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전역을 덮친 조기 폭염과 극심한 건조 기후로 라인강 물길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물류 마비와 경제적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독일 서부 산업지대를 관통하는 라인강 주요 거점인 쾰른 일대는 지난 5월부터 이어진 무더위와 극심한 강수량 부족으로 강변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5일 현지 취재진이 찾은 쾰른 시내 라이나우하펜 선착장에는 운항을 멈춘 레저용 보트 수십 척이 모래톱 위에 바닥을 드러낸 채 한 달 가까이 방치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보트클럽을 운영하는 슈테판 씨는 가뭄이 극심했던 2018년 가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극단적인 저수위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현장에 동행한 관계자 역시 선착장 수위 수치를 가리키며 강물이 평소보다 2m 이상 줄어들었다고 확인했다. 강 바닥에 적치된 모래나 오물이 기관에 유입될 위험 탓에 보트 운행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역사가 깊은 쾰른 수위 관측탑은 이 날 공식 수위 70㎝를 기록했다. 평소 평균 수위인 3m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나흘 전인 1일에는 67㎝까지 떨어져 종전 최저치(69㎝)를 넘어섰다. 당국은 주말 사이 최저 수치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화물선이 제 속도를 내며 운항하려면 최소 139㎝ 이상의 수위가 확보되어야 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해 적재량을 감축하거나 소형 선박으로 대체하는 실정이다.
관광 및 여객 운송업계도 차질을 겪고 있다. 유람선업체 KD는 안전 우려로 대형 선박 운항을 정지하고 소형선 위주로 겨우 물길을 이어가고 있으며, 높아진 선착장 경사로로 인해 승객 안전 유의를 지시했다. 상류 지역인 본이나 코블렌츠 등지는 사정이 더욱 악화하여 화물선 운항마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발원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이어지는 라인강은 독일 내륙 수운량의 80%를 처리하는 핵심 통로다. 화학 및 철강 대기업들이 모여있는 주요 생산지대로 석유, 철광석, 곡물 등 핵심 원자재를 나르는 핵심 축이다. 하루 평균 400여 척에 달하던 운항선이 줄어들면서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가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기업의 조업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티센크루프는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지난달 생산량을 감축했으며, 수송 비용 상승 영향으로 인근 지역의 연료 가격이 타지역 대비 리터당 최대 11센트(약 181원) 높게 형성됐다. 금융권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번 가뭄 여파로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0.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