이 추가되면서 위기가 더욱 심화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쿠바 정부와 미국은 위기의 책임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지만, 섬의 경제적 여력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다.


[공식 정부를 건너뛴 미국…‘라울의 손자’와 비밀채널]


그런데 미국은 공개 압박과 동시에 물밑 접촉도 진행해 왔다. Axios는 지난 2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손자이자 측근인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와 비밀리에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채널은 쿠바의 공식 정부라인을 우회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를 정식 ‘협상’이라기보다는 쿠바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라고 설명했다.


두 달 뒤에는 상황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Axios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표단은 4월 아바나를 직접 방문해 라울 기예르모를 포함한 쿠바 측 인사들과 만나 민주적·경제적 자유 확대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 정부 항공기가 이런 목적으로 쿠바에 들어간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이후 10년 만의 일이었다. 미국은 인터넷 접근 확대를 위한 스타링크 지원까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흥미로운 변화는 7월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라울 기예르모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쿠바 총리는 “지도부 내부에 분열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즉 공식 정부는 체제 결속을 강조하면서도 카스트로 권력 핵심과 연결된 인사가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복합적인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관리된 전환’, 쿠바에도 적용될까?]


여기에 베네수엘라라는 선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과 선거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고 밝혔다. 마두로가 사라진 뒤에도 기존 국가기구 전체가 한꺼번에 해체된 것은 아니며, 미국은 로드리게스 정부와 경제·정치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로드리게스 정부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상당히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베네수엘라 모델이 쿠바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쿠바는 1959년 혁명 이후 67년 동안 일당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 왔고 군부·공산당·국영기업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미국이 체제 전체를 일시에 해체하기보다 기존 권력 내부의 협상 가능한 세력과 접촉하면서 정치·경제적 변화를 단계적으로 요구한다면, 베네수엘라의 경험은 중요한 비교 사례가 될 수 있다.


[워싱턴은 협상하고, 마이애미는 ‘포스트 공산 쿠바’를 설계]


또 하나 눈여겨볼 움직임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미국 내 쿠바계 인사들이 이미 ‘포스트 공산 쿠바’를 염두에 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투자자금을 쿠바에 끌어들이고 증권거래소를 설립하며 전력·통신·교통 등 인프라를 재건하는 방안은 물론, 정치적 전환기에 필요한 법률과 헌법 개정 문제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쿠바가 흔들리면 중남미 정치지형도 출렁인다]


쿠바의 향방이 중요한 이유는 이 문제가 쿠바 한 나라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우파 또는 보수 성향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힘을 얻으면서 이른바 ‘블루 타이드’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제 시선은 브라질로 향한다. 브라질은 오는 10월 4일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로이터에 따르면 좌파의 상징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네 번째 임기에 도전하고 있으며 우파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와 경쟁하고 있다. 쿠바 문제가 브라질 선거의 결과를 결정한다고 볼 근거는 없지만, 쿠바 체제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중남미 좌우 진영 모두에 강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 시점과 브라질 대선이 겹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Why Times Insight: 총을 쏘지 않아도 쿠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쿠바 공산체제가 이미 무너졌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67년 동안 미국과 대립해 온 쿠바 지도부와 미국이 동시에 ‘협상’과 ‘변화’를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불과 나흘 전 유엔에서 “쿠바에 자유가 찾아올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제는 “쿠바와 딜을 할 것”이라며 “군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9개월 가까이 이어진 압박이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를 제거한 뒤 쿠바의 핵심 에너지 공급망을 압박했고,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국가까지 겨냥할 수 있는 관세체계를 만들었다. 쿠바에서는 올해 들어 전국 전력망이 여섯 차례나 붕괴했고, 페소화 가치와 주민들의 실질 구매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동시에 쿠바 정부는 민간 환전소 허용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경제개혁에 손을 대고 있다.


물밑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공식 쿠바 정부라인을 건너뛰어 라울 카스트로의 손자와 접촉했고, 미국 대표단은 아바나에 들어가 경제·정치적 자유 확대를 논의했다. 마이애미의 쿠바계 인사들은 이미 공산체제 이후의 투자와 인프라 재건, 법률과 헌법 문제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것이 체제전환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싱턴에서 ‘쿠바의 미래’가 더 이상 추상적인 담론만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마지막 문턱은 가장 높다. 쿠바 정부는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의 “딜” 역시 합의 발표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의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을 ‘쿠바 공산체제의 종말’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67년 체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외부 압박과 내부 경제위기, 그리고 협상 요구를 동시에 받고 있는 중대한 갈림길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래서 이제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 트럼프가 말한 ‘딜’의 대가로 쿠바는 과연 어디까지 변할 것인가.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67년 동안 미국의 코앞에서 살아남은 쿠바 공산체제가 정치체제까지 바꾸는 전환으로 갈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개방과 미국과의 관계개선만 선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가 쿠바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쿠바가 실제 정치적 전환의 길로 들어선다면 냉전 이후 중남미 정치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며,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는 역내 정치지형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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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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