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2005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과 각별한 관계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의 중재자로 내세웠으나,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은 이를 서방의 분열을 노린 기만적인 전술이라며 즉각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 전승절 기자회견에서 유럽 측과 새로운 안보 체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대화 상대로 슈뢰더 전 총리를 꼽았다. 슈뢰더 전 총리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 총리를 지낸 인물로, 퇴임 후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의 요직을 맡으며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해온 대표적 친러 인사다. 그는 전쟁 발발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사업적 유대를 유지해 독일 내에서 전직 총리 예우가 사실상 박탈되는 등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독일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하이브리드 전술'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군터 크리히바움 외무부 유럽 담당 정무차관은 슈뢰더 전 총리가 과거부터 푸틴의 강한 영향력 아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두 사람의 사적인 친분이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독일 당국은 이번 제안이 진정성 있는 평화의 손길이라기보다 유럽 내부의 여론을 갈라치기 위한 허위 정보 공세의 일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경계 수위를 높였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슈뢰더가 중재자로 나설 경우 사실상 푸틴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의 양쪽 의자를 모두 차지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칼라스 대표는 러시아에 유럽 측 협상가를 지명할 권한을 내주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서방 동맹의 단결된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이번 '슈뢰더 카드'는 독일 정가 일부에 파열음을 내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집권 사민당(SPD) 내부 일각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종전 협상에서 유럽이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며, 푸틴의 제안을 논의의 장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 또한 이번 제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여, 독일 내 정당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러시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은 막대한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배제되어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유럽의 불안감을 교묘히 파고들어 독일 정부와 정당들을 분열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분석했다. 슈뢰더 전 총리 측은 이번 제안에 대해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