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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짐 싸는 오르반, EU 고별 정상회담 ‘패싱’ - 헝가리 총선 패배 후 권좌 물러나며 - 키프로스 비공식 정상회의 불참 통보 - EU 지도부와 마지막 작별 인사도 거부
  • 기사등록 2026-04-17 0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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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근 헝가리 총선에서 패배하며 16년 만에 권력을 내려놓게 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온 유럽연합(EU) 정상들과의 마지막 고별 무대를 거부했다.


상반기 EU 의장국인 키프로스에서 오는 23~24일 열리는 비공식 정상회의에 오르반 총리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16일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12일 실시된 총선에서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에게 완패했으나, 다음 달 초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한다. 따라서 다음 주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동료 정상들과 인사하는 대신 '패싱'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르반 총리의 의결권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대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퇴임하는 각국 정상에게 단체 사진 액자와 기념 트로피를 증정하고 이들의 활동상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는 유서 깊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이번 불참으로 현존 EU 최장수 지도자로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예우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현지 언론은 그의 불참 소식을 전하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지난달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그가 보인 행보를 고려하면 회의장 분위기가 상당히 어색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회의 당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 규모의 대출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EU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당시 그의 행동을 겨냥해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며 공개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헝가리의 반복되는 '엇박자'에 피로감을 느껴온 EU는 오르반 총리의 퇴장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차기 헝가리 정부를 이끌 머저르 대표가 EU와의 긴밀한 협력을 약속함에 따라, 그간 교착 상태에 빠졌던 여러 주요 정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다음 주 열릴 정상회의에서는 중동 전쟁의 여파로 발생한 에너지 위기 대응 방안과 EU 예산 편성 등 시급한 현안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오르반 총리가 떠난 빈자리가 EU의 결속력 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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