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오타와=로이터 연합뉴스]캐나다 집권 자유당이 2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하며 3개월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불과 석 달 전, 캐나다 정계에서 차기 총리 자리는 보수당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의 것으로 여겨졌다. 보수당은 1년 넘도록 자유당을 지지율에서 20%포인트 이상 앞선 상태였고, 9년 넘게 장기 집권해온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인기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고물가와 치솟는 주택 가격, 이민자 문제 등 민생 현안이 쌓이면서 누적된 불만의 화살은 집권당 수장인 트뤼도 총리에게 집중됐다.
결정타는 미국으로부터 날아왔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겨냥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트뤼도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관세 위협이 불거진 직후 트뤼도 총리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사저를 직접 찾아갔으나, 재임 1기부터 껄끄러운 관계였던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총리'가 아닌 '주지사'로 불리며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굴욕적인 발언을 감수해야 했다.
외부의 압박과 함께 내부 균열도 급속히 커졌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트럼프 관세 대응 방향을 놓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한 끝에 같은 달 전격 사임했고, 당내에서도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그간 정책 연합을 유지해온 신민주당(NDP)마저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를 공개 철회하고 내각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며 사면초가의 국면이 완성됐다. 사퇴 압박이 사방에서 쏟아지자 트뤼도 총리는 결국 지난 1월 초 자진 사임을 선언했다.
트뤼도 총리의 퇴장 이후 마크 카니(60) 신임 총리가 자유당을 이끌며 반전의 발판이 마련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대(對)캐나다 압박이 역설적으로 캐나다 유권자들의 반미 정서에 불을 붙이며 자유당 지지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최대 동력으로 작용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선진국 정치에서 좀처럼 목격하기 어려운 단기간의 극적인 민심 대반전이라고 평가한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