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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영국은 내리막길” 맨유 구단주의 섬뜩한 경고…대영제국에 무슨 일이? - “세금 죽도록 물리면 결국 모두 떠난다” - 최고 납세자급 부자들까지 짐을 싸기 시작했다 - 더 무서운 것은 ‘높은 세금’보다 ‘안 크는 경제’
  • 기사등록 2026-09-22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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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죽도록 물리면 결국 모두 떠난다”]


한때 세계의 바다와 금융을 지배했던 영국에서 이제는 세계적인 기업인들이 “나라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동구단주 짐 랫클리프의 독설만이 아니다. 영국의 백만장자 숫자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상위 납세자급 부유층의 해외 이주도 이어지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스스로 오랜 군 전력의 ‘공동화(hollowing out)’를 인정하고 대규모 재무장에 나섰다. 문제는 영국의 쇠퇴를 세금이나 어느 한 정당의 책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브렉시트 이후 10년에 걸쳐 쌓인 정치적 혼란과 저성장·생산성 정체·재정압박이 동시에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지난 20일, “영국 재계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독설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면서 “화학기업 이니어스(Ineos) 창업자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동구단주인 짐 랫클리프가 영국을 향해 ‘내리막길에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그는 19일 BBC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에게 세금을 죽도록 물리면 결국 모두 떠나버릴 것이고, 그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랫클리프는 영국이 한때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했고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나라였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현재 상황은 정반대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부를 창출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영국에서는 부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적대적으로 변했으며, 세금과 규제가 성공한 기업가와 자산가를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자 노동당 정부도 즉각 반격했다. 브리짓 필립슨 노동당 의장은 “랫클리프가 모나코에서 세금 거주자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렛클리프의 주장은 걸러서 들어야 한다”며 ‘세금망명자’의 충고라는 취지로 맞받았다. 랫클리프가 적극적인 브렉시트 지지자였다는 점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논쟁에서 정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랫클리프와 노동당 가운데 누가 옳으냐가 아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이 공개적으로 자국의 쇠퇴를 말하고, 그 경고가 단순한 억만장자의 불평이라고 넘기기 어려운 경제적 현상들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고 납세자급 부자들까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이주가 중요한 경제·정치 문제로 떠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헤지펀드 거물 크리스 로코스를 비롯해 철강 재벌 락슈미 미탈 등 거액 자산가들이 영국을 떠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영국 최대 납세자로 꼽히는 베트프레드 창업자 프레드 돈까지 높은 세금이 부유층과 기업을 해외로 내몰 수 있다며 강하게 경고했다”고 짚었다..


더 눈길을 끄는 숫자도 있다. 애덤스미스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백만장자 현황 추적 보고서(Millionaire Tracker)’에 따르면 물가를 감안한 2025년 가치 기준으로 순자산 100만파운드 이상인 영국 거주 성인은 약 44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2024년보다 7% 감소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44만 2000명이라는 숫자의 감소를 모두 ‘세금 때문에 영국을 탈출한 백만장자’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실질 자산가격 하락과 낮은 가계저축률, 고액자산가의 해외 이주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연구소는 “높은 현행 세율과 추가 증세 우려, 비거주자 세제 개편, 기업환경에 대한 불신 등이 부유층 이탈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더 무서운 것은 ‘높은 세금’보다 ‘안 크는 경제’]


영국의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동안 경제가 충분히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영국의 중기 기초 생산성 증가율을 연평균 1.0% 정도로 보고 있다. 영국 경제가 부담해야 할 복지·국방·의료 비용은 늘어나는데 이를 지탱할 경제의 성장속도는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OECD의 진단은 더욱 직접적이다. OECD는 지난 7월 영국 경제보고서에서 “영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지만 성장은 여전히 부진하며 높은 에너지가격과 재정압박, 약한 생산성 증가, 지속적인 지역격차가 경제성과와 생활수준을 짓누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OECD는 영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2025년 1.4%에서 올해 0.9%로 둔화한 뒤 2027년 1.1%로 소폭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세부담 역시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지난해 11월 전망에서 “국민계정 기준 조세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25년 34.7%에서 2030~31년 38.3%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영국 경제가 맞닥뜨린 핵심 문제는 단순히 “세금이 높다”가 아니다. 경제의 성장과 생산성은 약한데 국가가 필요로 하는 돈은 계속 늘어나는 것, 바로 이 구조적 충돌이 더 큰 문제다.


[브렉시트 10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청구서]


여기에 브렉시트의 후유증도 남아 있다. 영국 예산책임처는 올해 7월 업데이트에서도 “EU 탈퇴 이후 형성된 비관세 무역장벽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영국의 생산성이 EU에 잔류했을 경우보다 4% 낮아질 것”이라는 기존 가정을 유지했다.


이는 랫클리프의 주장에도 불편한 대목이다. 지금은 영국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랫클리프 자신도 브렉시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기업인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영국 경제를 노동당의 최근 증세정책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반대로 브렉시트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2016년 이후 영국이 내린 여러 정치·경제적 선택이 서로 얽혀 지금의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경제만이 아니다…영국 정부가 인정한 군대의 ‘공동화’]


영국의 장기적 변화가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국방이다. 지난해 발표된 영국의 ‘전략국방검토(Strategic Defence Review)’라는 보고서에는 놀라울 정도로 직설적인 표현이 들어 있다. 영국 정부 스스로 군의 기초전력이 장기간 할로잉 아웃(‘hollowing out’), 즉 속이 비어가는 공동화를 겪었다며 이를 되돌려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때 세계 최강의 해군으로 대영제국을 지탱했던 영국이 이제 군의 ‘공동화’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는 것 자체가 지난 수십 년의 변화를 상징한다. 다만 현재의 영국을 계속 군사력이 축소되는 나라라고 표현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은 그동안 약해진 전력을 복원하기 위해 대대적인 재무장에 들어간 단계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앞으로 4년간 2980억파운드 규모의 국방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국방예산을 이전 연간 540억파운드 수준에서 2029년 약 800억파운드까지 끌어올리고, 핵 억지력과 드론·미사일·차세대 전투체계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지속적인 국방비 증액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불과 엿새 전 영국 국방부는 다시 2980억파운드 투자계획을 강조하면서 육군의 장거리 화력과 공격 드론, 자율무기 등에 대한 투자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따라서 지금 영국 국방의 문제는 단순히 “군대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왜 세계적인 군사강국이 뒤늦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쟁 수행 준비태세’를 다시 복원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느냐는 데 있다.


[그렇다면 영국은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여기서 어느 한 정당만 범인으로 지목하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이후의 정치적 혼란은 보수당 집권기에 벌어졌고, 경제성장과 생산성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했다. 그리고 정권교체 이후 노동당 정부는 재정압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높이는 정책을 선택했고, 이것이 다시 기업과 고액자산가들의 반발을 불러오는 구조가 됐다.


따라서 현재 영국의 모습은 어느 한 정부가 하루아침에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지난 10년, 더 길게는 냉전 이후 수십 년간 누적된 선택의 청구서에 가깝다. 낮은 생산성, 고령화와 복지비용, 브렉시트 이후 무역장벽, 에너지 문제, 국방력 재건 비용, 그리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높아지는 조세부담이 이제 한꺼번에 충돌하고 있다.


[Why Times Insight]


랫클리프의 말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장은 어쩌면 세금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영국은 내리막길에 있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말을 그대로 객관적 판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랫클리프 자신은 영국이 아닌 모나코에 세금 거주지를 두고 있고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노동당 정부가 그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도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럼에도 그의 경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말과 겹치는 객관적 이상징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백만장자 숫자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부 최상위 납세자와 거액 자산가들은 해외로 떠나고 있다. 경제성장과 생산성은 부진하고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비용도 계속되고 있다. 국방에서는 정부 스스로 오랜 군 전력의 ‘공동화’를 인정한 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이를 되돌리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장기간 이어지는 정책의 방향은 결국 선거와 국민투표, 정당 간 경쟁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이를 “영국 국민이 몰락을 선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영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내린 정치·경제적 선택의 비용을 지금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영제국의 쇠퇴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지금 영국이 직면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성장과 복지, 조세와 투자, 이민과 사회통합, 국방과 재정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그래서 랫클리프가 던진 질문은 생각보다 무겁다.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은 지금 일시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인 하강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 흐름을 되돌리려면 영국 사회는 과연 어떤 비용과 선택을 감수해야 하는가. 바로 이 두 질문이 이번 ‘랫클리프 논쟁’을 단순한 부자들의 세금 논쟁이 아니라 영국이라는 국가의 미래에 관한 논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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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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