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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 왜 시진핑의 ‘세 급소’를 찔렀나?…中관영매체는 모두 지웠다 - 첫마디부터 ‘티베트 참사’…그런데 중국 회담 보도에는 없었다 - 두 번째는 ‘영구 무비자’…러시아는 문 열자는데 중국은 출국관리 강화 - 세 번째는 장쩌민…문제는 ‘100세’보다 국경의 기억
  • 기사등록 2026-09-05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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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부터 ‘티베트 참사’…그런데 중국 회담 보도에는 없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묘한 세 가지 화두를 잇달아 꺼냈다. 티베트 산사태 희생자에 대한 애도, 중러 간 영구적인 무비자 체제 구축, 그리고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중러선린우호협력조약이었다. 하나하나만 떼어놓으면 정상적인 외교 언어다. 그런데 러시아 측이 공개한 푸틴의 발언과 러시아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이 세 가지 구체적 내용은 신화통신이 내놓은 정상회담 기사에서는 모두 빠졌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다. 중국을 20년 넘게 상대해 온 푸틴은 왜 하필 시진핑 앞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들을 한꺼번에 꺼냈을까? 어떤 내용이 중국과 시진핑 주석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일까?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부터 이야기하지 않고, 최근 중국 티베트자치구 네팔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로 말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상대국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위로를 전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외교 관례다. 그러나 당시 티베트 지룽 재해는 중국 당국이 매우 예민하게 관리하고 있던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신화통신은 중국 당국 발표를 인용해 “8월 29일 오후 6시 기준 이 재해로 16명이 숨지고 546명이 실종됐으며, 실종자 가운데 261명은 네팔 104명, 인도 49명, 미국 18명, 영국 15명, 러시아 3명 등 23개국 외국인이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 공관에까지 관련 내용을 통보할 정도로 국제적 관심이 커진 재난이었다.


그런데 같은 날 신화통신이 내놓은 중러 정상회담 기사에는 푸틴의 티베트 참사 위로가 등장하지 않는다. 신화통신은 “푸틴이 ‘중러관계는 국가 간 관계의 모범’이라면서 무역·에너지·산업·교통·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인문교류를 확대하자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티베트 산사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만으로 중국이 ‘티베트’라는 단어를 검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화통신 자체가 재해 상황을 별도로 상세히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이 공개석상에서 꺼낸 구체적 위로가 정상회담 공식 기사에서는 빠졌다는 사실은 남는다.


더욱 묘한 것은 중국 공안당국이 재해 사망·실종자 수와 관련한 온라인 발언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티베트 공안은 ‘정왕(净网)-2026’ 특별단속을 통해 “실제 3000명이 실종됐다”, “중국 쪽에서 3000명 이상 사망했다”, “지룽 통상구에서 수천 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등의 글을 허위정보로 규정하고 네티즌 10명을 행정처벌했다고 공개했다. 이후 라싸 공안은 일부 관련자에게 7일 행정구류 또는 벌금 1000위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푸틴의 위로 발언이 중국에 불편하게 들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두 번째는 ‘영구 무비자’…러시아는 문 열자는데 중국은 출국관리 강화]


푸틴이 두 번째로 던진 화두는 더 직접적이었다. 푸틴은 “현재 시행 중인 양국 무비자 정책 덕분에 올해 상반기 관광객 흐름이 43% 늘었다”면서 “중국 측이 가능하고 유익하다고 판단한다면 무비자 제도를 영구적인 제도로 만드는 작업을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푸틴의 발언은 인터팍스와 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즉각 보도됐으며 크렘린도 이후 이 문제를 중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타스통신은 “러시아가 이 문제에 적극적인 이유는 명확하다”면서 “서방과의 인적·경제 교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 관광객 확대는 러시아 항공·호텔·요식·소매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데, 실제 러시아 측은 비자 면제 이후 중국 관광객 증가를 거듭 강조해 왔다”고 짚었다. 따라서 푸틴에게 영구 무비자는 단순한 관광정책이 아니라 대중 경제관계를 장기적으로 고정시키려는 실리적 카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정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7월 31일 국무원령 제841호 「출경입경관리규정」을 공포했으며 9월 15일부터 시행한다. 이 규정에는 국가가 중국 국민의 해외 안전위험 방지제도를 구축하고, 필요할 경우 최고 위험지역이나 신변안전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출국하려는 국민에게 출국을 만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것이 일반 국민에 대한 전면적 출국금지 규정은 아니지만 출입국 과정에서 국가안보와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자유아시아방송(RFA)는 9월 3일 “중국의 공무원·국유기업 및 사업단위 종사자, 대학 교원·의사·금융기관 관계자 등에게 출국 사전승인을 요구하고 ‘누가 승인했으면 그 승인자가 책임진다’는 내부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푸틴이 국제무대에서 “영구적으로 자유롭게 오가자”고 제안한 시기에 중국 내부에서는 일부 계층의 출국 관리 강화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대비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리고 푸틴의 ‘영구 무비자’라는 구체적인 제안 역시 신화통신 정상회담 보도에서는 빠졌다. 신화통신은 푸틴 발언을 “인문교류를 긴밀히 하자”는 수준으로만 정리했다. 러시아에서는 별도 기사까지 쏟아진 제안이 중국의 정상회담 기사에서는 한 단계 추상화된 셈이다.


[세 번째는 장쩌민…문제는 ‘100세’보다 국경의 기억]


세 번째 발언은 더욱 미묘하다. 푸틴은 올해가 2001년 체결된 중러선린우호협력조약 25주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거론했다. 푸틴은 “장쩌민이 살아 있었다면 지난 8월 17일 100세가 됐을 것”이라며 “그가 중러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러시아가 기억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입장에서 조약 자체는 현재의 중러 전략관계를 떠받치는 핵심 문서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발언이다.


중국은 불과 2주 전인 8월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장쩌민 탄생 100주년 기념대회를 성대하게 개최했고, 시진핑은 직접 연설하면서 “장쩌민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업에 지울 수 없는 공헌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은 같은 날 장쩌민의 외교 관련 문건 115편을 모은 선집까지 출간했다.


오히려 민감한 것은 장쩌민이라는 인물과 함께 떠오르는 중러 국경협상의 역사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1991년 중소 국경 동단협정, 1994년 중러 국경 서단협정, 2004년 동단 보충협정을 거쳐 4300㎞가 넘는 양국 국경선의 방향을 최종 확정했다. 중국 외교부도 당시 이를 “중러 국경선의 향방이 전부 확정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역사적 영토문제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상징하는 외교적 성과다.


이를 두고 일부 반중매체에서는 “장쩌민이 100만㎢ 이상의 중국 영토를 러시아에 팔아넘겼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해주와 외만주 상당 지역은 이미 19세기 아이훈조약과 베이징조약 이후 러시아 지배 아래 들어갔고, 1990년대 이후 협정의 핵심은 남아 있던 현대 중국·러시아 국경선을 협상을 통해 법적으로 확정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중국이 청나라 말기 불평등조약을 ‘백년국치’의 핵심으로 교육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앞에서 장쩌민과 중러조약을 동시에 소환한 장면은 중국의 강경 민족주의 시각에서 전혀 무색무취하다고만 볼 수도 없다.


그리고 이처럼 구체적인 ‘장쩌민-조약 25주년’ 언급도 신화통신 정상회담 기사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결국 티베트 재난, 영구 무비자, 장쩌민과 조약이라는 푸틴의 세 가지 구체적 화두가 중국 측 회담 기사에서 나란히 빠진 것이다. 


[그렇다면 푸틴은 일부러 시진핑의 심기를 건드렸나?]


여기서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푸틴은 중국의 사정을 정말 몰랐을까? 단순한 외교적 우연일 가능성은 분명 있다. 티베트 재난에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애도를 표했고, 무비자는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 때문에 제안했으며, 장쩌민은 조약 체결 25주년이기 때문에 언급했을 수 있다. 각각의 발언만 놓고 보면 논리적 이유가 충분하다. 신화통신의 생략 역시 중국식 정상외교 보도의 압축 관행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 가지가 같은 회담에서 연달아 등장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푸틴은 20년 넘게 중국 최고지도부를 상대해 왔고 시진핑과도 수십 차례 만난 정치인이다. 그런 푸틴이 재난정보가 극도로 예민해진 티베트, 중국의 내부 출국관리 강화와 묘한 대비를 이루는 영구 무비자, 그리고 역사적 국경문제를 연상시키는 장쩌민과 조약을 한 자리에서 차례로 언급했다.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중국이 불편해할 수 있는 지점을 세 차례 연속 건드린 셈이다.


더구나 현재 중러관계는 겉으로는 전략적 밀착을 과시하면서도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동맹은 아니다. 시진핑은 이번 회담에서도 중러관계의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며 협력을 강조했고, 푸틴 역시 양국 관계를 국가 간 관계의 모범이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현재 공개 자료만으로 푸틴이 시진핑에 대한 불만을 의도적으로 표출했다고 단정할 증거는 없다. 오히려 공식적으로는 두 정상이 국제질서와 다극화, 무역·에너지·산업 등의 협력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런데도 찜찜함이 남는 것은 숨길 수가 없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비슈케크 회담을 곧바로 ‘중러관계 균열’로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정세분석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상들의 공식적인 ‘우호 선언’만이 아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그리고 상대국의 공식 보도에서 무슨 말이 사라졌는지도 중요하다. 푸틴은 중국이 굳이 정상외교의 전면에 올리고 싶지 않았을 법한 세 가지 구체적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냈고, 신화통신은 이를 모두 회담 기사에서 삭제했다. 이것이 중국 공산당에 의한 의도적인 검열이었다는 직접 증거는 없지만, 세 대목이 중국에게 그다지 편한 소재가 아니었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푸틴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외교의 달인 푸틴이 중국의 민감한 지점을 전혀 몰랐다고 보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 속에서 중국 관광객과 시장, 외교적 지원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모든 문제에서 모스크바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관계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푸틴의 세 마디는 결별 선언이라기보다는 훨씬 미묘한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에게 보내는 불만의 표시였을까, 아니면 러시아가 중국에 원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적어 보낸 ‘청구서’였을까? 아직 답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무제한 우정’을 외치는 중러 두 정상 사이에서도 이제 서로가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대가는 점점 커지고 있다. 비슈케크에서 푸틴이 던진 세 마디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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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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