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무단 월경 사태가 발생한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에 보호자 없는 미성년 이주민 1천100여 명이 남겨지면서 스페인 중앙정부가 이들의 본토 분산 배치를 추진하고 나섰다.
북아프리카 연안에 위치한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가 최근 발생한 대규모 월경 사태의 후폭풍으로 마비 상태에 빠졌다. 지난주 모로코에서 7만 2천여 명에 달하는 이주민이 국경을 넘어 세우타로 무단 진입하는 과정에서 해엄을 치던 7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태 이후 월경 인원 대부분은 모로코로 되돌아갔으나, 약 2천500명의 이주민이 여전히 현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남아있는 인원 중 절반에 가까운 1천100여 명이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전체 인구가 8만 4천여 명에 불과한 소도시 세우타는 수용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미성년 이주민들이 창고를 개조한 임시 숙소에 밀집해 있거나 거리를 방황하며 노숙을 이어가는 등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노출됐다. 현지 주민 함자 시투니 모레노(40)는 이주 아동 몇 명을 데리고 관련 당국을 찾았으나 거절당했다며, 폭증한 인원을 현지 기관이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증언했다.
지역 행정당국 역시 한계를 호소하며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행정수반은 이 날 스페인 국영방송 RTVE와의 인터뷰에서 현지 수용 능력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비바스 수반은 현 상황이 공공 질서와 지역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으며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중앙정부 차원의 조속한 지원을 요구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좌파 성향의 스페인 중앙정부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중앙정부는 세우타 지역에 2천500만 유로(약 409억 원)의 예산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세우타에 고립된 이주민들을 스페인 본토의 여러 자치주로 나누어 수용하는 분산 배치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구상이 차질 없이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중도우파 성향의 제1야당인 국민당(PP)과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극우 정당 복스(VOX)가 본토 분산 수용 방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야당이 지배하는 지방정부들이 수용을 거부할 경우 정책 추진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 대립을 넘어 행정적 걸림돌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미성년자들의 신원 확인과 개별 면담 등 필수적인 행정 절차를 거치는 데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