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앞에서 학교 예산 부족에 항의하는 학생들 [AP=연합뉴스]
교육 여건 개편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가 국가 전체로 번지자 프랑스 정부가 이달 말까지 현장의 불만을 수용한 1차 대응 방안을 내놓는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2026년 10월 7일 저녁 진행한 대국민 방송을 통해 청소년들이 표출하는 불안과 분노에 공감한다는 뜻을 피력하며, 정부와 정치권이 이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표명했다.
행정부는 대선까지 남은 8개월의 기간 동안 시위 참가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결원 교사 즉시 충원, 학교 시설 현대화, 학사 일정 개편, 대학 입학 지원 시스템 '파르쿠르쉬프' 정비, 학생 의견 수렴 창구 신설 등 5가지 핵심 과제를 설정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개설한 창구에 접수된 4만 건 이상의 요구사항을 종합 분석해 이달 말 구체적인 첫 번째 조치를 공표한다.
정부는 교육 분야 재정 투입 확대 요구와 관련해 내년도 국방·공공 예산 재편 속에서도 교육예산만큼은 지난해보다 12억 유로를 증액한 640억 유로(약 95조 8천억 원)로 책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국가 예산이 늘어난 드문 사례라는 설명이다. 또한 시위대를 향한 공권력의 과잉 진압 논란에 대해서는 경찰이 학생들과 대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인명 및 재산 보호를 위해 현장 상황에 맞춘 비례적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이러한 달래기책에도 불구하고 정국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마뉘엘 봉파르 의원은 알맹이 있는 실질적 정책이 빠졌다고 비판했고, 녹색당 마린 통들리에 대표 역시 국면 전환을 위한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고등학생 단체 대표들 또한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끌어내기 위해 총리와의 정식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1일 파리 외곽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발한 뒤 전국으로 급격히 번졌다. 지난 6일에는 전국에서 최대 45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거리로 나왔으며, 점차 대학생, 학부모, 교사, 공무원 노동조합, 농민단체까지 대거 가세하는 양상이다. 학생들의 교육 요구로 출발한 집회가 유가 상승과 물가 고통, 긴축 재정에 대한 거센 민심 폭발로 이어진 셈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유가 인상에 반발해 과거 '노란 조끼' 형태의 대대적인 항쟁을 예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가 에너지 및 물가 불만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비상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전략 비축유 중 경유 1,000만 배럴을 유통업체에 저렴하게 풀기로 결정했다. 이 물량은 유가 급등 전 매입한 것으로 원가 수준에 공급돼 주유소 소비자 가격을 리터당 12~18상팀 가량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전력 공급 기관을 향해 겨울철 전기요금 동결을 위한 전력 생산 역량 최대 가동을 당부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