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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퇴장에도 EU '전전긍긍'…제2의 훼방꾼들 포진 - 헝가리 정권 교체에도 피초·바비시·멜로니 등 거부권 행사 우려 여전 -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 악용하는 친러·민족주의 성향 정상들 '요주의' - 슬로베니아·불가리아 총선 결과에 따라 EU 단결력 약화 가능성 고조
  • 기사등록 2026-04-16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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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왼쪽)과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연합(EU) 내 정책 결정마다 발목을 잡았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16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EU 내부에서는 여전히 '거부권 정치'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현지시간 15일 폴리티코 유럽판 등에 따르면, EU 주요 정책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EU 이사회 내에는 오르반의 노선을 계승할 '잠재적 훼방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EU는 외교와 예산 등 중대 사안에서 27개 회원국 전원이 찬성해야 하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어, 단 한 국가의 반대만으로도 정책 전체가 마비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가장 먼저 지목된 인물은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다. 그는 그동안 오르반과 함께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편성을 가로막으며 '거부권 동맹'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피초 총리는 이미 오르반의 부재 시에도 독자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작년 말 복귀한 '프라하의 트럼프'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역시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와 기후 변화 정책 반대를 내세우며 EU와 대립각을 세울 조짐이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또한 경계 대상이다. 그간 친EU 노선을 유지하며 전략적 행보를 보여왔으나, 근본적으로 우파 민족주의 성향을 공유하는 오르반의 입장을 옹호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EU 내 경제 규모 3위인 이탈리아가 반기를 들 경우 그 파괴력은 헝가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분석이다.


동유럽과 발칸 반도의 정세 변화도 EU의 발목을 잡는 변수다. 슬로베니아에서는 '리틀 트럼프' 야네즈 얀샤 전 총리의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며, 오는 19일 총선을 치르는 불가리아에서도 친러 성향의 루멘 라데프 전 대통령의 집권이 유력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르반이라는 상징적 인물은 사라졌지만, 자국 우선주의와 친러 성향을 앞세운 지도자들이 여전히 건재해 EU의 통합과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이 향후에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EU 외교관은 "오르반의 몰락이 다른 지도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는 있겠지만,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단일 대오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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