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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벨라루스에 핵무기 건넨 푸틴, 큰 실수했다! 이례적으로 푸틴 비판한 벨라루스 루카셴코 2023-06-2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이례적으로 푸틴 비판한 벨라루스 루카셴코]


아무래도 푸틴이 큰 실수를 한 것같아 보인다.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도착한 후부터 루카센코 대통령이 푸틴을 대하는 모습이 예전과는 딴판이어서다. 감히 푸틴을 공격하기도 하고 푸틴이 벨라루스에 배치해 두었던 핵무기 통제를 말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바그너그룹 반란 이후 푸틴과 루카셴코 사이에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 시간) “바그너 용병그룹이 반란을 멈추도록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중재과정을 설명하면서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간접 비판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의 정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하면서 독재정치를 하고 있는 루카셴코는 이날 자국 국영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24일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 당시 본인이 중재에 나섰던 상황을 자세히 공개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평소에 푸틴 앞에서 공손했던 자세와는 달리 때로는 푸틴에 각을 세우기도 하고, 심지어 비난하기도 해 그 배경이 무엇인지 주목하게 만들었다.


루카셴코는 “당시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던 프리고진을 살해하기를 원했다”면서 “푸틴은 내게 '(프리고진이) 전화도 받지 않고 누구와도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루카셴코는 그런 푸틴을 진정시키는 한편, 프리고진과의 일대일 대화에 나섰다고 했다.


루카셴코는 “푸틴에게 '나쁜 평화가 어떤 전쟁보다 낫다'며 성급한 행동을 자제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했다”며 “이어 프리고진에게 전화를 걸어 진격을 멈출 것을 촉구하며 '푸틴이 벌레처럼 짓밟으려 한다'고 경고했다”고 했다.


그는 프리고진과 약 30분간 전화 통화를 나눴는데, 프리고진이 욕설을 쏟아내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이 통화에서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사이의 갈등이 통제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프리고진은 루카셴코에게 전화를 다시 걸어 “당신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우리는 (진격을) 멈추겠다. 하지만 그들(러시아 정부)은 우리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루카셴코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가 보장한다고 말하며 안심시켰다”고 했다.


루카셴코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군 장교 훈장 수여식에서 “전쟁에서 함께 싸운 두 사람이 충돌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몇 달 동안 쇼이구 장관의 이름을 직접 거명해가며 러시아군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고 욕설을 퍼부어왔다.


바그너그룹이 지난 24일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를 일시 점령한 것과 관련해 루카셴코는 “러시아 남부에서 벌어진 일을 지켜보기가 괴로웠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 다수가 조국은 하나로 믿기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개입하게 된 것은 “러시아가 붕괴하면 우리는 폐허가 될 것이며 우리 모두 죽게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눈길을 끄는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루카셴코가 푸틴을 정면 비판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루카셴코가 푸틴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29년 동안 집권해온 루카셴코는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면서 벨라루스를 러시아의 종속국으로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0년 벨라루스 민주화 운동을 러시아의 지원으로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푸틴에 대한 종속은 한층 깊어졌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로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공격 발진기지로 사용하도록 허용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배치도 허용했다.


[태도 달라진 루카셴코, 도대체 무엇을 노리나?]


그렇게 철저하게 푸틴에 의존했던 루카셴코가 푸틴을 향해 정면 비판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프리고진이 루카셴코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건 당시 벨라루스의 루카셴코는 프리고진의 벨라루스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BBC는 이와 관련해 “바그너 반란의 주모자인 프리고진이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200km떨이진 벨라루스에 반란 종료 3일만에 도착했다”면서 “벨라루스는 프리고진에게 유휴 군사기지를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벨라루스 내의 바그너그룹 군사기지는 다양한 의미를 던져준다. 바그너 기지가 활성화된다면 당장 푸틴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나토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루카셴코는 자국인 벨라루스에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분명한 것은 벨라루스의 바그너기지는 푸틴에겐 눈엣가시일 것이다. 푸틴의 성격상 결코 프리고진이 살아 있도록 두지 않을 것이지만, 바그너 기지에 프리고진이 있는 한 천하의 푸틴이라도 쉽게 손을 대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자칫 잘못 손을 댔다간 오히려 역습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그런데 프리고진의 바그너 기지가 벨라루스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측면에서는 루카셴코에게 푸틴을 대체하는 ‘비빌 언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카셴코와 프리고진이 의기투합한다면 루카셴코가 푸틴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루카셴코가 푸틴을 향해 정면 비판하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추정해 본다.


또 하나, 루카셴코는 프리고진에게 자신의 정권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 주기를 원할 것이다. 사실 루카셴코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는 자신을 반대하는 ‘벨라루스 해방군’이다. 이 부대는 당장 프리고진의 반란이 일어나자 자신들도 벨라루스 해방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부대는 수백에서 수천명 정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루카셴코는 바로 자신을 대적하는 해방군을 저지해 주기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2) 벨라루스에의 핵무기 배치, 푸틴의 실수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루카셴코의 태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바로 푸틴이 벨라루스에 배치한 핵무기다. 벨라루스가 러시아로부터 받은 전술핵무기 사용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루카셴코는 이날 “총참모장, 국방부 장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 등에게 자국에 배치된 핵무기를 사용하는 절차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공격을 받거나 필요할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루카셴코는 이어 ‘서방에선 러시아가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오직 러시아만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러시아의 허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가정일 뿐으로, 쓸데없는 추측”이라면서 “(핵무기는) 우리의 무기이며 우리가 필요할 때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푸틴의 허락없이도 자신의 결정으로 얼마든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사실 이는 그동안 푸틴이 말해 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다. 푸틴만이 벨라루스 핵무기 통제권을 갖는다고 했었는데, 루카셴코는 “자국이 필요할 때 핵무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완전히 이와 다른 말을 한 것이다.


루카셴코는 그러면서 자국에 있는 핵무기는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사실 이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루카셴코의 즉흥적인 이 말에는 그만큼 프리고진에게 의지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무의식 중에 드러낸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현재 정황으로 보면, 푸틴이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한 것은 대단한 실수인 것으로 보인다. 벨라루스에 있는 핵무기가 이미 푸틴만이 통제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벨라루스가 엉겹결에 핵무기 보유국이 되면서, 이젠 푸틴도 벨라루스에 대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국가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푸틴은 내년의 대통령선거 이후 벨라루스를 아예 러시아 영토로 병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푸틴의 꿈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보유국이 되어버린 벨라루스를 푸틴도 함부로 할 수 없어서다.


[푸틴과 프리고진, 휴전은 과연 유지될까?]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푸틴과 프리고진간에 휴전이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서방의 정보담당자들은 프리고진에 대한 푸틴의 암살 유혹이 계속 있을 것이기에 프리고진의 이에 대한 대응이 당연히 있게 될 것이라 추정한다”면서 “푸틴의 정권 안정 여부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마도 두 사람간의 정면 대결 징후의 첫 번째 카드는 푸틴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보면 앞으로의 전망도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푸틴이 쇼이구를 적당한 시기에 인사조치한다면, 두 사람간 화해가 될 수 있지만 계속 밀고 나간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바그너그룹이 아프리카에 펼쳐놓았던 수많은 사업들을 푸틴이 어떻게 정리해 나가느냐에 따라 제2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프리고진의 반란은 끝난 듯 보이지만 새로운 불씨를 잉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그너의 반란은 지금부터 또다른 서막이 열리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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