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로 진입하는 화물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중동발 지political 불안이 겹치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의 핵심 축인 파나마운하의 선박 통행권 가격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의 핵심 갑문 이용을 위한 8월 통행권 경매 낙찰가가 평균 110만 달러(한화 약 15억 5천만 원) 선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액수는 불과 1년 전 동일한 시기 형성됐던 평균 거래가와 비교했을 때 16배가 넘는 가파른 상승 폭이다. 규격이 큰 대형 선박이 거쳐야 하는 주요 갑문의 통행료 낙찰액은 근래 들어 평균 250만 달러(한화 약 35억 3천만 원) 선까지 솟구쳤다.
이처럼 통행권 비용이 폭등한 일차적 원인은 운하 운용의 물줄기 역할을 맡는 인공호수 가툰호의 수면이 급격히 낮아진 데 있다. 해당 운하는 호수 수위를 기반으로 선박 이동을 제어하는 구조를 띤다. 따라서 수량이 줄어들면 통항 가능 선박 수와 적재 중량을 제약하는 조치가 내려지고, 이에 따라 통과 자격을 조기 확보하려는 선사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경매가가 급상승한다.
금년 6월부터 본격화된 엘니뇨 현상이 초래한 가뭄으로 현재 가툰호 수위는 예년 기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여름 찾아온 엘니뇨의 세력이 예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수위 감소세가 한층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데이터 분석 기업 아거스의 로스 그리피스 관계자는 "금년 수위 하락 양상은 최악의 가뭄을 겪었던 2023년보다 한층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상황이 당시보다 더욱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이란 사태 여파로 중동 해상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및 통항 차질이 빚어진 점도 시장 혼란을 부채질했다. 아시아권 석유 수입국들이 대안으로 미국산 원유와 관련 석유제품 구매를 확대한 결과, 해당 물동량이 미 동부 멕시코만에서 아시아로 이어지는 최단 거리에 위치한 파나마운하로 대거 쏠리게 됐다.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운하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대형 선사들은 통상 사전 예약제를 활용해 경매가보다 저렴하게 통항권을 확보한다. 그렇지만 전체 운하 통행량 가운데 30%가량은 사전 약정이 아닌 일일 경매 방식으로 통 통행 자격을 얻고 있어,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물류비 상승 압박을 고스란히 받는다. 이와 관련해 파나마운하 관리 당국은 최근 관찰되는 통행권 경매가의 가파른 오름세에 대해 시장 내부의 일시적인 변동 현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