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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들이받은 리커창, 얼굴 일그러진 시진핑 리커창 지우기 나선 시진핑 지도부, 관련 영상들 모두 삭제 2023-03-07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중국인에게 환대받는 리커창의 퇴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전 주석직을 놓고 경쟁했던 중국 권력서열 2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약 54분의 업무 보고를 끝으로 물러났다.


후임자로는 시진핑의 핵심 측근인 리창(李强)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전 상하이 당서기)가 13일까지 열리는 양회(兩會; 전인대+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지명된다.


리커창 총리는 시진핑을 비롯한 그의 일파에게는 눈엣가시였지만 공무원들과 국민들에게는 상당한 환대를 받았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5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를 방문했을 때 리커창은 “최우선 순위는 발전이며, 기본적인 동력은 개혁이고, 발전과 개혁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면서 “그가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나려 하자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관리는 SCMP에 “그가 방문한 현장은 화기애애했다”며 “모두가 그와의 이별을 원하지 않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SCMP는 이어 “그가 비록 퇴임하지만, 여전히 조직 내에서 좋은 평판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파에게 끝까지 압박받는 리커창]


그런데 이렇게 공무원이나 일반 국민들에게 환대받는 리커창의 모습에 쌍심지를 돋우고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시진핑 파들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2일 13기 국무원 임직원 전원과 국무원 청사인 중난하이에서 송별 사진을 촬영했다. 당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리 총리의 베이징대학 동기인 변호사 타오징저우의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특히 리 총리는 송별사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天在看)”는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유비 사후 8번째 북벌을 앞두고 했다는 말을 남겼다.


SCMP는 “리커창의 송별사와 관련 사진들은 중국 내에서 검열로 삭제됐다”면서 “인터넷 검열로 리커창 관련 영상이 사라지자 중국 인터넷 통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우회하여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영상들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파는 왜 리커창 이름을 지우려 하는가?]


그렇다면 중국의 시진핑 일파는 왜 제2인자였던 리커창의 이름을 기억에서 지우려 하는가? 한마디로 반 시진핑파의 구심점으로 리커창이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5일, 리커창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들이받은 사례들을 거론하면서 시주석 일파가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부각된 이유를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은 “리커창 총리가 코로나펜데믹으로 인해 시진핑 주석에게 강력하게 대항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20년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퍼진 초기, 코로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감염병 권위자 중난산(鐘南山)이 TV에 등장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감염이 증명됐다”고 공표한 바 있었는데 이것이 리 총리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중난산의 이 발언은 중국내에 코로나팬데믹이 본격화됐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는데 모든 것을 쉬쉬하던 시절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공론화하는데 바로 리커창 총리가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아사히신문은 “리 총리가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라고 지시한 사례”라면서 “진실 추구는 리 총리가 자기 자신에게 요구한 정치 신념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리커창은 또 ‘탈빈곤사회 실현’이라고 주장한 시진핑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시진핑은 중국이 샤오캉(小康·의식주 걱정 없이 풍족) 사회를 이룩했다고 거창하게 주창했지만, 리커창은 이에 대해 “지금 중국은 아직도 6억 명이 월수입이 1000위안(약 19만원)에 불과하다”면서 시진핑이 말하는 탈빈곤사회 도래는 아직 멀었다고 일축했다. 팩트를 가지고 시진핑을 아예 뭉개버린 것이다.


이러한 리커창의 오기에 가까운 소신은 시진핑 일파로 하여금 정치적 동반자에서 배제하게 만들었고, 그 이후 중국의 관영언론들에서는 리커창 이름 지우기에 나섰다. 실제로 리 총리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정책은 이후 언론 보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또한 2013년 총리에 취임하며 나온 '리코노믹스'(리커창+경제학)도 아예 관영언론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이렇게 리커창과 거리두기를 한 시진핑은 원래 행정부의 리커창 총리가 시행해야 할 각종 경제정책들을 공산당이나 자신의 직속 경제참모들을 통해 시행하면서 리커창을 아예 무시하는 방식으로 ‘리코노믹스’를 무력화시켰다.


사실 중국 경제가 지금과 같이 악화일로를 걷게 된 배경에는 경제통인 리커창 총리를 정책 시행과정에서 배제하고 시진핑 충성파들로 우격다짐식 정책을 펼친 데도 원인이 있다.


리 총리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으로,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시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총애를 받았고, 경제통답게 ‘성장’을 중시했다. 그러나 ‘분배’를 우선시한 시 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 등을 내세워 기업 활동을 사사건건 규제했고, 이러한 시진핑파의 반자본주의적 정책 수행에 리 총리가 반대하면서 리 총리는 갈수록 정책 수행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리 총리는 시진핑 1강 체제가 빠지기 쉬운 '과신의 함정'에 제동을 걸려고 애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까지 경제개혁을 외친 리커창]


그렇다면 리커창 총리의 마지막 공식일정이었던 전인대에서의 업무보고에서는 무슨 말을 했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리커창의 마지막 업무보고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등 시 주석을 14차례 입에 올리며 소신 발언을 자제했다고 평가들을 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리커창의 소신이 그대로 묻어나는 ‘쓴소리’가 숨겨져 있었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 원고를 절반 가까이 줄여 54분간 낭독하는 것으로 임기 10년의 총리직을 마무리했다. 32페이지에 이르는 올해 업무보고의 8할을 지난 1년과 총리 두 번째 임기인 지난 5년 업무를 되돌아보는 데에 할애했다. 시진핑 일파에 의해 완전히 묻혀질 가능성이 높은 자신의 경제관련 업적을 역사에 남기도록 공표한 셈이다.


이날 리커창의 업무 보고 시작은 “풍고랑급(風高浪急·높은 바람과 거센 물결)의 국제 환경과 어렵고 힘겨운 국내 개혁·발전의 임무”라는 말로 시작했다. 리커창은 또 “지난 5년은 극도로 평범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리커창은 특히 중국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이는 사실 시진핑 3기의 출범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공산당 지도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세계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히 높고, 세계 경제와 무역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또 중국이 직면한 문제로 경제 성장의 기초가 약하고, 민간 기업·부동산 시장·소규모 금융 기관·지방정부 재정 등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과학기술 창조력이 아직 약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리커창은 요소요소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를 동원해 시진핑 3기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면서, 지금의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시 주석에게 화살을 날렸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속내는 매우 거북했을 것이다.


중국은 경제 회복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인지 양회 때마다 고수하던 ‘양회 블루(양회 기간 맑은 하늘)’도 포기했다. 올해 양회가 열린 4~5일 베이징의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해 마치 중국의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싶었다. 어쩌면 베이징 블루로 시진핑의 이미지를 억지로 개선하는 것보다 중국의 현실을 대내외에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것은 리커창 총리가 2023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로 제시한 대목이었다. 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했던 작년(5.5%)보다 낮을 뿐 아니라, 경제 성장률 목표를 공개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이 작년 12월 코로나 방역을 전면 완화한 만큼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고, 또한 국방예산의 증액 또한 예상보다 낮았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시진핑 주석의 태도는 상당히 불편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시 주석은 과거에는 인민대표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엷은 미소를 띠기도 했으나, 이날은 퇴장할 때까지 손을 흔들지도 않았고, 시종일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이제 중국은 명실공히 ‘시진핑 천하’가 되었다. 시진핑 사단이 사실상 모든 권력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시진핑 천하인 지금이 중국에게는 가장 위기의 때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총리로 취임할 리창이 당서기를 맡았던 상하이의 경제성적이 31개 성시중 최악이었다는 점을 아는 중국인들은 그저 걱정스러운 눈길로 시진핑 3기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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