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계자 선정나선 시진핑, 당 조직부는 강력 반발?]
베이다이허 회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대혼돈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사실상 지목했으나 공산당 조직부의 대대적인 반발이 뒤따랐고, 이와 함께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휘하의 사람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있어서 시진핑을 향한 압박은 더욱더 강화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중국어매체인 연합조보는 지난 10일, “중국공산당 조직부 산하 매체인 ‘중국조직인사보’가 돌연 청년 간부의 성장에는 ‘느린 조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여기서 ‘느린 조리’란 성장의 법칙에 따라 인내심을 가지고 수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언뜻 보기에는 별다른 내용이 아닌 듯 보이지만 여기에는 중국 권부의 쟁투가 담겨 있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조직인사보(中国务人事報)는 지난 8일, “청년 간부 양성, '느리지만 가파른' 훈련 필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간부 양성은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고 언급했다며, 젊은 간부들이 사회 초년생에서 성인으로, 그리고 당과 국가 간부 및 중견 간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단계, 점진적인 훈련, 그리고 발전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조보는 “이 기사는 뛰어난 역량, 혁신적인 사고, 그리고 활력을 갖춘 젊은 간부들이 다방면에서 부상하며 새로운 시대 발전에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젊은 간부 양성 과정에서 일부 기관들은 빠른 성과에만 급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젊은 리더십 구조를 일방적으로 추구하면서 승진 속도를 업무 효율성의 핵심 지표로 삼고, 젊은 간부들의 발전에 대한 객관적인 법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연합조보는 그러면서 “이러한 접근 방식은 마치 센 불에서 요리하는 것과 같다”면서 “요리가 빨리 완성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날것 그대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조보는 이어 “이러한 젊은 간부 양성 방식은 직책에 걸맞은 '젊음' 기준을 충족할 수는 있지만, 역량, 경험, 그리고 대중의 지지가 부족하여 진정한 주요 책임을 맡기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조직인사보’가 이러한 기사를 올린 배경이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현 국무원 총리인 리창이 차기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완전히 2선 후퇴를 하자 시진핑 주석이 리창을 이을 후계자로 장궈칭(张国清)을 염두에 두고 그를 상무위원으로 급하게 진급시키려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두고 조직부가 돌연 ‘느리고 꾸준한’ 접근방식을 거론하면서 장궈칭의 급격한 승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장궈칭은 1964년생으로 현재 61세이다. 그 나이면 정치국 위원들 중에서는 상당히 어린 나이에 속한다. 장궈칭은 원래 국유기업인 중국북방공업그룹의 당서기를 거쳐 충칭시 당부서기, 충칭 및 톈진 시장, 랴오닝성 당서기 등을 지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고, 2023년 3월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에서 그는 국무원 서열 3위인 부총리에 임명되었다. 이러한 급속 승진 배경에는 당연히 시진핑이 있었다.
장궈칭이 이렇게 시진핑의 눈에 쏙 들어온 것은 지난 2017년 충칭시 서기였으며, 시진핑의 차세대 경쟁자로 여겨졌던 쑨정차이의 비리에 대한 핵심 보고서를 제출해 쑨정차이를 숙청하는데 엄청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로인한 시진핑의 신임은 장궈칭을 고속 승진에 이르도록 했다.
그가 지금 시진핑의 후계자라는 말까지 나온 것은 우선적으로 나이가 젊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대부분이 고령화되어 있는데 지금 그의 나이는 불과 61세이고 시진핑이 사임하기를 바라는 2027년이 되어도 63세다. 여기에 장궈칭은 방위산업 현대화를 이끌어 온 당사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군부에도 상당한 인맥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시진핑이 생각하는 후계자로 딱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은 오래 전부터 그의 지위를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시도를 해 왔다. 지난 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인공지능 행동 정상회의가 열렸다. 논리적으로는 중국 공산당 국무원 과학기술 담당 최고위 부총리인 딩쉐샹이 참석했어야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을 대신하여 정상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장궈칭이었다. 장궈칭이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장궈칭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일부 분석가들은 이것이 한때 자신의 후계자로 유력하게 여겨졌던 딩쉐샹에게 시진핑이 의도적으로 ‘경고’한 것이며, 장궈칭이 국제적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국제 무대에 등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장궈칭을 직접 겨냥해 당 조직부가 관여하고 있는 ‘중국조직인사보’가 “젊은 간부 양성에는 ‘느린 조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할지라도 급속한 승진이 아닌 느린 승진을 통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함을 조직부가 직접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지금 당 조직부의 부장은 공청단파의 스타이펑(石泰峰)이다. 그는 올해 4월 당 원로들과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당 조직부를 맡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의 후계자 선정이 완료되기에는 상당한 난관이 뒤따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 말은 시진핑이 자신의 뒤를 잇는 후계자 선정도 마음대로 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베이다이허 회의 중에도 잇따라 체포되는 시진핑 인맥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베이다이허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시진핑의 인맥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의 대표적 인물중 하나가 바로 류젠차오(刘建超) 당 대외연락부장이다. 차기 외교부장으로까지 거론되던 류젠차오를 체포한 쪽은 시진핑쪽일까, 아니면 장유샤 쪽일까? 어느 편에서 류젠차오를 체포했는지에 따라 체포에 대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국가기밀 유출과 재벌들의 해외 자산 도피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류젠차오가 사실상 시진핑의 정보총괄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평론가인 우쭈올라이는 지난 11일, X에 올린 글에서 “류젠차오가 해외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좌관을 은밀히 만나 중요한 정보를 교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류젠차오를 통해 현재 시진핑이 처해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으며, 이로인해 미중 관세 및 무역협정 서명을 시진핑 주석이 사임하거나 아니면 2027년까지 임기를 연장하거나 최종적으로 결정이 될 때까지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류젠차오를 체포한 쪽이 장유샤 쪽이라면 류젠차오가 트럼프 대통령 측을 만나 시진핑에 대한 구명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시말해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을 11월 경에 하게 된다면 시진핑의 조기 실각설을 잠재우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작업을 류젠차오가 했다는 설이다. 과연 류젠차오가 왜 체포가 되었는지는 좀 더 두고 보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 공산당 금융계 최고위급 인물이자 전 중국인민은행 서기,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궈슈칭(郭树清)도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궈슈칭은 확실한 시진핑 파벌로 영향력만 놓고 따지자면 류젠차오를 훨씬 넘어서는 인물이기도 하다. 시진핑의 지시에 따라 마윈의 앤트 그룹(Ant Group)과 같은 대형 기술 플랫폼에 대한 조치를 취한 이도 바로 그다. 그런 그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은 그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것을 뜻한다. 어찌 보면 궈슈칭의 숙청은 시진핑의 자금줄을 끊기 위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또한 주룽지 전 총리와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의 돈줄이었던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딩웨이를 비롯한 여러 핵심 인사들이 동시에 실종되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중국국제금융공사의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오른 바 있었는데, 이곳의 비리 문제로 인해 여러 간부들이 동시에 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경제매체인 차이신(財新)은 14일, “중국국제자본공사(CICC)의 전액 출자 자회사인 CICC캐피털의 전 회장 딩웨이(丁瑋)가 지난 7월 초부터 실종 상태이며, 기율검사기관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CICC는 오랫동안 주룽지와 왕치산 같은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허브로 여겨져 왔으며, 이 회사는 종종 ‘귀족의 투자은행’으로 불리며, 부유하고 권력 있는 자녀들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딩웨이의 실종은 왕치산에게도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양유빈(楊友斌) 보훈부 부부장도 해임됐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성도일보는 12일, “인민해방군 소속인 양유빈 소장은 보훈부 ‘제복 부부장’을 겸임하고 있어 사실상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부주임직에서 해임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시진핑의 비빌 언덕이라고 할 수 있는 동부전구사령부에서 먀오화의 보좌관으로 일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직속 방어선 출신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숙청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정상적인 시기라면 이러한 시진핑 휘하의 부하들의 체포를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로 미룰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지금 장유샤측에 없다는 점에서 그만큼 지금 베이징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훨씬 더 많은 시진핑 추종파들에 대한 체포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라 추정되지만, 외부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지금 베이징 내부에서의 사태 전개가 어떻게까지 흘러갈지 그 긴박감은 더해진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