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대만이 폭발했다... 이재명 발언에 타이베이 발칵, 워싱턴도 주목 - 취임 1주년서 대만 증시 비교해 지정학 리스크 책임 회피 - WSJ·AEI "강경 좌파 정권이 동맹 침식"…루비오도 무역 연계 경고 - 셔먼 종전선언 행사에 강경화 주미대사 참석…한미 균열 심화 우려
  • 기사등록 2026-06-10 05:00:01
기사수정


[대만을 '방패막이'로 꺼내든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발언이 예상치 못한 외교적 파장을 낳고 있다. KOSPI 상승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만을 비교 대상으로 언급한 발언이 대만 언론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이는 이미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동맹 우려와 맞물리며 새로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경제 발언이 외교 문제로 비화한 것이다.

대만 양대 일간지 중 하나인 연합보(聯合報)는 9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면 대만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면서 “이재명이 자신의 정책을 방어하기 위해 대만을 방패막이로 사용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연합보는 특히 “이 대통령이 ‘군사·안보 측면에서 한반도가 대만보다 덜 불안정한 것도 아니다. 물론 우리가 북한을 계속 자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대만해협의 안보 위협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취급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대북 유화 노선을 정당화하려는 논리”라고 해석하면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발언의 의도보다 받아들여지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경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였을지 모르지만, 중국의 군사 압박이 일상화된 대만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왜 대만은 이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나]


이번 논란이 더욱 커진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에도 대만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논란성 발언을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24년 3월 충남 당진 유세에서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지 말든지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해 국내외에서 큰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당시 미국과 대만의 안보 전문가들은 “대만해협 문제를 한국과 무관한 사안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만해협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의 역할 문제가 즉각 제기될 수 있으며, 한국의 해상 교역로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해협은 세계 해상 물동량의 핵심 통로 가운데 하나다. 만약 이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 경제 역시 상당한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대만해협 안정을 자국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기자회견 발언은 새로운 논란이라기보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인식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 됐다.


[미국에서 커지는 한미동맹 우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더욱 예민하게 만드는 배경에는 동맹 회의론이 이미 한국 사회 전반에 구조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대한민국의 선거운동이 한미동맹에 대한 의문을 촉발하다(South Korean election campaign sparks US alliance question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새로운 안보 압력과 트럼프발 혼돈이 한국 내 워싱턴에 대한 여론을 침식하고 있다”면서 “서울 시내 미 대사관 인근에서 매주 토요일 수백 명이 '미국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는 집회가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 중에 오히려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 같은 여론 흐름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과 맞물리면서 미국 측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집권 여당을 지지하는 시민 사회와 반미 정서가 공명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외교 언어가 대만 문제에까지 부주의하게 얽히자 외부의 시선이 더욱 냉각되고 있다”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일, AEI(미국의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대표적인 보수·시장주의 성향의 정책 연구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탯 연구원과 북한자유연합의 로런스 펙 자문위원의 공동 칼럼 ‘한국, 미국에 등을 돌리며 급격한 좌클릭을 감행하다(South Korea Takes a Hard Left Turn Against America)’를 게재했다. WSJ은 이 오피니언 글에서 “이재명 정부는 ‘강경 좌파(Hard Left)’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한미동맹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청와대 최성아 해외언론비서관은 WSJ 반박 칼럼에서 “해당 기사가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심각한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미국 보수 진영의 시각이라는 점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의 외교 노선이 미국 조야에서 공개적인 논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정부들에서는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현상이다. 또한 청와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반박 자체가 미국 조야에서 한국을 논쟁 대상으로 다루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방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루비오 “한국의 미국 기업 대우가 무역협상 발목 잡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통신사인 UPI는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의 미국 기업 대우 방식이 무역협정 타결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직접 언급했다”면서 “루비오는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미국의 이익이 영향을 받을 때는 관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청문회에서 다렐 아이사 공화당 하원의원은 “한국 민주주의가 ‘강하게 좌편향됐다’”고 성토하면서 “중국에 더 많은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비오가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무역과 기업 대우'를 연계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스타벅스 텀블러 이벤트 논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SNS에 “마땅히 도덕적, 행정적, 법적, 정치적 책임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올리며 공세에 가담한 것이 미국 측에 미 기업을 정치적 적대 세력으로 취급하는 신호로 읽혔다. 여기에 쿠팡 수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워싱턴의 인식은 단순한 정치 성향 논란을 넘어 구체적인 통상 이해의 충돌로 발전했다.


[미 국무부 차관보, 이재명 정부 비판 목사 공식 면담]


한미관계의 균열은 또 다른 채널에서도 드러났다.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 차관보 라일리 반즈가 방한 중 부산 세계로교회를 방문해 손현보 목사 측 대표들과 면담했다. 손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보수 기독교 인사다. 반즈 차관보는 루비오 국무장관의 지명으로 티베트 특별조정관과 국제종교자유 대사대행을 겸직하는 인물이다. 


면담에는 줄리 터너 DRL 부차관보 대행, 벨시스 로메로 백악관 신앙사무국 연락관도 동행했으며, 종교법인 해산법, 포괄적 차별금지법 추진, 손 목사 내란 선동 고발 건, 기독교 대안교육 표적 규제 등이 의제로 다뤄졌다. 반즈 차관보가 이튿날 외교부 고위 관계자와의 공식 면담 일정도 소화했다는 점에서, 세계로교회 방문은 미 국무부의 공식 외교 행보였으며 한국 내 정치 지형에 대한 미국의 시선을 그대로 투영한 행위였다. 


[반트럼프 의원 주도 종전선언 행사, 강경화 주미대사 동석]


이런 맥락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반트럼프 인사인 미국 민주당 소속 브래드 셔먼 의원이 주도하는 한반도 종전선언·평화협정 행사에 강경화 주미한국대사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한다는 점이다. 셔먼 의원은 2025~26년 회기에 '한반도 평화법안(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Act, H.R.1841)'을 재발의해 한국전쟁의 공식 종결을 위한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 추진과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를 촉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셔먼 의원은 트럼프 탄핵소추를 주도했던 대표적 반트럼프 민주당 강경파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관계의 좌편향을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주미대사가 반트럼프 의원이 주도하는 종전선언 행사에 참석한 것은 워싱턴에 극히 불리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종전선언은 그 자체로 주한미군 지위와 유엔사령부 해체론과 얽혀 있는 사안이다. 주미대사가 이런 행사에 공식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대미 노선이 워싱턴 주류와 얼마나 다른 궤도 위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겹치는 균열—워싱턴과 타이베이가 동시에 냉각되다]


대만 언론의 반발 자체가 한국 외교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사안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만이 아니라 그 발언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선이다. 대만 언론의 반발만 놓고 본다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시각은 워싱턴에서 매우 중요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 문제를 경시하거나 양안 문제를 한국과 무관한 사안으로 보는 듯한 메시지는 단순한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실제로 미국 조야에서는 이미 이재명 정부의 대중국 접근법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대만이 아니다.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의 한복판에서 어떤 위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타이베이의 반발은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지만, 워싱턴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미관계와 한국의 전략적 입지는 예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2654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