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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거꾸로 가는 나라, 중국 시진핑 사상 공부해야 방송도 할 수 있는 나라, 중국 2022-01-27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시진핑 사상 공부해야 방송도 할 수 있는 나라, 중국]


중국이 마치 구석기시대로 되돌아가는 듯한 퇴행적 규제와 압박을 가하고 있어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사상과 선전을 총괄하는 중앙선전부와 방송 규제당국인 국가라디오텔레비전총국(광전총국)은 26일 '사회자의 직업 행위와 사회활동 관리 규범화에 관한 의견‘이라는 지침을 통해 “각종 TV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고 인맥 관리를 제대로 하라”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선전 사상을 학습하여 정치적 소양을 충분히 갖춘 자를 사회자로 내세우라”고 지시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어 "사회자는 매체를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당의 선전과 문화사업의 중요한 역량으로서 올바른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사회자 자격증이 없는 사람을 TV 프로그램 사회자로 임명해서는 안 되고 시사 프로그램에서 게스트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사회자 역할을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모든 방송에서 시진핑 사상이 투철한 자들을 사회자로 내세워 중국 공산당의 흐름과 일치하는 방송을 하라고 지시를 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언론 통제는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정부가 20만여 명에 달하는 자국의 모든 언론인을 상대로 2022년부터 사상 교육을 포함해 최소 90시간에 달하는 ‘당 주관’ 교육을 받도록 할 것이라 발표했다. .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은 지난해 10월 18일(현지 시각) “이 방침은 신문과 방송, 잡지 등에 종사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상으로 하며, (중국 정부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언론 통제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와 국가신문출판사가 최근 발표한 언론 방침에 “(언론인에 대한) 지속적 교육으로 기자들의 정치적 능력을 기르고, 올바른 정치적 방향과 가치 지향성을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뉴스와 여론 작업에 대한 당의 사명에 따라, 마르크스주의 뉴스 교육을 심화시켜야 한다”는 대목도 포함됐다.


사실 중국에서는 공무원은 물론, 민간 영역의 모든 기관·단체 간부들도 한 해에 90시간 이상 당이 주관하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제는 언론사에 재직하는 모든 구성원도 예외없이 그 교육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더타임스는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가장 최근의 시도”라며 “더 엄격한 통제는 일당 독재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는 어떠한 뉴스도 보도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언론 통제는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후부터 대폭 강화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부터는 자국 기자들이 5년에 한 번씩 기자증을 갱신할 때마다 사상 검증식의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르도록 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모든 언론이 당에 봉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그는 일부 시장 지향적 언론이 더 많은 자유를 추구하던 시기를 끝내버렸다”고 평가했다.


[영화 내용까지도 사전 검열하는 중국]


중국 공산당 당국은 중국내 제작 영화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제작된 영화까지도 사전 검열하고 심하면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는 일들까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이 지향하는 기조와 다르면 중국내에서 상영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서도 전 세계에서 개봉된 영화지만 중국내 검열에 걸려 아예 상영조차 못하는 영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칼릿 조핸슨 주연 영화 ‘블랙 위도우’다. 미국과 대결 중인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가운데, 냉전 시기 미국에서 활동했던 러시아의 스파이 조직이 악(惡)의 배후라는 스토리가 문제가 되어 결국 중국내 상영 불가 판정을 받았다.


▲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턴이 주연한 1999년 영화 `파이트 클럽의 한 장면


아예 내용 자체를 수정 또는 편집하도록 요구하는 일도 발생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턴이 주연한 1999년 영화 '파이트 클럽'이 중국에서는 결말의 결정적인 부분이 5분 잘려나가고, 전체적으로 12분 줄어든 버전으로 최근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트 클럽은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턴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1999년 개봉해 전 세계 영화제 노미네이트 및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사회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아직도 많은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그런데 파이트 클럽' 영화가 중국에서는 결말부분에서 주인공이 총을 쏘는 구체적인 장면과 건물 폭발 장면 등이 텐센트 비디오에서는 잘려나갔고, 대신 결말에 대한 설명이 중국어 번역자막이 없이 영어 텍스트로만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경찰이 테러 계획을 파악해 모든 범죄자를 체포했다는 교훈적 내용으로 억지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노매드랜드'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 중국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한동안 큰 관심을 받았다가, 자오 감독의 과거 반중 발언이 뒤늦게 조명받으면서 상영이 취소됐다.


이와 관련해 SCMP는 한 영화 제작자의 말을 인용해 "검열 당국이 때때로 삭제할 장면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며 "대부분은 폭력적이거나 음란한 장면, 혹은 나쁜 놈이 승리해서는 안된다는 '가치'와 관련한 장면들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지적을 받으면 콘텐츠의 상영 전까지 지시대로 편집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규제에 따라 한국 영화의 경우 좀비가 나오는 ‘부산행’이나 여러 신이 나오는 ‘신과 함께’,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룬 ‘택시운전사’, ‘변호인’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다룬 ‘기생충’의 중국 개봉이 금지됐다.


[애국주의 영화 제작 요구하는 중국 공산당]


중국 공산당은 이렇게 이미 제작된 영화에 대한 검열 뿐 아니라 아예 애국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영화들을 제작하도록 하고 또 이런 영화에 대해 대대적으로 ‘애국 영화 보기 운동’까지 펼치면서 사회적 분위기를 주도하려 한다.


그러한 대표적인 영화가 한국전쟁에서의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다룬 ‘장진호’이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영화 매출은 460억위안(약 8조6000억원). 전년 대비 126% 성장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바로 1위를 차지한 영화가 지난해 9월말 개봉한 ‘장진호‘다. 이 영화는 1억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57억위안(약 1조700억원)을 벌어들였다.


거장 첸카이거 감독과 쉬커 감독 등이 공동으로 이 영화를 만들고 13억 위안(약 23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블록버스터란 점과 중국 공산당과 정부 당국이 집중적으로 이 영화를 후원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일으킨 효과다.


중국이 최근 들어 항미원조 영화에 부쩍 열을 올리는 것은 미국과 정면충돌하면서 중국인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함이다. 그래서 항미원조 성격의 영화들은 6.25라는 한국 전쟁을 다루면서도 정작 이 영화에 한국군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심지어 북한군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주제는 철저하게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그린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올해 설날(춘제, 春節·올해 2월 1일)에도 중국 영화계 거장인 장이머우(張藝謨)와 천카이거(陳凱歌)가 각각 감독한 6·25 전쟁 소재 영화가 동시에 개봉된다.


이중 '붉은 수수밭', '인생', '귀주이야기' 등을 연출한 장이머우의 제작 영화 '저격수'는 6·25 전쟁 때 미군 엘리트 저격 소대와 맞선 중국군 병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또한 천카이거가 홍콩 감독 서극(徐克), 단테 람과 공동 연출한 '장진호의 수문교'는 '장진호'의 속편으로, 1950년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벌어진 장진호 전투 후반 수문교(水門橋)에서 철수하는 미군과 중국군이 벌인 사투를 그렸다.


이들 영화는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영화국이 제작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이렇게 중국 영화들이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흐르면서 한국전쟁이 미중전쟁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있는 것이다.


[연예 매니지먼트도 사회주의 사상 충만해야 가능]


중국 공산당은 방송 및 영화에 대한 철저한 사전 규제와 함께 아예 연예계 자체에 대한 ‘공산당에의 충성심’을 자격조건으로 내세우고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2월 24일, 새롭게 제정된 공연중개업(공연매니지먼트) 규정을 통해 중국에서 공연 중개업, 곧 연예계 매니지먼트 등을 하려면 올해 3월부터 매년 1회 치러지는 ‘공연중개업자 자격시험’에 합격해 관련 자격을 취득해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중국인은 물론 홍콩인과 대만인까지도 적용된다.


이 규정에 의해 중국내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려면 중국 국적자로 중국의 헌법을 지지해야 하고 제대로된 정치적 자질을 지녀야 하며 업무 수준과 도덕적 품행을 갖춘 이들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 체제의 수호자가 되어야만 연예 매니지먼트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규제가 강화된 것은 지난해 12월 14일, 시진핑 주석이 중국문학예술계연합회 제11차 전국대표대회와 중국작가협회 제1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문화예술 종사자에게 개인의 도덕성 함양과 사회적 이미지, 작품의 사회적 효과를 통일해야 한다”며 “덕과 예술을 동시에 추구하며 시장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하면서 본격화됐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25일에도 중국 국가연극원 단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몸과 마음을 다해 중국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야 한다"면서 "시대와 인민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26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국가연극원 단원들이 시종일관 당의 문예 방침과 정책을 따라야 한다"면서 "예술가들은 무대 위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봉사해 도덕적이고 온기가 있는 훌륭한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의 삶, 오직 시진핑 3연임을 위해 희생할 뿐]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이 이렇게 시대를 거꾸로 가면서까지 ‘오직 공산당에의 충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넘어 장기집권으로 가는데 있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이는 ‘시진핑이 곧 중국’이라는 절대적 좌우명 앞에 모든 것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중국인들의 눈과 귀를 오직 시진핑 한 사람에게만 맞추도록 철저하게 통제하고 또 다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의 중국인들이 참 안쓰럽다.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시진핑을 위한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금의 거꾸로 가는 나라, 중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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