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 [한화그룹 제공]미국 정부가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들에 고강도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전방위적 대중 압박이 첨단 기술을 넘어 기간 산업인 해양 물류 분야로 전격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 운영사, 외국 건조 자동차 운반선 등을 대상으로 미국 입항 수수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180일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USTR은 중국 기업 소유 선박에 대해 톤당 50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 140달러까지 수수료를 높일 계획이며, 타국 기업이 운영하더라도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이라면 톤당 18달러(2028년 33달러)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수료 체계는 컨테이너 단위로도 적용되어 개당 120달러에서 최대 250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미국 기업 소유 선박이나 특정 규모 이하의 선박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USTR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조선업 강화와 중국의 불공정 경쟁 견제를 위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 앞서 미 당국은 중국이 해양·물류 산업을 지배하기 위해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자국 내 선박 건조를 독려하기 위한 파격적인 유인책도 마련됐다. USTR은 미국산 선박을 주문한 해운사에 대해 외국산 선박 수수료를 최대 3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는 2028년부터 수출 물량의 1%를 미국산 LNG선으로 운송하도록 의무화하고, 이 비중을 2047년까지 15%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국산 크레인에 100%, 컨테이너에 최대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한국 조선업계가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선박을 선호했던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한국으로 발주를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내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그룹 등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점쳐진다. 실제 한화해운은 지난달 USTR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미국 내 건조 경제성 확보를 위한 수수료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 안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미국이 잘못된 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합법적 권익 수호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갈등 속에서도 "중국과 대화 중이며 3~4주 내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해운·조선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간의 패권 다툼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