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가정용 LPG 판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통상 압박을 받고 있는 인도가 미국산 에탄과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관세를 전격 폐지하기로 결정하며 대미 무역 협상 타결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을 위해 에탄 및 LPG(프로판·부탄)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올해 가을까지 무역 협정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이후 나온 실질적인 양보 조치다.
인도의 이번 결정은 연간 약 450억 달러(약 65조 원)에 달하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여 트럼프 대통령의 날 선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인도를 "무역에서 매우 큰 악당"이라고 부르며 강력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이에 인도는 자국 산업에 필수적인 에너지 원료에 대한 문턱을 낮춤으로써 미국산 에너지 수입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품목별로 수입 확대 효과가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원료인 에탄의 경우, 인도는 이미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미국산 에탄 수입국(일평균 6만 5천 배럴)이지만, 액체 가스 처리 시설과 전용 선박 등 인프라가 부족해 단기간 내 수입량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셰릴 리우 애널리스트는 "인도의 에탄 처리 능력은 이미 한계치에 근접해 있어 수출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LPG 분야는 수입 확대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인도는 조리용 연료인 LPG 수요의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난 회계연도에만 약 104억 달러(약 14조 8천억 원) 규모를 수입했으나 대부분 중동산이었다. 미국산 LPG는 그간 수입 실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관세 폐지 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동 물량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현지 신용평가사 ICRA의 프라샨트 바시스트 부사장은 "에탄보다 LPG 수입이 훨씬 수월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관세 폐지 조치가 인도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막아내고 가을로 예정된 무역 협정의 최종 타결을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제전문기자