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의 쌀' 반도체 기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의 반도체 첨단기술을 통째로 복사해 중국으로 유출하는 신종 산업 스파이가 적발되면서 현지 사법 당국이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벨기에 검찰은 중국 출신의 50대 벨기에 이중국적자 남성을 산업 스파이 행위 및 범죄 조직 가담, 기업 기밀 유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사법당국은 이 남성이 베이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공항 현장에서 전격 체포해 신병을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피의자가 벨기에의 핵심 반도체 제조사인 벨간(BelGaN)에서 고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핵심 기밀을 중국으로 빼돌리려 시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피의자의 입사 직후 중국 현지에 동일한 분야의 기술을 다루는 기업이 설립된 정황에 주목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피의자는 벨간에 적을 두고 있는 기간 동안 해당 중국 기업의 경영진을 겸임하며 동일한 연구를 병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가 노린 핵심 기술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질화갈륨(GaN) 기반의 반도체 공정이다. 질화갈륨 기술은 전기차를 비롯해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등 첨단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중국 당국이 지난 10년간 자국 확보를 위해 집중적으로 공을 들여온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피의자가 근무했던 벨간은 미국 기업 온세미컨덕터의 제조 시설을 인수하면서 질화갈륨 관련 기술력을 축적했으나, 기술 유출 사건이 불거진 이후 파산 절차를 밟았다. 이번 사건은 벨기에 안보당국이 경고해 온 '중국으로 복제(Copy to China)' 전술의 전형적인 사례로 분류된다. 이는 현지 기업에 투입되거나 진입해 기술을 취득한 뒤, 중국에 동일한 기술을 다루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대규모로 사업화하는 수법이다. 벨기에 수사 당국은 범행을 함께한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망을 넓히고 있으며, 벨기에 및 유럽연합 주재 중국 대사관 측은 이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