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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02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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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왼쪽)과 그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가 남성 왕족만 왕위를 이어받도록 제한하는 황실전범 개정안을 제출하자 정치권의 거센 반발과 함께 왕위 계승 원칙의 역사적 정당성을 둘러싼 학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고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니토 아쓰시 국립역사민속박물관 명예교수는 마이니치신문과의 대담에서 일왕 자리를 부계 혈통의 남성이 대대로 물려받았다는 이른바 '만세일계' 이념은 역사적 실증 능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만세일계란 일본 왕실의 혈통이 최초의 왕인 진무로부터 남계로만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왔다는 신념을 의미한다. 니토 교수는 실제 역사적 기록과 고증을 바탕으로 검토했을 때 최초의 일왕으로 알려진 진무라는 인물의 실존 여부 자체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논박했다.


학계에서는 과거 왕위가 부계 혈통으로만 고착화되어 전개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역사적 선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니토 교수는 5세기 후반에 집권했던 부레쓰 일왕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가문과 태생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게이타이가 오직 탁월한 군사적 역량과 통치 능력을 인정받아 왕권을 차지했던 사건을 대표적인 반증 사례로 언급했다. 일본 왕실에서 현대와 같은 형태의 혈연 중심 계승 체계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6세기에 이르러 긴메이 일왕이 즉위하고 중국의 호적 제도를 수용하며 유교적 가치관이 유입된 이후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설령 혈연을 바탕으로 한 왕위 상속 기틀이 마련된 이후라 할지라도, 그것이 오직 남성만의 독점적 권리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과거 고대 사회에서 6명의 여왕이 대권을 잡았으며, 근세 시기에도 2명의 여왕이 즉위하여 국가를 통치한 바 있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남계 남성만을 일왕의 유일한 자격 요건으로 규정하는 현재의 주장은 역사적 전통과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왕실을 이탈했던 옛 왕족 가문의 남성을 양자로 가문에 들어오게 한 뒤, 해당 남성이 낳은 아들에게까지 왕권을 승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의 황실전범 개정안을 국회에 전격 제출했다. 이러한 조치는 현재 재위 중인 나루히토 일왕의 유일한 직계 자녀인 아이코 공주가 장래에 왕위를 승계할 수 있는 모든 법적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어 커다란 정국 파란을 예고했다.


당초 입법부 내부에서 조율되었던 중의원과 참의원의 합의안은 기존 왕가에서 양자를 들여오는 조치까지만 용인했을 뿐, 그 양자가 미래에 출산할 자녀에게까지 승계권을 연장하는 가혹한 조항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의회 합의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고 완고한 내용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자 야당 진영은 일제히 격렬한 저항권을 행사하고 나섰다. 다나부 마사요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정부의 이번 법안 제출 행태를 두고 "입법부 총의와 거리가 멀다"고 강도 높게 힐난했으며, 연립 여당의 일축인 공명당조차 국회 차원의 추가 협의 진행에 강한 난색을 표명했다.


보수적인 성향을 대변하는 언론 매체인 요미우리신문 역시 이 날 발행한 사설을 통해 여성과 여계 왕족의 즉위 가능성을 전면 배제해 버린 현재의 황실전범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입법부가 백지상태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모리 에이스케 중의원 의장은 여야 지도부를 긴급 소집하여 의회 내부의 통합된 의견을 도출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는 등 이례적인 중재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왕위 승계 자격 논란은 집권 자민당이 앞서 의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국기손괴죄' 법안 문제와 결부되면서, 폐막까지 약 보름 남겨둔 정기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가로막는 최대의 폭탄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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