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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04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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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제한이 넉 달째 이어지면서 미국의 원유와 석유 제품 재고가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전략비축유 저장시설 [로이터=연합뉴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 날 주간 원유 재고 통계를 공개하고 전략비축유를 포함한 미국의 전체 원유 및 석유 제품 재고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15억 7천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주와 비교해 1천60만 배럴이나 급감한 수치이며, 과거 2004년 5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특히 정유 업계의 상업용 원유 재고는 일주일 사이에 800만 배럴이 줄어든 4억 3천37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러한 감소 규모는 당초 시장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400만 배럴 감소 전망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 관리 하에 있는 미 전략비축유의 고갈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전략비축유 재고량은 전주 대비 800만 배럴 감소한 3억 5천712만 배럴로 나타나며 2024년 1월 이후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블룸버가의 에너지·원자재 칼럼니스트 하비에르 블라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현재와 같은 방출 속도가 유지된다면 전략비축유는 다음 주 후반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의 최저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전망대로 흘러갈 경우 미국의 비축량은 1983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낮은 상태를 마주하게 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말 전쟁이 터진 이후 시장 안정을 위해 전체 비축량의 14%에 달하는 약 5천8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시장에 공급해왔다. 과거 바이든 행정부 역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당시 비축유를 대량 방출하면서 1980년대 이후 4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전례가 있다.


여기에 지난달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점도 재고 감소를 부채질했다. 선박 추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5월 한 달간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560만 배럴에 달해 기존 최대치였던 4월의 하루 평균 520만 배럴을 가볍게 넘어섰다. 중동발 공급 불안 심리가 확산하자 유럽과 아시아의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를 집중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글로벌 기준 유가인 브렌트유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점도 수출 유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3월 한때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벌어졌던 두 유가의 가격 차이는 이 날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1.79달러까지 바짝 좁혀진 상태다.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 에너지 업계 내부에서도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엑손모빌의 닐 채프먼 수석 부사장은 지난달 28일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원유 선물시장이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위기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닐 채프먼 수석 부사장은 원유 선물시장의 안일함을 지적하며 "글로벌 원유 재고가 향후 2∼3주 내 극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그는 무서운 속도로 줄어드는 재고 추이를 우려하며 "일단 그 수준에 도달하면 가격이 치솟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된 이후 현재까지 세계 원유 시장에서 증발한 누적 공급 공백은 총 10억 배럴 이상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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