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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사라진 중국 외교부장, 신변이상? 외교적 문책? 사라진 친강 외교부장, 2주 넘게 두문불출 2023-07-12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사라진 친강 외교부장, 2주 넘게 두문불출]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이 2주 넘게 공식석상에서 자리를 감추면서 그의 행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국에서는 중요한 인물이 공식석상에 얼굴을 보이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아 왔는데 이번에도 중국 당국은 그저 건강상의 이유라고 말은 하면서 언제 복귀할지 등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어서 궁금증을 더욱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세 명의 익명 소식통의 발언을 이용해 “친강(秦康) 중국 외교부장이 오는 13일 아세안 외교장관들과 만나고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친강 외교부장 대신 전임자이면서 지금은 중국 외교 최고 수장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친 부장의 전임자이자 상급자인 왕 위원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중국의 권력 서열 24위 안에 들어간다.


올해 57세인 친강 부장은 지난해 12월 왕이의 뒤를 이어 외교부장으로 취임했으며, 지난 6월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 러시아, 베트남 관리들을 만난 후 2주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병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친강의 일정은 중국 외교부의 홈페이지에서 6월 25일 이후 7월 11일 현재까지 전혀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다. 그 전에는 거의 매일 동정이 올라왔었다.


지난 3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에도 친강 부장 대신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행사에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이 각각 영상으로 축사를 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동급 인사인 친강 부장이 참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으나 친 부장의 상급자이자 전임 외교부장인 왕 위원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 통신은 친 부장이 지난달 말 베이징에 주재하는 EU 회원국 대사들과 오찬을 할 예정이었으나 직전에 취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친강은 왜 두문불출하고 있을까?]


중국 외교가에 이상이 인지된 것은 지난 4일, 원래 10일로 예정되었던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의 방중 일정을 취소하면서부터다. 현재 중국 상황에서 EU의 고위급 대표 방중을 거부할 처지도 아니고, 당연히 최선을 다해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지만 중국 외교당국은 보렐 대표의 방중을 취소하면서도 어떤 이유도 들지 않았다. 보렐 고위 대표가 중국을 찾았다면 친 부장과 만날 예정이었다.


또한 친강 부장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외교부장으로서 당연히 나타났어야 했으나 종적을 감춘 것에 대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외교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6일 “친 부장에게 건강 관련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EU 측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기는 것은 만약 보렐 대표의 방중 취소가 단지 친강 부장의 건강상 이유였다면 방중 일정이 최소 일주일 이상 남았음에도 왜 그렇게 단호하게 일정 취소라는 결정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의 의문점을 남긴다. 하나는 친강 부장의 건강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상당히 중병이거나 치료가 오래갈 수밖에 없는 질환일 가능성이다. 그렇게 될 경우 당연히 앞으로 외교부장직을 수행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번째는 친강 부장에게 신변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이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고위직 인물이 갑자기 행방불명되었다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었다.


중국 외교부가 친강 외교부장의 건강이상설을 외신이 보도한 것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언급을 회피한 것도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면서 “중국 측의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참석 관련 소식은 중국 측이 적시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중국 외교부의 태도가 친강 부장의 신변 이상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설명 자체가 단순한 건강 이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신변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전랑외교의 대명사 친강]


사실 친강 외교부장은 중국식 전랑외교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친강 부장은 지난 3월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부임 이후 첫 연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작심 비판했다.


선임 이후 발톱을 감춰왔으나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정면 반박하며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모든 형태의 패권과 냉전적 사고방식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며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 달러패권 강화 등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는 국제 정세와 관련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고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친 부장은 “모든 국가는 자신의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중국은 독자적인 평화 정책을 추구하고 개방을 계속할 것이며, 세계 발전에 기여하고 국제 질서에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미중 관계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계속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도 탈선해 전복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며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이어 “이런 경쟁은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 나아가 인류의 앞날과 운명을 건 도박으로 중국은 당연히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친강 부장은 고조되는 대만 무력 침공설에 대해서도 사전에 준비한 중국 헌법을 꺼내들면서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성한 영토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가 불거진 책임을 미국에게 돌리며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사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간 열리는 중국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은 중국의 외교 정책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자리에서 친강은 초강경한 전랑외교 방향을 내비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친강식 강경 외교가 중국의 국익에 과연 도움이 되고 있을까? 답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중국을 향한 디리스킹 전략을 무너뜨리지 못했고, 특히 미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여겼던 유럽에서조차 견제를 넘어 디커플링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그래도 의지해야 할 일본과 한국마저도 호의적이지 않다. 모두 중국의 강경한 외교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은 국가간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일깨워줬다. 옐런 장관은 미중간에 디커플링은 없을 것이라 분명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국가안보에 관한 한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디리스킹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이 얽혀 있는 상황이라면 외교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국익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절묘한 협상의 기술이다. 줄 것은 주면서 받아낼 것은 받아내는 그러한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친강식의 전랑외교로는 받을 것도 걷어차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 미중간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흐른 것도 결국 중국식 전랑외교가 초래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친강식 외교의 문제점은 EU와의 관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경제력이라는 힘을 바탕으로 윽박지르는 외교의 종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사실 친강 부장은 중국의 외교를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인 인물이었다. 그가 지난 2021년 7월 말 주미 중국대사로 발탁될 때부터 그의 능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시진핑 국가주석과 여러 외교 행사와 해외 순방을 동행했기 때문에 그 속을 잘 안다는 강점은 있었지만, 중국 외교부에서도 주미 대사를 맡을만한 그릇은 안된다는 평가들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그는 전임 추이톈카이(崔天凱·69)와는 여러모로 대조적이었다. 추이톈카이는 완전한 미국통이었던 것에 반해 친강은 외교부에서 두 차례 대변인직을 맡을 때부터 '싸움꾼'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경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AFP통신은 그를 '전랑'(wolf warriorr·늑대전사) 외교의 대표적 인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주미대사를 맡으면서 미중관계에 특별한 역할을 전혀 하지도 못했다. 그런 그를 시진핑은 덜컥 외교부장이라는 중대한 직책을 맡겼다. 아마도 충성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볼 것은 중국이 힘을 내세우는 외교를 하게 되면, 바로 그러한 힘 때문에 중국은 결국 오히려 불리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이 전랑외교를 통해 외국을 윽박 질러가지고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 미국은 물론이고 호주와 유럽에서 된통 당했다. 그러한 후유증이 이젠 디리스킹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친강외교 부장이 이러한 중국의 외교 실책에 대해 문책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친강의 부재가 이렇게 길어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 외교에 분명한 문제가 생겼음을 보여준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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