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피지, 방위동맹 결성 (수바[피지] AFP=연합뉴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와 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총리가 6일(현지시간) 피지 수도 수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방위동맹 결성을 발표했다.
호주가 피지와 상호 방위를 보장하는 군사동맹을 맺으며 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안보 그물망 구축에 속도를 낸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 날 피지 수도 수바에서 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평화대양동맹'(Ocean of Peace Alliance) 결성을 대외에 공표했다. 이번에 체결된 안보 권역 내 협약은 한쪽 당사국이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상대국이 방위 체계를 상호 지원하고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의무 조항을 골자로 삼고 있다. 이는 피지 역사상 최초의 공식적 군사동맹이며, 호주 입장에서는 미국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에 이어 네 번째로 성사된 동맹 관계로 기록됐다.
공동 선언 자리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평화대양동맹으로 상호 방위 의무가 도입됐다"면서 "필요할 때 서로를 돕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3의 세력이 피지를 침략할 경우 호주 측이 피지의 주권 보호를 위해 전폭적인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시티베니 라부카 피지 총리는 중국을 의식한 듯 "이번 협정은 피지와 중국의 관계나 호주와 중국의 관계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아시아 강대국인 중국이 이번 조약에 반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양국은 안보 체계 구축과 더불어 경제적 유대를 긴밀히 하는 '부발레 연합'(Vuvale Union)을 동시에 출범시켰다. 피지어로 가족을 뜻하는 부발레 연합의 취지에 맞추어, 호주는 향후 10년간 약 10억 호주달러(약 1조600억원)를 피지 현지에 전격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호주 정부 수반은 이 두 가지 조약의 결합이 호주 외교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협력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번 동맹 조약문에는 역내 안보에 기여할 의사가 있는 다른 태평양 도서국들의 추가 가입을 허용하는 개방형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즉각 호주·피지 정상과 소통을 마쳤음을 전하며 "다른 국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될 것"이라면서 "우리에게도 참여는 매우 중요한 이익이 될 것"이라고 협정 합류에 대한 강한 관심을 표명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구체적인 가입 방식과 협상 절차, 요구되는 의무 사항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호주 정부는 연이어 주변 도서국들과의 연쇄 접촉을 이어가며 반중 전선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튿날 솔로몬 제도를 찾아 매슈 웨일 총리와 안보 협력안을 논의한다. 앞서 솔로몬 제도는 과거 중국과 맺었던 비밀 안보 협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호주 총리는 뒤이어 파푸아뉴기니 및 통가 정상들과도 잇달아 연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과거 솔로몬 제도와 중국의 밀착에 위기감을 느낀 호주가 투발루, 나우루, 바누아투 등과 연이어 안보 장벽을 쌓아 올린 외교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관망조의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관련 국가들이 섬나라들의 독립과 주권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 발전에 집중하며, 제3자를 겨냥하거나 그들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삼가기를 바란다"고 정례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이번 동맹 체결과 맞물려 중국 해군 핵잠수함이 남태평양 공해상에서 훈련용 모의 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3' 1발을 기습 발사하자 오세아니아 주요국들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은 "중국에 이번 시험 발사가 지역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분명히 밝혀왔다"며 투명성이 결여된 급속한 군사력 증강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부 장관 역시 사전 통보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도발적 시험을 감행한 중국 당국의 일방적 처사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