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의 UBS 은행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가 자국 정치권의 대형은행 규제 강황 움직임에 맞서 본사를 미국 등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전격 논의하고 있다.
스위스 금융의 상징으로 꼽히는 UBS가 취리히에 위치한 본거지를 해외로 옮기는 비상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스위스 의회가 대형 금융기관을 겨냥한 은행법 개정 작업을 본격 추진하자, 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을 완화하려는 차원에서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비상계획에는 미국 내 금융사를 매개로 인수·합병을 추진해 본사를 옮기거나, 유럽 내 경쟁 기관과의 합병 및 미국 기업으로의 매각 방안 등이 다각도로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번 조치는 스위스 정치권이 추진 중인 엄격한 자본 요건 규제에 대한 대응책 성격이 짙다. 지난 2023년 크레디트스위스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후, UBS가 이를 흡수 합병하면서 스위스 내 유일무이한 초대형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현지 당국과 의회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명목하에 대형 자본에 대한 규제 문턱을 크게 높이는 법 개정을 추진해 왔으며, 자국 내에서도 이러한 규제 강화안을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안이 최종적으로 정식 통과할 경우 UBS가 추가로 확충해야 하는 신규 자본의 규모는 약 160억 달러(한화 약 21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업 경영에 막대한 재정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수치다. 은행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룹 회장과 최고경영자(CEO)가 본사 이전 문제를 두고 완전히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862년 설립되어 자산 관리 부문에서 세계 최대 수준의 명성을 유지해 온 UBS가 실제로 취리히를 떠나게 된다면 스위스 금융업 전반에 엄청난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글로벌 자산 피난처로 칭송받던 스위스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 국가적 금융 위상 역시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전 움직임이 규제안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는 전략적 최후 수단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설령 해외 이전이 실제로 성사되더라도 스위스 국내 영업 부문은 별도로 유지하거나 외부 투자자에게 분사하는 방식으로 사업 연속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함께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