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무장 대원들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임시 행정 조직을 완전히 해체하고 민간 전문가 중심의 새로운 행정 체계로 권력을 이양하기 시작했다.
하마스 공보국은 모하메드 알파라 정부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식 사임서를 제출함에 따라 기존 비대위를 해산하고, 가자지구 국가행정위원회(NCAG)로의 원활한 행정 및 권력 이양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이 날 밝혔다. 가자 정세를 장악해 온 하마스가 지배 기구를 공식적으로 내려놓은 것은 약 20년 만의 일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오랜 전쟁을 겪은 가자지구의 전후 복구와 민정 관리를 담당할 기술관료 중심의 권력 이양 작업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날 해산된 정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초기에 구성된 임시 행정 조직이다. 당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습과 격전으로 기존 하마스 정부 부처와 경찰 조직을 비롯한 행정 인프라가 대거 마비되자, 하마스는 전력 및 행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비대위를 주도로 가동해 왔다.
하마스 측은 기존 행정 인력의 고용 승계와 치안 유지를 보장하며 정권 이양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마스 공보국은 "모든 공무원은 가자지구 NCAG 관할하에서 일할 준비가 된 사람들로, 앞으로도 평소와 다름없이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로써 권력 이양에 필요한 모든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발표는 하마스가 행정권을 넘긴 후에도 민생 시스템이 마비되지 않도록 실무진의 잔류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롭게 가자지구의 치안과 행정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게 될 NCAG는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무력 충돌을 중재하며 설립한 '평화위원회'에 기원을 두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하마스의 이번 행보를 두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구상한 가자지구 평화 안착 계획에 발을 맞추어,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NCAG 측에 양도할 확고한 용의가 있음을 국제사회에 증명하려는 상징적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NCAG는 설립 직후 곧바로 가자지구 내부의 권력을 인수하지 못하고 표류해 왔다. 하마스 측이 무장 해제 요구에 거세게 반발한 데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을 의식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평화안'의 핵심 이행 조항과 세부 협상 과정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권력 이양 시기를 미루고 시간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통치 기구의 공식 해산을 선언함에 따라 교착 상태에 빠졌던 남부 레반트 지역의 정세는 급격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실제로 행정권 인수를 준비 중인 NCAG 위원들은 현지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고통을 경감하고 본격적인 유격 행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주 유럽 키프로스에 모여 세부적인 사전 전략 회의를 극비리에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구상한 전후 가자지구 정착 로드맵에 따르면, 현지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무장 정파들의 완전한 무장 해제 및 무기 반납 프로세스가 최종적으로 검증된 이후에만 단계적으로 철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향후 하마스의 실질적인 무기 포기 여부가 이 지역의 완전한 평화 정착과 이스라엘군 철수를 결정짓는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독점적 통치권을 내려놓은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대전환이다. 지난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다수당으로 승리한 하마스는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관할하는 온건파 파타 정파와 연립 정부를 구성했으나, 선거 결과와 권력 배분을 둘러싼 무력 충돌 끝에 2007년 6월 중순 파타 세력을 가자지구에서 축출하고 무력으로 독점 통치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