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실 가족 [AP=연합뉴스]
일본 중의원이 왕위 계승권 단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옛 왕가의 남성을 양자로 들이고 여성 왕족의 결혼 후 황실 잔류를 허용하는 황실전범 개정안을 가결했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2026년 7월 10일 본회의를 열고 왕족 수 확보를 골자로 하는 황실전범 개정안을 여당과 일부 야당의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향후 상원 격인 참의원에서도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이번 회기 내에 최종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개정안의 핵심은 여성 왕족이 결혼한 이후에도 신분을 잃지 않고 왕실에 남을 수 있도록 한 점과 과거 황적에서 이탈했던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을 현재 왕실의 양자로 입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점이다.
구체적인 조항에 따르면 양자로 들어오는 옛 왕족의 남계 남성 본인에게는 당장 왕위 계승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양자가 향후 남자아이를 출산할 경우 그 자녀에게 왕위 계승 자격을 인정한다는 특례 규정이 새로 포함됐다. 이 부분은 당초 일본 의회가 도출했던 사전 합의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이 때문에 야당 측의 거센 반발과 이의 제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은 표결에 동참하는 조건으로 양자의 아들에게 계승권을 주는 규정의 인정 여부를 향후 조속히 재검토하겠다는 문구를 부대결의안에 명기하라고 촉구했다. 다음 주 예정된 참의원 심의 과정에서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이번 법안을 두고 "입법부의 총의가 아니다"라며 반대 기류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인 수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수정안이 거부될 경우 개정안 본안에 반대 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의회가 복잡한 진통을 겪으면서까지 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일본 왕실의 맥이 끊어질 수 있다는 극심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황실전범 제1조는 오직 부계 혈통의 남성만이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다고 못 박아 두었다. 하지만 현재 나루히토 일왕에게는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만 있어 직계 승계가 불가능하며, 차세대를 통틀어 왕위를 이어받을 젊은 남성 후계자는 조카인 히사히토 친왕 단 한 명에 불과해 대가 끊길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남계 남성만을 고집하며 여왕의 즉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이번 의회의 결정이 대다수 일본 국민의 눈높이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지난 5월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72%가 여성이 왕위에 오르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변해 여왕 출현에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현재 일본 대중에게 높은 호감을 얻고 있는 아이코 공주의 대중적 인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학계에서도 남계 남성 중심의 왕위 계승 원칙이 지닌 역사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대사 전문가인 니토 아쓰시 국립역사민속박물관 명예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왕실의 혈통이 단 한 번도 단절되지 않고 남계로만 이어져 왔다는 이른바 "만세일계"라는 믿음에 대해 역사적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편 의회운영위원회는 왕족 수 확보 추이를 지켜보며 안정적인 왕위 계승 방안을 지속해서 논의하겠다는 부대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