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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갑자기 시진핑 손절하고 나선 푸틴 중러정상회담 공동성명 완전 무시한 푸틴, 숨겨진 의도 있다! 2023-03-2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한다는 푸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국영 러시아24 인터뷰에서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오는 7월 1일까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푸틴의 이러한 발표는 일단 동유럽의 긴장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도발인 만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물론 그동안 수시로 핵전쟁 공포를 불러 일으켜왔던 전례로 보면, 핵전쟁 위험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심리전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푸틴의 위협이 세계 정세에 긴장을 더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푸틴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지속적으로 선제 핵 타격 가능성, 핵무기 기반 시설 건설 등을 거론해왔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26일, “푸틴 대통령의 이런 엄포 배경에는 서방이 더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서방 지도층과 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퍼트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미 러시아가 자국 영토 곳곳에 배치된 핵무기로도 러시아가 의도하는 목표물에 얼마든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탄두 위치를 벨라루스 쪽으로 조금 이동시킨다고 해서 핵 위협이 더 증가하지는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전황을 추적하고 있는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핵 확전 공포를 이용하려고 한다”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결의를 깨트리기 위해 실제 사용할 의도가 없이 반복적으로 핵무기 위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시말해 “푸틴의 발언 자체가 핵전쟁 위험이 적은 '정보 작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한 것이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핵무기 배치 발언에 대해 “푸틴은 패배를 두려워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전술무기로 겁주는 것뿐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주장했다.


[시진핑과의 약속을 어긴 푸틴]


푸틴의 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발언이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던지는 것은 바로 불과 며칠전의 중러정상회담에서 푸틴이 사진핑 주석에게 약속했던 바를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7일, “푸틴의 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계획 발언이 사실상 유럽의 전략적 균형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불과 며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약속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어서 더 주목을 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주 시진핑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이 끝난 후 공동 성명을 통해 “모든 핵무기 보유국은 해외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언했었다. 그래놓고 버젓이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를 발표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전 핵 비확산 국장 타리크 라우프(Tariq Rauf)는 “푸틴의 성명은 시 주석과의 회담 결과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잘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자국 국민에게 안심시키려고 국내용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푸틴은 과연 시진핑과 손절한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의문이 드는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푸틴은 왜 시진핑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 신문은 지난 3월 23일 정세분석을 통해 “중러간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얻은 것이 없다”면서 “시진핑의 이미지를 세우기 위한 원맨쇼만 있었을 뿐”이라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정세분석] 중러정상회담, 시진핑 원맨쇼에 얻은 것 없는 푸틴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1986] 중러정상회담, 시진핑 원맨쇼에 얻은 것 없는 푸틴


우리 신문이 이렇게 분석한 것은 푸틴이 시진핑에게서 가장 기대했던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과 관련된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BBC는 20일 “푸틴은 시진핑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이라 밝혔다”면서 “중국이 지난달 적대행위 중단과 평화회담 재개가 핵심인 종전계획보다 더 나은 진전을 기대했을 것”이라 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푸틴의 기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이렇게 전쟁 휴전과 관련해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한 것은 시진핑과 푸틴 사이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갈수록 불리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국이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무기 지원 등에 대해서도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겉으로는 화려해 보였지만 전혀 실속이 없는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에 양국이 합의한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시진핑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푸틴이 제 갈 길로 그냥 가버렸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푸틴도 시진핑을 손절했다는 의미다.


만약 이러한 해석이 맞다면 푸틴의 벨라루스에의 핵무기 배치는 진심일 가능성이 있다. 일단 벨라루스에의 핵무기 배치를 통해 유럽사회를 흔들려 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유럽사회에서 전쟁 종식 분위기가 생겨나도록 선동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벨라루스에의 핵무기 배치 발언의 진짜 의도는?]


또다른 해석이 하나 있을 수 있다. 푸틴이 시진핑을 손절한 것이 아니라면 벨라루스에의 핵무기 배치 발언이 그저 선동용 쇼일 가능성이다. 시진핑과의 약속이 만약 금과옥조로 여겨야 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것이라면, 시진핑과의 약속은 유효하되 그저 서방진영을 향한 협박용 쇼로 벨라루스에의 핵무기 배치 발언을 꺼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방에서는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계획이 푸틴 대통령의 계획만큼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핵위협이 커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러시아 핵전력 전문가인 파벨 포드비그 유엔군축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핵 저장소가 매우 복잡한 만큼 7월 1일까지 벨라루스가 핵탄두를 옮겨 받을 준비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벨라루스에 핵무기가 배치돼도 핵 위협 수준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무기가 저장고 안에 있는 한 위협은 즉각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가디언도 “러시아가 최소 7년 동안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 저장시설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실제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핵 배치 계획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도 “러시아가 7월까지 벨라루스 벙커를 확보하기 위해 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막는 기술적 장벽은 없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언제 동맹국 영토에 핵무기를 보낼지는 밝히지 않은 채 7월 1일까지 저장 시설이 준비될 것”이라고만 밝힌 것에 주목했다.


실제로 푸틴은 “벨라루스에 핵무기 운반용으로 개조된 항공기 10대가 준비되어 있다”면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도 벨라루스로 보내졌으며, 4월 3일부터 승무원 훈련이 시작될 것”이라고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소련의 일부였던 벨라루스는 냉전 기간 동안 여러 기지에 수많은 이동식 탄두와 전술 핵무기를 보관했다. 전직 미국 핵무기 엔지니어이자 정보 분석가인 로버트 켈리에 따르면, 이러한 인프라를 다시 활성화하는 데 기술적 장벽은 낮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로버트 켈리는 이어 “벨라루스의 바라나비치 군 비행장에는 무기를 수용하는 시설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고도 했다.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푸틴이 자국 영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자국 군대의 전쟁 참여를 보류하면서 크렘린 지도자의 행동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


[벨라루스에 핵무기? 푸틴의 두려움 표출인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은 있다. 블룸버그는 “푸틴 주장대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칼리닌그라드에 실제로 핵이 배치되어 있다면 사실 벨라루스에 핵을 배치하는 것보다 더 위협적인데 구태여 벨라루스에 핵을 배치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 푸틴이 또다시 핵무기 운운하면서 핵위협을 하는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심한 손실을 보고 또한 푸틴 정권이 궁지에 몰리면서 이젠 갈수록 핵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에 더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떠오른 중국이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왔음에도 푸틴이 또다시 핵무기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그만큼 푸틴이 약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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