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항의 컨테이너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미국 상무부는 현지시간 30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감률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연율 -0.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가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에 -1.0%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23년 2.9%, 2024년 2.8%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며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도 2.4% 성장했던 미국 경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예기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이날 발표된 수치를 살펴보면 수입의 폭발적인 증가가 전체 성장률을 하락시킨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1분기 중 수출은 1.8%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수입은 무려 41.3%나 급증하며 순수출 항목이 크게 악화됐다. 특히 상품 수입 부문은 50.9%라는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수입 확대는 1분기 전체 성장률을 무려 5.03%포인트나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통상 GDP 계산 시 수입의 증가는 성장률 산정에서 차감 항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입 급증의 배경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강력한 관세 정책을 지목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기업들이 외국산 원자재나 소비재에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전, 비용 절감을 위해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물동량이 일시에 몰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모델은 이러한 수입 상황을 반영해 한때 성장률을 -1.5%까지 낮게 추산하며 경고등을 켠 바 있다.
정부 부문의 지출 감소 역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1분기 정부 지출은 1.4% 줄어들며 전체 성장률을 0.25%포인트 낮췄다. 세부적으로는 지방정부 지출이 0.8% 소폭 증가했으나, 연방정부 지출이 5.1%나 급감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맞춰 연방 예산과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한 결과가 지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외 무역과 정부 부문을 제외한 민간 경제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유지했다. 개인소비 지출은 1분기에 1.8% 증가하며 성장을 뒷받침했다. 내구재 소비가 3.4% 줄어들며 위축된 모습이었으나, 서비스와 비내구재 소비가 각각 2.4%와 2.7% 늘어나며 이를 상쇄했다. 특히 민간투자는 설비투자가 주도하며 21.9%라는 기록적인 급등세를 보였다. 기업들이 관세 시행 이전에 필요한 설비 도입 시기를 앞당긴 것이 투자 지표를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미국 내 민간 구매자들의 최종 판매를 의미하는 민간지출 증가율도 3.0%를 기록해 지난해 4분기의 2.9%보다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이는 미국 경제의 기조적인 수요 자체는 꺾이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민간재고투자의 증가분 또한 성장률을 2.25%포인트 높이는 기여를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역성장은 경제 전반의 침체라기보다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00일 만에 나타난 부진한 성적표는 정책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기업과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가운데, 만약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진다면 기술적 경기침체 판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트럼프표 경제 정책이 예상보다 강한 역풍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지표가 가진 '착시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BNP파리바의 이자벨 마테오스 라고는 "이번 GDP 수치는 노이즈로 가득 차 있어 실제 경제 상황에 대해 매우 적은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며, 수치 상당 부분은 관세를 대비해 늘린 수입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탄데르 US캐피털마켓츠의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2분기부터 수입 규모가 정상화되면 성장률은 다시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