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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름반도 주권, 우크라 종전 협상의 새 뇌관으로 부상 - 미국, 크름반도 러시아 영토 인정 조건으로 제시 - "정치적 자살 넘는 자충수"…우크라 헌법·민심 모두 거부
  • 기사등록 2025-04-25 11:43:07
  • 수정 2026-03-26 19: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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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로


러시아가 10년 넘게 점령 중인 크름반도의 주권 문제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핵심 뇌관으로 떠오르며, 협상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름반도 문제는 애초 협상 조건으로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1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프랑스·영국·독일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방안을 조건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갑작스럽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크름반도는 논의의 초점조차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 "평화협상에 매우 해롭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협상에서 영토 문제의 실질적 초점은 헤르손·자포리자·루한스크·도네츠크 4개주에 걸친 동남부 전선 동결이다. 러시아가 10년 넘게 실효 지배해온 크름반도를 협상 의제 밖으로 두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가 현실적 측면에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크름반도 포기는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다.


우크라이나 헌법 제2조는 자국의 주권이 현재 국경선 안 전체에 미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영토 변경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현재 계엄령 상태에서는 헌법 개정조차 불가능하다. 콘스탄틴 옐리세예프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비서실장은 "법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내주는 데 찬성할 정치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자살을 능가하는 자충수"라고 말했다. 2010년 러시아에 크름반도 해군기지 사용 연장을 허가해준 정치인들이 반역죄로 기소된 전례도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계급장도 휘장도 없는 이른바 '리틀 그린 맨' 부대가 은밀히 투입돼 도둑질하듯 진행된 이 사건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이어지는 전쟁의 신호탄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에서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것은 사기꾼에게 위험한 양보를 하는 것이자, 크름반도에 남겨진 국민들을 포기하고 이산가족의 재결합 희망까지 봉쇄하는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반발도 적지 않다. 무력을 통한 영토 탈취를 금지하는 국제법 위반을 사실상 승인하는 셈이라는 이유에서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 주권을 공식 인정하는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1기 집권 때는 같은 원칙을 지켰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2018년 크름반도 선언을 통해 "어떤 나라도 무력으로 다른 나라의 국경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러시아는 크름반도 병합이 1954년 소련 시절 행정구역 조정의 역사적 실책을 바로잡은 것이라는 입장이나, 국제사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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