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트루스 소셜 캡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첫 관세 협상 테이블에 전격 등장하며 특유의 '톱다운'식 압박 전술과 쇼맨십을 선보였다. 고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적 경고음과 지지율 하락 국면을 정면 돌파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세를 불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측 핵심 협상팀이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을 대면하는 자리에 이례적으로 합류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아카자와 경제재생상과 촬영한 사진을 올리며 "일본 무역 대표단과 만나 큰 영광이다. 큰 진전!"이라고 적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특히 일본 대표에게 자신의 상징인 'MAGA' 모자를 선물하며 협상 주도권이 미국에 있음을 시각적으로 과시했다.
이번 '깜짝 등판'은 시진핑 주석의 동남아 순방 일정과 맞물려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시 주석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돌며 '운명 공동체'와 '반보호무역'을 강조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첫 협상국인 일본을 본보기 삼아 거래에 능한 '딜 메이커' 면모를 입증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향후 미국과 마주할 국가들에 대해 "미국의 문법대로 거래에 응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자 메시지로 해석된다.
준비되지 않았던 일본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비 회담 성격으로 요구 사항만 청취하려던 일본 협상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개입에 한밤중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협상 보고를 받은 뒤 "양국 간 입장 차가 여전하며 쉬운 협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일본은 90일의 유예기간 내 조기 합의라는 숙제를 안게 됐으며, 특히 미국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연계하면서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지게 됐다.
미국의 광폭 행보는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칠레 측과 상호관세를 논의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연합(EU)을 대표해 관세 관련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미·일 협상의 전개 양상은 내주 예정된 한·미 간 관세 조정 협상에도 중대한 지침이 될 전망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르면 내주 방미 길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방위비-관세' 연계 등 트럼프 특유의 거래 공식이 한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테스트베드'가 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 정부가 어떤 정교한 대응 카드를 내놓을지가 향후 통상 환경의 최대 관건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