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자흐스탄 희토류 매장지 [카자흐스탄 일간 아스타나타임스 캡처]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중앙아시아의 자원 부국 카자흐스탄이 중동 걸프 국가들을 향해 자국 내 희토류 공동 개발을 전격 제안했다.
타스통신 등 외신은 17일 무라트 누르틀레우 카자흐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전날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3차 중앙아시아-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담 직후 이 같은 구상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누르틀레우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카자흐스탄은 국내에 5,000여 개의 희토류 매장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추정 가치는 46조 달러(약 6경 5,400조 원)를 웃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GCC 6개 회원국을 향해 지질 탐사부터 가공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 프로젝트에 동참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번 제안은 최근 카자흐스탄 중동부 카라간다주에서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카자흐스탄 공업건설부는 이달 초 해당 지역에서 네오디뮴, 세륨, 란타넘 등이 포함된 2,000만 톤 이상의 희토류 광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가 최종 확인될 경우 카자흐스탄은 중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의 희토류 매장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미 2023년부터 희토류를 '새로운 원유(new oil)'로 규정하고 국가 최우선 과제로 개발을 독려해 왔다.
카자흐스탄의 이러한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격화된 미중 통상 갈등을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정제 희토류 생산의 90%, 원자재 생산의 60%를 점유하며 이를 무기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이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자,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해진 국제 시장에 카자흐스탄이 유력한 대안으로 손을 내민 셈이다.
자본력이 풍부한 GCC 국가들이 이번 제안에 응할 경우, 글로벌 희토류 시장의 판도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중동의 자본과 중앙아시아의 자원이 결합한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된다면, 중국에 편중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려는 서방 국가들의 움직임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상업적 생산까지는 고도의 정제 기술 확보와 인프라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