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아사히신문은 위성 사진과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기반으로 해상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피싱 워치’(GFW)의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이와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분석 내용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은 동중국해 일대에서 최대 2,000여 척이 밀집하여 거대한 바리케이드를 형성하는 이례적인 기동을 최소 네 차례 이상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해상 장벽 구축 움직임은 지난 2024년 10월 19일경 동중국해 북위 30도, 동경 123.5도 해상에서 처음으로 포착되었다. 이 날 약 770척에 달하는 중국 어선 무리가 동일한 해역에 24시간 동안 머무르며 총연장 100km가 넘는 거대한 대열을 만들어 바다를 가로막았다.
이후 중국 어선들의 집단 행동은 규모와 형태 면에서 더욱 정밀해졌다. 지난해 12월 25일경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00여 척의 어선이 일제히 집결하여 총 길이 470km에 달하는 ‘역 L자형’ 바리케이드 두 개를 동시에 구축하기도 했다. 최초 전술 기동과 초대형 장벽이 등장했던 두 시점은 모두 중국군이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을 전후해 전개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해당 군사 훈련과 어선 움직임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어선 장벽 훈련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발효되었다. 지난 1월 11일경에는 1,400척의 어선이 동원되어 해상 바리케이드를 쳤으며, 이어 3월 2일경에도 유사한 형태의 대규모 집단 바리케이드가 동중국해상에 다시 출현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 어선들의 단체 행동을 전형적인 ‘회색지대 전술’로 규정하고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집단 기동을 주도한 주체는 민간 어민들로 위장했으나 실제로는 준군사조직 역할을 수행하는 중국 해상민병대로 파악된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전체 중국 민병대 규모는 대략 800만 명 수준이며, 이 가운데 해상에서 활동하는 민병대는 약 20만 명에서 30만 명 사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상민병대가 주도하는 회색지대 전술은 국제법적 맹점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매우 위협적이다. 이들이 정상적인 조업 행위를 가장해 타국 선박의 항로를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특정 해역의 주권을 우회적으로 주장할 경우, 상대국 정부는 군사적 수단을 즉각적으로 동원해 대응하기가 매우 난해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번에 확인된 중국 해상민병대의 바리케이드 전술이 대만을 압박하는 용도에 그치지 않고,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의 해상 물류망까지 직접 겨냥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민간 선박을 방패 삼아 유사시 핵심 해상 교통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심화되는 배경이다.
지리공간 정보분석 기업인 ‘인제니스페이스’(ingeniSPACE)의 제이슨 왕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중국 해상민병대의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제이슨 왕 최고운영책임자는 “해상민병대가 해상에서의 저지 활동이나 무력 분쟁에 대응하는 훈련을 받고 있어,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는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의 수송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라며 민간 상선 전반에 미칠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