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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01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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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 프랑스 공장[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연합이 자국 철강 산업을 지키고자 무관세 수입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보호무역 조치를 단행한 가운데,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은 비교적 타격을 최소화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역할을 담당하는 집행위원회는 브뤼셀에 위치한 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을 개최하고 역내 철강 제조업 생태계를 방어하기 위해 수입 물량을 통제하는 고강도 신규 규제안을 전격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유럽연합은 기존 3,382만 톤 규모로 운영되던 전체 무관세 할당량을 1,835만 톤 수준으로 약 47% 전격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지정된 쿼터를 초과해 들어오는 철강 제품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종전 25%에서 50%로 두 배 가량 대폭 인상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유럽 시장에 철강을 수출해온 전 세계 주요 교역국들은 독점적 지위를 갖는 국가별 전용 할당량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외교적 협상을 전개해왔다.


국가별 무관세 수입 한도가 거의 반토막이 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한국 철강 제조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며 한시름을 놓게 됐다. 집행위원회가 확정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에 할당된 무관세 물량은 기존 258.1만 톤에서 약 19.7% 줄어든 207.3만 톤으로 책정됐다. 


이는 유럽연합 전체의 감축 비율인 47%와 비교했을 때 매우 성공적으로 방어해낸 수치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성과는 한국 통상 당국이 아시아의 주요 고품질 철강 공급국이자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지 않는 건전한 FTA 파트너라는 점을 유럽 측에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강조해온 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중국은 이번 조치의 직격탄을 맞으며 무관세 수출 가도가 좁아졌다. 중국의 기존 쿼터는 234만 톤에 달했으나 이번 개편으로 인해 79.9만 톤까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저가 철강재를 무기로 유럽 시장을 잠식해오던 중국을 정조준한 규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발표 직전 유럽을 방문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 안보 수장과 면담을 가졌던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 외의 다른 FTA 체결국인 튀르키예는 기존보다 29.4% 감소한 286만 톤을 배정받았고, 올해 초 협상을 마무리 지은 인도는 30.2% 줄어든 194.3만 톤을 확보하는 데 그쳐 한국의 방어율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유럽연합은 브리핑을 통해 "TRQ 배분 방식은 새 철강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또한 제도의 실효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FTA 체결국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EU는 연간 철강 수입 할당량의 절반을 FTA 체결국 전용 물량으로 배정했고, 나머지 절반은 FTA 체결국을 포함한 모든 교역 상대국이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수입 실적을 기반으로 고정 할당량을 보장받은 덕분에 상당수의 협정 체결국들은 평균치보다 양호한 수준에서 시장 접근권을 유지하게 됐다. 


아울러 현재 러시아와 장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인도적 배려가 적용됐다. 우크라이나는 104만 9천 톤의 무관세 물량을 보장받았는데, 이는 평시 전체 철강 수출량의 약 70%를 무관세로 유럽에 보낼 수 있는 수준이다. 국가 기간산업이 붕괴된 상황에서 철강 수출길마저 막히면 경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묵직한 호소를 수용한 결과다.


현재까지 유럽연합은 한국과 튀르키예, 인도, 브라질, 영국, 스위스,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총 13개 나라와 철강 무관세 할당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마친 상태다.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유럽 전체 철강 교역량의 약 70%에 이른다. 


유럽연합은 아직 도장을 찍지 않은 일본 등 나머지 국가들과도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일본의 경우 이번 신규 규제안이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한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무역기구(WTO)에 유럽연합을 정식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어서 향후 갈등이 예고된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이 이 같은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명확한 자국 중심 경제 계산이 깔려 있다. 유럽연합은 이번 보호무역 장벽을 통해 현재 67% 수준까지 떨어져 신음하고 있는 역내 철강 공장 가동률을 80%대까지 끌어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철강 산업과 연계된 유럽 내 일자리 250만 개를 사수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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