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킹덤 타워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잇따른 국가 핵심 인프라 타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방공망 허점이 노출되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 외자 유치 구상에 비상이 걸렸다.
사우디 주도 아랍 동맹군 발표에 따르면,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 공습으로 사우디인 4명과 방글라데시인 2명을 비롯해 미국·이집트·요르단 국적자 등 다국적 민간인 1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10여 년 사이 사우디 영토 내에서 일어난 무력 피격 중 가장 가혹한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대규모 인명 피해의 여파로 리야드 주요 금융지구에 입주한 해외 기업들이 재택근무 체제로 긴급 전환했으며, 시내 교육기관 역시 일주일간 비대면 원격 수업을 결정하는 등 수도의 핵심 기능들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안보 위기 여파는 글로벌 경제 및 에너지 업계 인사들을 겨냥해 기획했던 대형 국제 행사로 즉각 파급됐다. 개막을 알린 제25회 세계석유회의(WPC) 행사장에서는 주요 석유기업 수장들의 불참 통보가 줄을 이었다. BP의 메그 오닐 최고경영자(CEO)와 셸의 와엘 사완 CEO가 항공편 차질을 이유로 참석을 철회했으며, 이탈리아 에너지부 장관은 대면 대신 화상 참석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이달 하순 열릴 예정인 제10회 미래 투자이니셔티브(FII) 또한 정상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주최 측이 치안 강화를 약속하며 달래기에 나섰으나, 공항 기능 마비로 항공편의 약 85%가 취소되는 물류 대란이 빚어지면서 참가자들의 발이 묶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 사태가 사우디 경제 개혁의 구조적 취약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연간 1천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핵심 동력으로 삼는 '비전 2030' 프로젝트는 안보 불안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지정학적 위기감에 사우디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금융 시장의 투자 위험 지표가 치솟았다. 중동 경제 분석가들은 영공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더라도 외국의 장기 자본을 유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사우디 정부는 국방비와 인프라 복구 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 적자 규모를 확대 조정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후티 반군은 이번 공항 타격의 배후를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사우디 전역의 영공이 타격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사우디 동부 다란 공항 인근에 발사체가 낙하하고 리야드 남부 알카르즈 상공에서 탄도미사일이 요격되는 등 공격은 동서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미 지난달 이라크발 발사체 공격으로 동서 송유관 가동이 멈췄고, 바브엘만데브 해협 및 홍해 해상 물류선 봉쇄령까지 더해지면서 사우디의 경제적 생명줄이 위협받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 및 튀르키예, 파키스탄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국제사회에 구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현 전황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