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젤렌스키·네타냐후 백악관 연쇄회담…‘두 전쟁 결합’ 전략으로 트럼프 돌려세웠다 - 젤렌스키: 러시아·이란 연대 부각, 네타냐후: 이란전 주도권 신경전 - 말이 아닌 전과로 트럼프를 설득한 젤렌스키 - 카스피해 타격, 러시아전과 이란전을 연결하다
  • 기사등록 2026-07-29 12:00:01
기사수정


[젤렌스키: 러시아·이란 연대 부각, 네타냐후: 이란전 주도권 신경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같은 날 백악관에서 만난 두 전쟁 지도자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카스피해 타격과 러시아·이란의 군사적 연결고리를 부각하며 자신을 미국의 공동 적과 싸우는 전략적 파트너로 각인시켰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시설 공격 문제를 꺼내기도 전에 트럼프로부터 공개적인 견제를 받았다. 2025년 백악관에서 정면충돌했던 젤렌스키가 ’승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사이, 전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트럼프의 시선은 이제 네타냐후를 향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여 동안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면서 “양측은 우크라이나 방공망 강화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 라이선스, 향후 외교 프로세스 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는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함께하는 모든 일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 라이선스를 비롯한 여러 구상을 논의했으며, 양국 실무팀이 후속 협의의 세부사항을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신규 군사지원이나 패트리엇 생산 라이선스의 최종 합의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회담 분위기만큼은 2025년 2월과 딴판이었다. 당시 두 정상은 같은 오벌 오피스에서 정면충돌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과 정보 공유를 일시 중단했다. 사실상 백악관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젤렌스키가 1년 5개월 만에 트럼프가 주목하는 파트너로 돌아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가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새로운 낙관론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까지 반격을 확대하며 전쟁을 버텨내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승자를 좋아하는데, 젤렌스키가 점점 승자처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말이 아닌 전과로 트럼프를 설득한 젤렌스키]


트럼프의 인식을 바꾼 핵심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증명한 생존력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량은 2022년 연간 약 5000대에서 2026년 수백만 대 규모로 급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이용해 러시아의 정유시설과 군수공장, 비행장과 철도망은 물론 카스피해까지 공격 범위를 넓혔다.


관계 회복의 출발점은 지난해 4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서 이뤄진 짧은 대화였다. WSJ은 “당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진행된 15∼20분간의 만남 이후 두 정상의 관계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여기에 유럽 정상들과 미 의회 공화당 인사들의 중재, 우크라이나 드론 산업의 급성장이 더해지면서 트럼프의 시선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이제 미국에 일방적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지도자의 모습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적대 세력인 러시아뿐 아니라 이란과 연결된 군수 네트워크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자신을 트럼프에게 필요한 ’전투 가능한 파트너’로 각인시키고 있다.


[카스피해 타격, 러시아전과 이란전을 연결하다]


이번 회담 직전 벌어진 카스피해 타격은 이러한 전략에 힘을 실었다. 젤렌스키는 지난 25일 “우크라이나군이 카스피해에서 러시아의 몰니야급 미사일정과 군수수송에 사용된 것으로 지목된 선박들을 겨냥해 장거리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란 선박의 선원 1명이 숨지고 다른 선원 1명이 다쳤다. 이란은 이를 “적대적이고 범죄적인 행위”라고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외교관을 초치해 항의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러시아 및 유럽연합과 대응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사건 이후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협력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걸프 지역의 미군 시설을 감시한 위성정보를 이란에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러시아전과 이란전을 하나의 전략적 구도로 묶은 것이다.


이 메시지는 트럼프에게 매우 직관적이다. 러시아와 이란이 미국의 공동 위협이라면, 우크라이나 지원은 더 이상 유럽의 전쟁에 돈을 쏟아붓는 문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는 것이 러시아의 전쟁 능력과 이란의 군수 공급망을 동시에 흔드는 투자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의 마지막 유산, 친트럼프 우파까지 변했다]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장례식과 맞물려 진행됐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그레이엄의 별세에 조의를 표하며 그를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친구”로 평가했다. 미 상원에서는 그레이엄이 생전에 추진했던 러시아 및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는 세력에 대한 초당적 제재법안 논의도 다시 힘을 받고 있다.


트럼프와 가까운 강경우파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과거 우크라이나 지원에 강하게 반대했던 루머는 최근 키이우를 방문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직접 목격한 뒤, 미국 우파의 일부 인사들이 러시아 선전에 속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트럼프의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 우크라이나를 ’끝없는 지원을 요구하는 부담’이 아니라 ’러시아를 실제로 밀어붙이는 세력’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네타냐후에게 선 그은 트럼프…“이란 정보는 이미 안다”]


젤렌스키에 이어 백악관을 찾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은 분위기가 달랐다.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네타냐후가 이란의 지하 핵시설인 ‘픽액스 마운틴’ 문제를 논의하려 한다는 보도에 대해 “비비가 나에게 그것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미 우주군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시 장비로 해당 지역을 지켜보고 있다”며,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이 픽액스 마운틴을 쉽게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공격 여부와 시점을 결정하는 주도권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선언이었다.


회담 후 이스라엘 측은 “픽액스 마운틴 문제가 실제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두 정상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겠다는 공동 목표와 아브라함 협정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회담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라고 평가했지만 구체적인 최종 합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젤렌스키가 트럼프의 주도권을 인정하면서 자신을 유용한 파트너로 내세운 반면, 네타냐후는 이란전의 속도와 방향을 놓고 트럼프의 견제를 받은 셈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연쇄 회담의 핵심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중 어느 나라를 더 좋아하느냐가 아니다. 전쟁의 속도와 수위, 그리고 최종 결정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다.


젤렌스키는 트럼프가 ’승자’를 좋아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전 성과와 러시아 후방 타격 능력을 보여주고, 러시아와 이란의 연결고리까지 부각함으로써 자신을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파트너로 바꿔놓았다. 반면 네타냐후는 이란 핵시설 공격 문제에서 미국을 끌고 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트럼프로부터 공개적인 경고를 받았다.


결국 젤렌스키가 트럼프를 움직인 힘은 호소가 아니라 전과였다. 우크라이나는 카스피해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전과 이란전을 정치적으로 연결했고, 트럼프에게 “우리를 지원하면 미국의 두 적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아직 패트리엇 생산 라이선스나 신규 군사지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2025년 백악관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했던 젤렌스키가 이제는 ’점점 승자처럼 보이는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같은 날 네타냐후에게 선을 그은 트럼프의 모습은 백악관의 새로운 원칙도 보여준다. 자신에게 주도권을 인정하면서 성과를 입증하는 지도자는 끌어안지만, 미국을 원치 않는 전쟁으로 끌고 가려는 지도자에게는 가차 없이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2727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북한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