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푸틴[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연합 고위 당국자가 중국군의 러시아군 훈련 제공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식 확인하면서 양측의 외교적 대립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의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5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개최된 EU 외무장관 회의에 나서 중국 군부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될 러시아 장병들을 대상으로 군사 교육을 실시했다는 첩보가 사실로 판명되었다고 선언했다. 칼라스 대표는 내부적인 정보 평가 결과에 따라 유럽연합 차원의 대응 수위를 면밀히 저울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장관들이 격론 끝에 모스크바의 전쟁 수행을 도운 일부 중국 기관들을 경제 제재 명단에 올리는 방안에 전격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겉으로는 중립적 중재자를 자처해 온 베이징 당국과 러시아의 침공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유럽 대륙 간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사태의 구체적인 전말은 지난달 외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처음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측이 지난해 러시아 군인 200여 명을 자국 영토로 불러들여 비밀리에 군사 훈련을 시켰으며, 교육을 마친 병력 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복귀해 전투를 치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교육 프로그램은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급부상한 드론 조종 및 활용법에 전적으로 집중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군사 밀착은 2025년 7월 베이징에서 양국 군부 최고위층이 만나 체결한 비밀 군사 협정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해당 계약에는 역으로 중국 장병 수백 명이 러시아 현지에서 위탁 교육을 받는 상호 교류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중국 외교부는 이러한 의혹이 확산하자 성명을 내고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베이징 당국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이후 줄곧 객관적이고 공평무사한 태도를 유지해 왔으며,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 군사적 지원을 감행한 적이 없다는 기존의 명분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유럽 내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유럽 사회 전반에 중국이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불신이 깊게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민관 이중용도 물품을 우회 수출하던 중국이 이제는 군대를 직접 훈련시키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는 판단이다.
이 날 칼라스 대표는 언론을 향해 "베이징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에서 여전히 결정적인 조력자"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크렘린궁의 전쟁 기계를 직간접적으로 돕는 중국 내 기술 기업과 유관 기관들을 겨냥해 촘촘한 제재 그물망을 짜고 있다. 다만 경제적 실리와 공급망 충격을 고려해 미세조정을 단행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EU는 이날 중국의 대형 반도체 부품 제조사인 양저우양제과학기술에 부과했던 제재 조치를 잠정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럽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해당 기업에 이미 발주해 둔 기존 부품 물량을 차질 없이 인도받아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