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의회, 한국을 처음으로 '중국 영향력 점검 대상'에 포함]
미국 의회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 내 중국공산당(CCP)의 영향력을 공식 평가하도록 국방부에 요구했다. 단순한 정보 수집 차원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안전, 한미 군수 공급망, 중국 기술기업의 영향력까지 조사 대상으로 명시됐다. 특히 이 조치는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시점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싱턴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안보 인식의 중심축이 ‘북한 위협’에서 ‘중국 리스크’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연구소(U.S. Naval Institute)에서 발행하는 USNI News는 19일, “미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는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부속 보고서에 국방부가 한국 내 중국 공산당(CCP)의 영향력을 평가하도록 지시하는 조항을 담았는데, 이는 역대 NDAA 보고서 중 한국을 특정해 중국의 침투 위험을 짚은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NDAA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을 특정해 중국의 영향력을 조사하도록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원 군사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중국 공산당의 한국 내 악의적 영향력(Malign Influence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 in South Korea)’이라는 별도 항목이 등장한다. 보고서는 국방장관에게 2027년 5월 1일까지 한국 내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행사 현황과 그것이 미국의 안보 및 경제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보고서는 평가 범위를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국방부는 ▲중국의 영향력이 주한미군에 미치는 위험 ▲한미 안보협력에 필요한 이중용도(Dual-use) 물자의 공급망에 대한 영향 ▲한국 내 중국의 경제·산업적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한국 내 친중 성향 단체나 정치적 영향력을 조사하라는 수준이 아니다. 미국 의회가 한국의 산업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까지 안보 관점에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상원은 주한미군, 하원은 중국 기술기업을 겨냥]
상원이 주한미군과 공급망 위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하원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하원 군사위원회는 국방부에 올해 12월 1일까지 별도 브리핑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면서 한국 내 중국 기술기업의 성장 자체가 미국 안보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평가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한국이 미국 기술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과 주한미군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도 함께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미국 의회가 중국 기술기업의 한국 내 활동을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반도체, 인공지능(AI), 통신장비, 배터리 공급망 등 첨단 산업 전반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조항 역시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지금인가…한미동맹 균열 신호들과 겹치는 시점]
이번 조항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등장 시점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현재 전작권 전환 문제를 놓고 민감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군과 의회는 일관되게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트라이포럼(Tri-Forum) 행사에서는 미국 측 인사들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 신중론을 쏟아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전작권 전환은 좋은 발상이지만 매우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군 철수와 유사한 사안에 개입할 경우 반드시 '조건 기반'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것이 군의 전문적 영역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1년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사례로 들며 바이든 행정부가 매우 엄격한 시한 기반 접근을 취했고, 그 결과 무거운 대가를 치른 것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분명히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전작권 전환은 좋은 발상이지만 전반적으로 신중한 전환을 통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북한, 러시아 혹은 한미의 적대세력이 파고들 수 있는 공백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무부 동북아 담당 부차관보 데이비드 윌레졸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상황 기반 접근'이 동맹국 한국에 일관되게 강조해온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결국 전작권 전환의 최종 형태에 대해 합의에 이를 것으로 확신하며, 그 과정에서 미국은 군의 견해를 깊이 신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의 작전 현실을 군인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주한미군사령관 자비에 브런슨도 지난 4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정치적 편의가 여건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으며, “2029년 1분기까지 관련 여건을 충족하는 로드맵을 국방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작권 전환의 적절한 시점을 2029년 1분기 이전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 역시 지난달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미군의 작전계획과 수십 년간 미군 장병들이 지켜온 책무가 존중받는 지점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바뀌는 워싱턴의 한반도 인식]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에 가결된 NDAA는 한미관계의 군사적 주도권 문제에서도 미군 측 입장을 더 강하게 반영했다. 최근 상원 군사위를 통과한 2027 회계연도 NDAA 역시 작년과 비교해 미군의 견해가 반영되지 않은 채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항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한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내년 말까지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군이 제시한 ‘2029년 1분기’와 한국 정부가 원하는 ‘2027년 말’ 사이에는 1년 이상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번 NDAA 조항의 핵심은 단순히 보고서 한 건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의회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워싱턴의 관심은 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북한보다 중국의 영향력, 공급망 통제, 기술 침투, 주한미군 운용 환경이 더 중요한 의제로 등장했다.
특히 미국 의회가 한국 내 중국 영향력을 공식 평가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한국을 단순한 동맹국이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 전장 가운데 하나로 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간첩 활동이 아니다. 중국이 기술·산업·공급망·통신 인프라를 통해 동맹국 내부에 장기적 영향력을 구축하고, 그것이 결국 미군의 작전 환경과 전략적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이다. 이번 조항은 바로 그런 우려가 의회 차원에서 공식 문서로 처음 드러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직면한 새로운 질문]
결국 이번 NDAA가 던지는 질문은 전작권 전환 자체가 아니다. 미국은 이제 한국이 얼마나 빨리 군사적 자율성을 확보하느냐보다, 한국이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하고 있다.
상원과 하원이 동시에 한국 내 중국 영향력을 조사하라고 요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 의회가 한반도 안보를 바라보는 기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앞으로 한미동맹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전작권 전환 시기가 아닐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신뢰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그리고 한국이 중국발 안보 리스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