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루클린 아파트 단지[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높은 주거 비용과 대출 부담 탓에 부모와 집을 공유하는 미국의 젊은 세대가 급증하면서, 동거를 수치로 여기던 과거의 고정관념이 경제적인 실리 추구라는 긍정적인 사회적 시선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성인 자녀가 부모의 품을 떠나지 않는 현상이 새로운 주거 문화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날 보도자료를 통해 청년층의 동거 형태가 '자립의 좌절'이라는 부정적 굴레에서 벗어나 '영리한 재정 관리'라는 인식을 얻으며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가계경제 및 의사결정 조사 결과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30세 미만에 속하는 성인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49%가 부모의 거처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의 통계치와 비교했을 때 무려 12%포인트나 치솟은 수치로, 동거 인원 3명 중 1명꼴은 25세 이상의 본격적인 사회활동 연령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젊은이들이 독자적인 가정을 꾸리는 시기를 뒤로 미루게 된 배경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은 부동산 시장의 문턱이 존재한다. 폭등하는 주택 매매가와 매달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 여기에 대학 시절 발생한 학자금 대출 상환 압박까지 가중되면서 청년들의 삶의 궤적이 통째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매체는 "20대 청년이 부모 집에서 사는 것은 한때 독립에 실패했다는 의미이자,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이제 재정적으로 현명한 선택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일부에게는 장기적인 생활 방식이 되고 있다"고 덧붙이며 세대 간 인식 변화의 지형도를 짚었다. 금융서비스 기업인 스라이번트가 수행한 조사에서도 고향 집으로 복귀를 선택한 미 청년의 55%가량이 통장 잔고와 관련된 현실적 한계를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재정적 제약으로 선택한 삶이지만, 당사자들은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을 '집에서 생활하는 딸' 혹은 '집에서 생활하는 아들'이라는 친근한 명칭으로 명명하며 일상을 가감 없이 공유하는 유행이 번지고 있다. 뉴욕의 중심가인 맨해튼에서 생활하던 서맨사 스토보는 교제하던 이와 결별한 이후 홀로 막대한 월세를 메우지 못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모친의 거처로 거처를 옮겼다.
33세인 스토보는 20대 후반에 처음 이사를 결심할 당시만 해도 몇 달간 임시로 머물 생각이었으나, 경제적 압박이 지속되면서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모친과의 일상을 영상으로 제작해 틱톡에 게재 중인 서맨사 스토보는 "아무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라며 "'정말 좋겠다. 돈도 많이 모으고 있겠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인 미시간주의 케이시 라이트 역시 연속으로 고용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며 실직한 직후 부모의 집으로 복귀했다. 28세인 라이트는 별도의 방세를 지불하지 않는 대신 식료품 구매와 요리, 앞마당 잔디 관리 등 가사 노동을 전담하며 가정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케이시 라이트는 "가능하다면 내일이라도 독립하고 싶다"고 토로하며,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주거 유지비용이 자립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임을 숨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국면에서 임시방편으로 귀향했던 이들이 이후 직면한 고물가 기조와 렌트비 폭등 여파로 인해 정착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진단한다. 템플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는 로런스 스타인버그 교수는 사안의 엄중함을 짚으며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이 연령대 미국인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인구지학적 격변은 미국의 부동산 건설 구조와 행정 규제 지형까지 뒤흔들고 있다. 일부 자치주 정부는 늘어나는 동거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본채 옆 부지에 별채 개념인 보조주택을 증축하기 용이하도록 행정 절차와 관련 법령을 대폭 완화했다. 이에 발맞추어 대형 주택 건설업체들도 장성한 자녀와 중장년 부모가 독립성을 유지하며 공존할 수 있는 다세대 맞춤형 주거 평면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DC 인근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전문 중개인 케인 그롤리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성인 자녀가 계속 함께 사는 탓에 고객들이 집을 줄여 이사하는 시점을 늦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하며 은퇴 세대의 자산 유동화 계획마저 지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